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하면 갈매기라 할 정도로 바다의 새는 갈매기다. 갈매기는 바다의 낭만과 함께 외로움과 이별 등 삶의 애환을 담고 있다. 천상병 시인은 ‘갈매기’라는 시에서 “그대로의 그리움이 갈매기로 하여금 구름이 되게 하였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갈매기는 사람들의 마음에 바다와 같은 인생을 사는 우리에게 꿈과 위로로 남는다. 리처드 바크(Richard Bach)의 ‘갈매기의 꿈(Jonathan Livingston Sea Gull)에서 대부분의 갈매기들을 먹이를 위해 해변을 날아다니는 새로 표현을 한다. 이런 갈매기들 중에 조나단 리빙스턴이란 갈매기는 그러지 않았다. 먹는 것보다 어떻게 더 높이 더 빠르게 날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좀 더 배우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자유로운 세계를 위해 애썼다. 이것을 본 부모는 아들 조나단에게 앞으로 다가오는 시간들을 위해 충분히 먹을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갈매기를 보면 절벽에 많이 모여 살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다 각자의 결정과 각자의 욕구에 의해 날아다닌다. 그 어떤 것도 함께 날고 한 목적지로 날지 않는다. 설령 함께 모여 앉아 있고 같이 하늘을 날고 있더라도 공동의 목표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욕구가 함께 모여 이루어낸 무리의 행동에 불과하다. 내가 찾고 있었던 먹이를 물면 그것으로 족하다. 다른 갈매기가 먹이를 찾았던지 찾지 못했든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먼저 내가 배가 불러야 한다. 이것이 갈매기다. 이것이 그 어떤 동물이나 새가 갖고 있는 보편적인 모습이다.
새 가운데 하늘을 장식하고 있는 새는 기러기다. 철을 따라 이동하며 기럭기럭 운다고 해서 부른 오리가 기러기이다. 오리나 갈매기나 먹이를 찾아 이동하고 날고 걸어 다니는 것은 똑같은 것이다. 하지만 기러기는 전체가 움직인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 날아오른다. 이곳저곳 먹이를 찾아 이동할 때 함께 이동한다. 먼 곳을 이동할 때 함께 V자를 만들며 날갯짓을 한다. 갈매기도 함께 하늘을 날 때가 있다. 그렇지만 어떤 형태를 만들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기러기는 형태를 만든다.
초등학교 때에 부르던 노래가 있다. “달 밝은 밤에 기러기들이 찬 서리 맞으면서 어디로들 가나야 고단한 날개 쉬어 가라고 갈대들이 손을 저어 기러기를 부르네.”
어쩌면 이민자들의 모습일 수 있다. 찬 서리 맞으면서 어디론가 가야하는 그런 애처로운 모습처럼 낮선 곳을 향해 힘든 날갯짓을 하며, 새로운 정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러기처럼 우리도 고단한 날갯짓으로 인해 지친 마음과 몸에 쉼이 필요하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그리고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1,000 마일의 거리를 날아가려면 병들어서 죽는 오리도 있을 것이고, 먹이를 얻지 못해 배고픈 오리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들이 가야 할 땅에 가기 위해서는 V자를 그려야 한다. 그것은 승리(Victory)의 V자이다. 일단 자기의 욕심과 욕망을 자제하고 전체가 살아야 하기에 참고 또 참고 참아야 한다. 앞에서 날개 짓하는 오리가 피곤하면 그 자리를 대신해서 앞장서야 한다. 또 내가 힘들면 기꺼이 다른 오리에게 양보하고 그 자리를 다른 오리가 힘차게 날갯짓을 하라고 격려한다. 그래서 오리는 모두가 함께 생존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다.
자녀를 해외에 유학시키기 위해 남편과 아내가 서로 떨어져 살고 있는 가족을 ‘기러기 가족’이라고 한다. 그렇게 많은 새들, 동물들을 두고 기러기 가족이라고 했는지 참 신기하다. 아마도 멀리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서 기러기를 연상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기러기 가족이라는 말이 서로 떨어져서 지내야 하는 그리움과 이별을 떠올린다. 하지만 기러기 가족, 그것은 바로 새로운 땅을 위해 수고의 땀을 흘리는 우리 이민자의 모습이다. 미국 땅에서 살고 있는 이민자, 코리안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는 기러기 가족이다. 이곳이 우리의 고향은 아니다. 우리가 떠나온 땅은 한국이다. 지금 인생의 계절에 미국에 살고 있다.
앞으로 어떤 땅으로 가야 할지 모른다. 그 땅이 하늘나라이라도 우리는 떠나야 한다. 기러기가 되어 떠나야 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늘 V자를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다 살 수 있도록 승리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희생의 날갯짓, 그 날갯짓이 새로운 약속의 땅, 꿈의 인생을 앞당기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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