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생활을 하는 사람치고 성인이 되고픈 생각을 한번쯤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감히 도전을 해보지 못하는 이유는, 성인은 우리와 같은 범인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종교적,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으로 이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성인이란, 아주 평범한 일상의 작은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면 누구나 한번쯤은 도전해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작은 삶을 실천을 통해서 성인에 이르는 길을 역설한 사람이 있는데 그가 바로 노자(老子)라는 사람이다. ‘성인’이라는 말은 노자의 도덕경에서 약 30번 이상 나오는데, 먼저 성인이란 어떤 사람인가를 그 글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성인’이라는 글자의 ‘성(聖)’ 자는 ‘귀(耳)’ 자와 ‘입(口)’ 자로 되어 있다. 즉, 성인이란 먼저 잘 듣고 잘 말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듣고 바로 전해야 하는 종교 지도자들은 말 잘하는 말 기술자 이전에 성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성인은 ‘말없이 행함으로 가르치는 사람(行不言之敎)’이다. 그래서 예수도 ‘은밀히 행함’을 말씀하지 않으셨던가?
그리고 성인이란, ‘모든 것을 살게 해주면서도 자기 것으로 삼지 않는 사람(生而不有)’이다. 예수는 많은 병자들을 고쳐 주었고, 심지어 죽은 사람도 살려주었지만 한 번도 그 사람들을 자기 사람으로 삼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성인은, ‘은혜를 입은 사람들에게 기대지 않는(爲而不恃)’ 사람이다. 그래서 예수는 당신에게 은혜 입은 사람들에게 기대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인은, ‘공을 세우나 그 공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功成而不居)’이다. 조그만 일 하나 해놓고 입이 근지러워서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나 교회는 성인되기에는 이미 글러버린 것이다. 그래서 예수도 ‘은밀히 행하고 나발 불지 말라’고 누누이 강조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성인은, ‘하루 종일 다니면서도 짐을 내려놓지 않는 사람, 남의 짐을 져줄 줄 아는 사람(聖人終日行, 不離輜重)’이다. 그래서 예수는 ‘무거운 짐 진 사람들은 다 내게로 오라’고 했고, 더 나아가 세상 모든 사람들의 짐을 지고 죽었던 것이다. 조금만 힘들어도 짐 좀 벗겨달라고 울며불며 안달복달하는 교인들이나 그런 교인들을 상대로 축복을 외쳐대는 얄팍한 종교인들은 이런 성인들 앞에서는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역시 성인이 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아닐 것 같은데 이미 이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 21일 한국일보에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 되었다. 유진 벨 재단과 함께 북한 평안남도에 제3 예방병원 내 소아과 병동에 있는 아동 결핵 환자들을 위해 X-ray 기계와 수리 용품, 필름 등을 제공함으로써 결핵으로 인해 희망을 잃은 많은 아동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워싱턴 근교의 한 작은 교회와 교인들의 이야기였다. 4년 전부터 버지니아 버크에 위치한 주님의 교회(백인기 목사)가 이 아름다운 일에 전 교인들이 함께 참여해왔는데 그 꾸준함과 진솔함이 역사 이래 최악이라고 불리는 이번 불경기의 벽을 넘어 세워 놓은 예산을 훨씬 초과하는 금액을 헌금하여 보냈다는 소식은 움츠러들었던 우리들 마음에 훈훈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감동적인 일은 그동안 주님의 교회는 이런 일을 무려 4년 동안 지속해 왔다는 것이고, 그 외에도 워싱턴 밀알 재단, 선교사, DC의 홈리스, 라티노 선교단체, 위클리프 선교회, 한국의 예수원 등을 지원해오면서도 한 번도 자신들이 해왔던 사업들을 떠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액수를 지원했느냐, 얼마나 많은 사업을 했느냐 보다도 4년 이상을 지속적으로 해오면서도 쉬쉬해왔다(‘성인은 말없이 행함으로 가르친다’). 게다가 요즈음 같은 불경기에 자신의 삶의 짐도 지기가 힘이 드는데 결핵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짐까지 져주었다는(‘성인은 남의 짐도 내려놓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좋은 일을 해오면서도 우리의 공이라고 나발 불지 않았다(‘성인은 공을 세우나 공에 소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교회나 교인들은 이미 성자되기 첫 걸음을 내디딘 사람들이이요 참 예수의 제자들이라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나도 그런 교회에 나가고 싶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런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그렇게 동참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성자되기 첫 걸음을 내딛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사람들과 단체들이 늘어간다면 우리는 이 힘든 불황의 늪을 넉넉히 건널 수 있을 듯 싶다. 더 나아가 이런 일이 우리 삶의 주변에서 어쩌다 만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흔히 있는 일상적인 일이 되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신민철 /게인스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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