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몇년전 미국에 방문비자로 와서 현재 불법체류자로 지내고 있습니다. 작년에 만해도 불체자 사면 안이 곧 나오리라는 기대로, 신분에 대해 큰 불안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올해 들어 사면 안 얘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아 불안하기만 합니다. 가장 큰 심리적 문제는 운전을 하다 경찰만 봐도 가슴을 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혹시 사소한 교통위반이라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되면 경찰이 불체자라는 사실을 알고 체포해서 추방해 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외출하는 것도 꺼려집니다. 경찰이 과연 저를 불체자라는 이유로 체포할 수 있나요?
답변) 최근 이민국에서는 불체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멕시칸 계열 불체자를 수십명 혹은 수백명씩 고용하고 있는 큰 기업체를 급습해서, 이민 신분확인 작업을 벌이기도 한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또한 최근에는 사회보장국과 연계해서 불법노동자를 고용한다고 의심되는 업소에 No-Match Letter라는 것을 보낸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도 불체자 단속에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자 연방정부는 state이나 city 같은 지역정부의 협조를 얻어 불체자 단속을 시도 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연방 공무원인 이민국 직원이 아닌 일반 경찰이 불체자 단속을 할 수 있는 것이냐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여러 개의 주가 이루어 하나의 연방을 이루고 있으며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하는 일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이민에 관계된 법이 주법이 아니라 연방법이라는 사실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즉 이민법을 위반한 불체자는 주법위반자가 아니라 연방법 위반자라는 것 입니다.
그런데 과연 주정부나 시정부 소속의 경찰이 연방법위반자를 단속할 권한이 있느냐는 문제가 생깁니다. 현재 이 문제를 명확하고 일괄적으로 규정하는 연방법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최근 연방대법원에서는 지역정부에서도 최소한 범죄용의자나 체포된 자에게 이민신분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이 판결은 적극적으로 지방정부가 불체자를 단속할 권한이 있다고 판시한 것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서로 다른 두개의 연방항소법원에서 서로 다른 두 개의 판결을 내 놓았을 뿐입니다.
캘리포니아가 속한 9th circuit 연방항소법원에서는 연방법인 이민법중 범죄에 관련된 조항에 한해서만 지방정부에서도 단속할 권한이 있다고 판시했으나 Colorado, Kansas, New Mexico, Oklahoma, Utah and Wyoming 등을 관할하는10th circuit에서는 범죄에 관련되던 안되던 모든 이민법 위반은 지역정부에서도 단속할 권한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왜 이렇게 일관성 없나라고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이 미국의 한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혼란을 수습하고자 2005년 연방정부에서는 일괄적으로 모든 지역 정부에서 연방법인 이민법 위반자를 단속해야 한다는 법을 만들어 통과시키려 했다가 좌절된 적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연방과 주정부가 상호 자기밥그릇을 챙기려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서로 업무를 떠넘기고 하려는 데있는 것입니다. 즉 연방정부는 가능한 지역 경찰이 이민법 위반자도 단속해 주길 원하며, 지역 경찰은 이것을 가능한 회피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에는 sanctuary policies 라는것을 실시하는 많은 도시들이 있습니다. 즉 이들 도시에서는 공식적으로 경찰과 같은 법집행기관이 시민을 대할 때 이민신분을 묻지 않도록 하는 “don’t ask -don’t tell” policy 를 시행하고 있으며 설사 신분을 알게 되었더라도, 그것을 연방정부에 보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LA와 New York, Baltimore, Detroit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National Crime Information Center(NCIC)라는 시스템입니다. 여기에는 각종 법 위반자의 정보가 입력되는데 단순 이민법 위반자의 정보가 입력이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system 을 검색하는 지방경찰이 이곳에 이민법 위반자의 명단을 발견했을 때 그것이 범죄에 관한 이민법 위반인지, 범죄와 관련되지 않은 이민법 위반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설명드린 복잡한 시스템으로 인해 일선에서 법을집행하는 경찰관들도 때로는 불체자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소한 특별한 법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길거리에서 사소한 교통위반으로 경찰에 적발 되었다가, 불체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추방되는 일은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의 하셔야 할 것은 최근 지방정부소속이지만 업무상 관련자의 이민신분의 확인을 하는 기관, 예를 들어 DMV와 같은 곳에서, 불법체류자가 운전면허를 신청하러 같다가 신분이 드러나서 DMV의 연락을 받은 이민국직원에게 체포되는 경우도 가끔생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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