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正初). 안부를 묻고 덕담을 나누면서도 마음 한켠은 그냥 답답했다. 전쟁과 금융위기 소식에 시달리는 세월 탓 만은 아닌것 같다. 가슴을 짓누르는 바위, 돌맹이 그리고 또 바위. 들려 오는 소식만으로도 유난히 힘들어 하는 이웃 형제들, 한 둘이 아니다. 그것만이라면 그래도 견딜만 했을 것이다. 미국땅에 발 내디딘 후 그냥 일만하다 이제 좀 쉴까했는데, 그것도 욕심이던가. 건강까지 빼앗기는 아픔에 내몰린다. 오늘은 불만스럽고, 내일은 불안하다. 여기까지 인가. 너무하다는 생각이 뒷덜미을 친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명운(命運)이라 는 덧’에 걸리고 마는가. 그럴수는 없다. ‘고향’이라는 명줄을 끊고 둥지를 뛰처 나온 몸이다. 욕심 사납게 한 손으로 “행복”을 움켜 쥐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꿈과 희망을 나누며, 몸과 마음을 던저 스스로 ‘행복의 길’을 찾아나섰던 발길이다.
물론 쉽지 않고,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쫓기는 삶이다. 언제 꿈을 꿔 보았고, 희망을 그려 보았던가. 한 순간도 다잡지 못한 마음, 허둥대던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곤고에 울어야 했고, 세태와 싸워야 한다. 그렇게 ‘타향살이 삶’을 살며, 그러나 지금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뿌리를 내렸다. 자라 뻗어나는 자식들. 그 얼굴들에서 우리가 그리던 꿈과 희망을 읽을 수 있다. 삶의 터전인 미국도 알게 모르게 변하고 있다. 미국의 새로운 얼굴인 ”버락 후세인 오바마”를 보며, 또 다른 큰 꿈을 가꿀 수 있게 된다. 바로 우리 아들. 딸들의 앞날이다.
여기까지만 와도 마음은 한결 평안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심기를 추수르고, 힘을 모아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한번 맺은 인연은 모진 것. 비록 뒤로 한 한반도라 해도 모국-대한민국-이 있기에, 우리는 함께 웃고 울며 희망을 나눌 수 있었고, “선진 통일 한국”을 그리는 꿈도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7천 500만, 한 민족의 큰 꿈이다.
그 큰 꿈속에서 올해에는 당당한 주인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한반도의 주인은 ‘한민족’이다. 대한민국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북한 2천 400여만 피붙이들의 굶주림을 못 본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퍼주기’도 좋다. 힘만 된다면 입이 짝 벌어질 정도로 왕창 퍼주어야 한다. 매년 정부예산의 1%를 모아 ‘대북 투자 자금’으로 쏟아 부어도 좋다. 먼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과 인권을 키워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배부르고, 등 따습게 되면 누가 뭐라 해도 “자유”를 찾게 될 것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비책이 이것말고 또 있는가.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팔짱끼고, 쳐다만 볼 일이 아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보유 사실을 현실적으로 ‘용인’하고, 다만 불양국가로의 ‘확산’만 막겠다는 것을 천하가 다 알고 있다. 북한 역시 ‘핵 보유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지난 13일,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의 근원적인 청산없이는 100년이 가도 우리가 핵무기를 먼저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적대관계를 그대로 두고 핵문제를 풀려면 모든 핵보유국들이 모여 앉아 동시에 핵군축을 실현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한국 정부는 그래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붙들고 있을 것인가.
정부는 “기다린다”는 긴 호흡속에서도 북한의 보유핵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핵 주권을 되찾는 문제를 비롯, ‘우리가 한반도의 주인이고, 한반도 문제는 우리 손으로 풀어 가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하여야 한다. 이제는 6자회담 당사자들을 벼랑끝으로 몰아 붙여야 한다. 새로 등장할 미국 ‘오바마 정부’도 별 묘책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취임 후 당장 ‘하마스. 이스라엘 전쟁’을 추수려야 한다. 금융위기를 “또 다른 전쟁”으로 풀어 갈 심산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미국 정부로서는 “불요 불급”한 북한 핵 문제에 매달릴 또 북한의 요구대로 선뜻 양보하고 나설리는 없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물론 경중(輕重)이 있고, 선후와 완급(緩急)이 있기 마련이다. 남북문제를 방치하고서도 “선진 한국”을 앞당길 수 있다면, 누구도 남북사이의 교류나 협력을 들고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선보이게 될 “MB팀”이 남북문제에 대한 “새로운 지도”를 들고 나와 “선진 통일한국”에 대한 큰 꿈을 펼처 보여 주길 기대한다. 거기에 모두가 사는 길이 열린다. 짓눌렸던 가슴은 평안해지고, 숨쉬기도 한결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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