성경암송은 내육체에 영원하신 말씀의 내재화
성경암송에 왕도는 없다. 한절 한절 차근 차근 외워가야


성경은 오히려 자주 읽고 깊이 묵상하는 가운데 가슴에 와 닿고 마음에 오래 남아있는 구절들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면 됩니다. 말씀의 엮음 또한 적당한 길이에서 중단하고 새로운 엮기로 나아가는 것이 말씀암송에 실질적으로 유용합니다.

말씀을 이으려면 둘 이상의 구절이 있어야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두 절 잇기입니다. 연속된 구절, 예를 들어 창 1장 1-2절이나 요 1장 1-2절은 잇기가 아닙니다. 잇기란 다른 장, 다른 책의 구절 중에서 형제 같고 자매 같은 단짝을 찾아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같은 장에서의 형제 같은 구절 잇기가 있고, 다른 장, 다른 책에서 말씀을 연결하는 자매같은 구절 잇기가 있습니다. 두 절 잇기의 단순한 연결 짓기가 웬만큼 익숙해지면 세 절, 네 절 그렇게 늘려 가면 됩니다. 말씀의 연결 짓기를 정복하면 말씀의 고리 엮기가 지평에 떠오릅니다.

다양한 주제들을 엮어가다 보면 어디에서건 비슷한 말씀과 말씀이 서로 만납니다. 결국 성경의 모든 내용이 인간의 구원과 영생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권세가 있고 능력이 출중하며 은혜와 축복으로 가득합니다. 말씀이 우리에게 하나님의 기적과 영광을 경험시킵니다. 판이한 주제에서 낯설게 출발했던 말씀들도 몇 바퀴를 돌다 보면 구원과 영생이란 테두리로 자연스럽게 모여듭니다. 이 원리를 알면 성경암송이 그렇게 난감한 일만은 아닙니다. 누구나 하나님의 말씀을 암송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임재는 누구에게나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가장 축복되고 은혜로운 형태의 임재가 바로 암송을 통한 말씀의 내재화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내 육체와 영혼, 내 구체적인 삶의 정황 한 가운데 모시는 것입니다.

가장 친숙한 구절을 먼저 정리합니다. 100절, 200절 단위로 올려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개인의 능력에 따라 50절씩 올려도 상관없습니다. 반복되는 얘기지만 반드시 기도로 준비해야 합니다. 한글과 영어 성경을 함께 외울 때는 먼저 한글의 해당구절을 완전히 외우고 영어 암송을 시도하는 것이 수월합니다. 영어 성경은 구절마다 다양한 번역본들을 참조할 수도 있겠지만 번거롭기 때문에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장면 묘사의 경우에는 그 장면을 실제인양 머리로 구상해 봅니다. 대화체일 경우에는 스스로를 화자나 청자의 위치에 두고 소리 내어 외우며 역할을 바꾸어봅니다. 물론 연상법은 언제라도 유익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한두 번 만에 외워지는 구절도 있지만 열 번 스무 번을 외워야 겨우 암송 되는 구절도 있습니다. 완벽하게 외워도 며칠 지나면 희미해집니다. 기억을 믿지 말고 실제로 암송하는 순간만을 믿어야 합니다. 지속과 반복만이 숙달의 도우미입니다.

성경암송에 왕도란 없습니다. 한 절 한 절 차근차근히 외워가야 합니다. 지속적으로 암송에 임하느냐? 가 관건입니다. 인내와 자기훈련이 필요합니다. 머리에 기억시키고 가슴에 저장시키고 마음에 새기고 영혼에 흡수시킵니다. 머리에 담아둔 성경구절은 아무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의문은 죽이고 영은 살립니다. 의문은 죽은 것이고 영은 살아 있습니다(고후 3:6 참조).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있는 생명입니다. 산 생명으로 하여금 살아 숨 쉬고 활동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활자 뒤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의 능력을 매순간 감지해야 합니다. 그렇게 암송한 구절이 10절이 되고 100절이 됩니다. 외운 성경 구절은 반드시 반복적으로 구송하여 숙달의 경지에 들어서게 해야 합니다. 뼛속 깊이까지 말씀이 화살처럼 박히게끔 해야 합니다. 각 절에 대한 암송이 원활히 이루어지면 익숙한 장면부터 시작해서 문단들을 암송합니다. 성경에서 묘사하는 장면들을 그려보면서 천천히, 그러나 깊이 있게 암송합니다. 최종적인 단계는 물론 장별 암송입니다.

