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스-카디널스 NFC 결승 쿼터백 결투에 관심집중
‘미운 오리새끼’맥냅의 백조 변신이냐,
워너의 두 번째 신데렐라 등극이냐
올 NFC 결승은 역경을 딛고 일어선 두 쿼터백의 ‘인생역전’ 대결이 관심사다.
애리조나 카디널스의 커트 워너(37)는 신인 드래프트 때 아예 뽑히지도 않았던 선수로서 이미 ‘신데렐라 스토리’의 한 챕터를 펴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후 다시 방랑자로 추락한 끝에 멋진 세컨드 챕터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
반면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다나븐 맥냅(32)은 1999년 신인 드래프트 때 당당히 종합 2번으로 지명된 대어였다. 하지만 미 전국에서 가장 까다롭고 억세다는 필라델피아 팬들이 그를 반겨주기는커녕 그 선택을 비난하며 야유부터 쏟아낸 기억이 생생하다. 게다가 맥냅은 불과 2개월 전 바보 소리를 듣고 벤치로 밀린 수모까지 당해 가슴에 쌓인 것이 많다.
오는 18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피닉스 대학 스테디엄에서 벌어지는 이번 NFC 결승은 그들이 대망의 수퍼보울 XLIII(43) 진출권을 놓고 맞붙는 ‘외나무다리의 결투’다.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물건을 진열하던 점원이 아레나리그를 거쳐 수퍼보울 MVP로 등극한 극적 드라마가 연출된 지 어느 새 9년이 지났다. 워너는 1999년 정규시즌 개막 직전 주전 쿼터백 트렌트 그린이 무릎부상으로 쓰러진 기회에 세인트루이스 램스를 수퍼보울 정상까지 끌어올렸던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워너는 그 후에도 ‘지상 최고의 쇼’(The Greatest Show on Earth)로 불리던 램스의 활화산 오펜스를 이끌고 두 차례 더 수퍼보울에 올라 두 번째 우승과 두 번째 MVP의 감격을 안기도 했다.
워너는 그러나 2004년 후배 마크 벌저에 밀려 다시 초라한 신세가 됐다. 벌저에 주전의 자리를 빼앗긴 워너는 곧 뉴욕 자이언츠로 이적, 새 출발을 시도했지만 그곳에서도 또 다른 젊은이, 일라이 매닝이 나타나 앞을 가로 막았다.
카디널스도 사실은 USC 출신 맷 라인아트가 준비될 때까지만 잠깐 기용할 계획으로 워너를 영입했다. 하지만 사생활이 복잡하기로 유명한 라인아트의 성장이 더뎌 스타터로 뛰는 기간이 연장된 것. 카디널스의 켄 위즌헌트 감독은 “어차피 플레이오프에도 못 나갈 팀이 길게 보고 라인아트와 같은 장래 스타를 키우지 않고 눈앞만 보고 한물 간 쿼터백을 계속 쓴다”는 비난을 감수하며 고민 끝 워너로 밀고나간 결과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카디널스가 홈구장에서 컨퍼런스 결승을 치르게 된 것은 NFL 역사상 처음이다.
워너는 이에 대해 “나는 항상 내 자신을 믿었다. 너무 늙어 더 이상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고 판단했으면 이미 은퇴했을 것”이라며 “믿고 맡겨준 구단과 감독이 있었다는 점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맥냅은 필라델피아의 ‘미운 오리새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FL 최정상급 ‘호투준족’ 쿼터백 치고는 더 이상 심한 소리를 많이 듣는 쿼터백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는 이글스가 컨퍼런스 결승 ‘단골’이면서 아직까지 우승은 못한 영향이 크다.
맥냅은 지난 3년 동안 테럴 오웬스란 ‘망나니’ 동료와 잦은 부상 등 온갖 수난을 다 겪었다. 하지만 불과 2개월 전이 커리어 최대 위기였다.
6승5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려워 보이던 마당에 11월16일 약체 신시내티 벵갈스와의 경기를 졸전 끝 무승부로 끝낸 뒤 인터뷰에서 “NFL에 무승부 제도가 있는 줄도 몰랐다”는 어이없는 대답을 하는 바람에 룰도 모르는 선수로 바보 취급을 받게 됐다. 그리고는 바로 그 다음 주 볼티모어 레이븐스전에서 최악으로 부진, 앤디 리드 감독이 경기 도중 끄집어내 벤치에 앉혔다.
그때 백업 쿼터백 케빈 캅이 어느 정도 준비된 모습을 보였더라면 주전 쿼터백의 자리는 그에게 넘어갔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캅은 더 헤매 리드 감독이 할 수 없이 맥냅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것이었다.
그 결과 맥냅은 나흘 후 바로 이 카디널스와의 땡스기빙 대결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맥냅만 살아난 게 아니라 그 사건으로 인해 팀 전체가 정신이 번쩍 들어 그 후 6승1패를 달리고 있다.
리드 이글스 감독은 지난주 적지에서 디펜딩 수퍼보울 챔피언 자이언츠를 고꾸라뜨린 후 “NFL 최고 쿼터백은 다나븐 맥냅이다. 아무 것도 안 될 상황에서 계속 무엇이든 만들어내는데… 두 말 할 필요도 없다”며 맥냅을 극찬했다.
하지만 둘 다 이길 수는 없다. 워너와 맥냅. 둘 중에 누가 꿈의 무대에 오르는 시나리오인지 엔딩이 궁금하다.
<이규태 기자>
이글스 QB 다나븐 맥냅.
카디널스 QB 커트 워너.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