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 /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The Tao of Tao / 도[道]의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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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a superior person hears of the Tao,
he diligently puts it into practice.
When an average person hears of the Tao,
he believes half of it, and doubts the other half.
When a foolish person hears of the Tao,
he laughs out loud at the very idea.
뛰어난 선비는 도[道]를 들음에
부지런히 수행하며 닦는다.
보통 선비는 도[道]를 듣고
반쯤 믿고 반쯤 흘려 버린다.
어리석은 자는 도[道]란 말 한 마디에
그저 한바탕 크게 비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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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을 만나 점심을 하러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늘 친절한 그 분의 차에 올라타는 순간, 잘 만들어진 우리말 주간지의
표지가 확 눈에 들어옵니다. 눈에 익은 한문 붓글씨 네 글자가 2009년
신년휘호로 장식되고 있었습니다. 마침, 올핸 늘 벼르던 서예공부를 한번
제대로 시작해보는 게 어떨까 생각 중이었는데……
“아, 이 분이 누구더라? 맞아, 그 분. 귀 설지 않은 그 분의 아호가
“대음희성”이란 네 자 위로 오버랩 됩니다. “大音希聲!”
아, 이 말을 여기서 다시 듣게 되다니! 큰 소리는 희미하다. “무슨 뜻입니까?”
늘 순박한 마음을 갖고 사는 운전석의 지인이 묻습니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말인데, ‘대음희성’이라, 진짜 큰 소리는 소리가 희미하다는 뜻이지요.”
“그게 무슨 뜻이냐고요?”
“……”
“한자 말 네 글잔 모두 알겠는데, 대체 그 뜻이 뭐냐고요?”
“어, …… 지금 우리가 점심 먹으러 가는 이 순간 말입니다. 이 자동차가 굴러가는 이 땅 말이에요. 이 지구란 별은 지금 굉장히 빠른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돌며 스스로도 어지러울 정도로 자전하는 중이지요. 지구 밖 우주에서 들어 보면 엄청난 굉음을 내며 무서운 속도로 돌고 도는 게 바로 이 땅이란 말씀입니다. 그런데, 고막을 터뜨릴 정도의 그토록 엄청난 그 소리가 지금 들립니까? …… 그러니, ‘대음희성’이랄 수 밖에요.”
“그 소리를 진짜 들어보셨어요?”
“오래 전 그 소리를 녹음한 시디가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지요. 우주의 맥박을 녹음한 소리, 마치 태아가 어미의 자궁 속에서 듣는 소리와 흡사하다 해서 이른바 에너지 대체요법의 하나인 ‘진동의학’ Vibrational Medicine]으로 쓰여지기도 했죠. 거대한 침묵의 밑바닥에 도도히 깔려있는 그 거대한 굉음이 사실 사람의 신경안정에 아주 좋은 소리라는 선전문구도 생각납니다.”
“아, 그렇군요. 그러니까, 아주 큰 소리가 진짜 전혀 안 들릴 수도 있다는 얘기로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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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a superior person hears of the Tao,
she diligently puts it into practice.
When an average person hears of the Tao,
she believes half of it, and doubts the other half.
When a foolish person hears of the Tao,
she laughs out loud at the very idea.
뛰어난 사람은 도[道]를 들음에
부지런히 수행하며 닦는다.
보통 사람은 도[道]를 듣고
반쯤 믿고 반쯤 흘려 버린다.
어리석은 사람은 도[道]란 말 한 마디에
그저 한바탕 비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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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은 이미 전 인류의 영적 자산입니다.
어림잡아 2500년 전쯤 쓰여진 중국의 고전이 이젠 250종이 넘는 말로
골고루 번역되었고, 지금 오늘도 또 새로운 번역과 주석이 누군가에 의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게 바로 ‘타오 티 칭’ [Tao Te Ching]. 도[道]란 말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룩한 일갈로 시작되는 시공초월의 지혜서, 그 도덕경의 41장 말씀이 바로 ‘대음희성’ [大音希聲!]이란 네 자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배우는 자, 닦는 자, 선비의 근기[根機]에 따라 세 종류를 구별합니다.
상근기는 알아들어 그대로 닦고, 중근기는 반신반의하는데, 하근기는 깔깔깔 웃어대며 비웃습니다.
“뭐라고요? 도가 어떻다고요? 말 할 수 없는 도를 떠드는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웃기지 마시오. 큰 소리가 안 들린다니 혹시 귀라도 먹은 게 아니오?”
그럴 줄 알고, 노자는 이미 이렇게 덧붙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근기를] 웃게 하지 않는 것은 진정한 도라고 할 것이 못 된다.”
If he didn’t laugh, it wouldn’t be the Tao. [정말 앞을 내다보는 분이죠, 노자는!]
말로 할 수 없고 이름 지을 수 없는 도. 말해버리면 이미 도가 아닌 도. 이름 지으면, 이미 그 이름이 아닌 도. 말도 이름도 다 떠난, 하지만 동시에 말과 이름 속에 두루 내재하고 있는 도. 병 속에 넣어 둘 수도, 병 밖으로 꺼낼 수도 없는, 이래저래 어쩔 수 없기에 둘 다 통해 버리는 도.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며 또 동시에 하나일 수 밖에 없는 도. 도대체 이 도 아니며 도인 도[道]가 도 아니면 또 뭐란 말인고!
흔히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 합니다. 큰 그릇은 늦게 이룬다... 그렇게
대기만성형 사람을 영어론 ‘a late bloomer’라 하지요. 늦게 꽃피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바로 이 대기만성이란 말도 도덕경 41장에 나오는데
대음희성[大音希聲]이란 말 바로 앞에 붙어 있습니다. 밝은 도[道]는 어두운 듯하고, 전진하는 도는 뒤로 물러서는 듯하며, 평탄한 도는 울퉁불퉁해 보이고, 상덕[上德]은 마치 빈 골짜기 같으며, 등등 이어지다 결국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지고 큰 음[音]은 소리가 희미하다고 말합니다.
2009년 벽두 지인의 차 안에서 우연히(?) 다시 맞닥뜨린 대음희성[大音希聲]!
2009년 한 해, 노자를 벗삼아 서예를 익히고 유유자적 자연과 친화하리라.
그러고 보니, ‘대음희성’이란 신년휘호는 결국 ‘도[道]의 도[道]’를 내 안에 다시 한 번 깊게 각인시키는 희미한 굉음에 다름 아니었군요.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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