암송의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유효한 방법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일단 많이 읽고 자주 보아야 합니다. 성경읽기와 성경쓰기는 성경을 자주 접하게 만듭니다. 소리 내어 읽고 암송한 구절을 묵상 속에서 재생시킵니다. 외운 구절을 글로 써보며 입으로 읊어봅니다(구송). 원래 암송(recitation)이란 어떤 운율에 맞춰 읊는 것입니다. 오늘날 공연을 의미하는 리사이틀(recital)에도 암송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경암송은 하나님 앞에서 공연을 한다는 심정과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대중가수가 자신의 신곡 하나를 발표하기 위해 무려 3,000번이나 불러 그 곡을 완전히 소화함은 암송에 임하는 우리의 기본자세를 가다듬게 합니다. 한 구절에 대해 50번에서 100번만 연습하면 못 외울 구절은 하나도 없습니다.

영어를 아는 분들은 한글을 영어성경과 함께 암송하면 여러 모로 유익합니다. 말씀의 내용을 다채롭게 이해할 수 있으며 부수적으로 영어공부에도 적잖은 도움이 됩니다. 성경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분이라도 한글성경을 완벽히 외우면 영어성경 암송은 어렵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에 영어성경이 암송하기가 더욱 수월합니다. 문장의 내용에 따라서 어떤 경우에는 영어로 먼저 외우고 한글을 암송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이렇습니다. 한글을 100% 외우면 영어도 100% 외울 수 있습니다. 영어는 한글의 숙달만큼 숙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 3장 16절처럼 누구나 쉽게 암송하는 구절은 이미 그것이 내 몸의 일부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주위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그 구절은 언제나 암송할 수 있습니다. 완전히 숙지하고 기억의 숙달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암송하고자 하는 구절들을 요 3장 16절의 수준으로 외우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입니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한영성경구절을 10절 내지 20절을 선정하여 암송을 시도합니다. 완전히 숙달하면 다시 50절, 100절, 150절, 200절 이렇게 점차적으로 늘려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요 3장 16절을 한글과 영어로 비교하면 단어의 배열이 별로 다르지 않음을 보게 됩니다. 문법적 차이는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장애를 극복하려면 영어의 기초 문법을 익히거나 문장 전체를 통 채로 외워야 합니다. 한글 문장을 전체로 암송하듯 영어 문장도 전체를 암송하는 것이 수월합니다. 중요한 것은 문법이 아니라 문장이며 그 문장이 품고 있는 의미입니다. 영어 암송도 숙달하면 그 구절의 뜻이 한글의 뜻만큼 밝아집니다.

하나님이God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so loved the world
(결과 절)독생자를 주셨으니,(that) he gave his one and only Son,
(조건 절)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that) whoever believes in him
멸망치 않고 shall not perish but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have eternal life.

말씀외우기는 지성의 탐색이 아닙니다. 성경암송은 지성적 크리스천으로 진입하는 관문이 아닙니다. 머리로 수천 절, 수 만 절을 외운들 예수 그리스도와는 상관이 없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 밥벌이를 위해 성경암송을 해야 한다면 머리 좋은 사람, 기억력이 뛰어난 몇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말 것입니다. 말씀외우기는 말씀이신 하나님을 모심입니다. 내 육체에 영원하신 말씀을 내재화시키는 일입니다. 황송하고 영광스러운 사건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말씀이신 자신을 모시기 전에 우리 마음을 깨끗이 소제하기를 원하십니다. 기도는 성경을 외우기 전에 우리의 마음을 말씀 담기에 적합한 그릇으로 만듭니다. 말씀을 외우는 모든 과정은 기도 속에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성경암송이 우리의 삶에서 능력을 나타나려면 말씀이 온통 기도로 버무려져야 합니다. 기도가 말씀이고 말씀이 기도일 정도로 둘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기도 없는 성경암송은 말씀의 영을 질식시킵니다. 기도하지 않고 성경을 암송함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입니다. 언제나 그렇습니다. 기도와 말씀은 같이 갑니다. 수레의 앞뒤바퀴가 아니라 한 축으로 연결된 좌우의 바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