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랬듯이 새순이 고개를 내밀고 뒷마당의 개나리가 담장을 노오랗게 물들일때면 새 희망에 부풀어 여러가지 계획을 세워 본 것이 벌써 몇번 째인가. 올해는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채 다짐하기도 전에 한해가 훌쩍 가버리고 준비 안된채 허둥지둥 새해를 또 맞게 되는것같다.
이룬 것도 없이 흘러만 가는세월. 전에는 가장 무서운게 보릿 고개적에 쌀독에서 쌀 긁는 소리였다는데 지금은 세월이라고 말들을 한다.
.
마흔부터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지라하던데, 책임은 커녕 좀더 우아하게 늙어가고 싶었건만 말썽 많은 아들녀석이 허락을 안해주니 키우면서 거칠어진 말투와 괄괄하고 억세어져 가는 목소리 생활 전선에서 열심히 산다는 미명하에 이사람 저사람과 부딪치며 번뜩이는 실갱이만큼 내 얼굴에 한줄한줄 주름과 함께 파고든다.
억척스럽고 심술까지 붙어 섬뜩섬뜩 놀라곤하는 나의 낯설은 중년 아줌마의 얼굴. 그것도 모자라 함께 굵어지는 팔뚝과 땅은 얼마든지 넓다고 옆으로 늘어만 가는 허리살.
중년의 나이 얼굴에 지금부터라도 고상한척 책임을 지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것만 도데체 가족들이 협조를 안해준다.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올해로 벌써 20년 째가 된다.
사연도 많았고 가슴앓이도 많았던 시간들. 서로 변할때도 됐건만 절대로 안 변하는 고정관념 . 경기가 어려운 요즘에 우리 또한 피해 갈 수 없는 한파 인지라 부쩍 더 심한 남편의 고집. 서로를 잘 알것 같으면서도 반복되는 고정 관념의 상처로 한바탕 말다툼을 하고 운전대를 잡고 무작정 나섰다.
고속도를 30-40분 달렸을까? 달리는 동안 내내 괘씸한 남편을 마구잡이로 원망하며 자유롭게 혼자 살 계획을 열심히 세워본다.
아직 대학을 눈앞에둔 막내 아들 녀석은 누가 맡을까? 아이들에겐 뭐라고 이해를 시킬까? 20년이나 희생 했으니 이제 더 이상은 못해. 나도 혼자서 자유롭게 살꺼야. 남편이 있어 그동안 편했을 지는 몰라도 많이 행복 하지는 않았어.
혼자 열심히 씩씩거리면서 10년 20년 앞으로의 거대한 계획을 계속 쌓고 있었다.
한없이 가던중 대형 쇼핑몰이 눈에 띄어 이럴때 기분이나 좀내자! 홧김에 그동안 사고 싶은것 나를 위해서 한번 제대로 써보자! 그동안 살림하느라 가족들에게 양보만하고 못사본게 분통해서 의기양양 발걸음도 힘차게 가슴은 쫙 펴고- 마치 전쟁터에 승리를 장담하는 장군의 마음으로 당당하게 샾을 향했다.
아!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지 모른다.
내 머리는 온통 남편의 원망과 앞으로의 남편 없이 살 계획으로 가득 아주 가득차 있었건만?
“이게 웬일이야~ 나는 역시 구제 불능이야.”
어이 없는 일이 내 의지 와는 상관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느새 내 손에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을 가진 남편의 옷차림을 늘 신경 써 온지라 파격 세일 유명 메이커에 그만 나는 시장통 속 인파에 이리 저리 밀리면서도 나도 질세라 함께 흽쓸리며 놓치면 큰일 날세라 마구잡이로 남편 옷을 몇개씩 골라 들고 있는 내모습.
어이없는 나를 보며 그냥 서서 웃었다. 이게뭐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 이게 우리도 모르게 살아온 20년 부부 생활인거지? 어쩔수없는 습관이 되버린 가정주부의 통상적인 현실에 나는 그냥 내 머리속의 홀로서기 계획을 묻은 채 집으로 돌아온 그 날- 며칠새 비바람에 추웠음에도 불구하고 앞마당에 아이보리 색깔의 고고한 난꽃이 피어 빙그레 웃으며 마중나와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싸우고 사랑하고 분노하며 살아왔고 앞으로 반도 안남은 인생 또 얼마나 반복하며 살아갈 것이고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인생의 맛을 그렇게 느끼며 새해에는 또 새 달력을 걸며 새 희망에 부풀어 본다.
추운 겨울 땅속 에서도 꽃을 피우는 것처럼 부부 싸움 아픔속에 오히려 부둥켜 안는 정이 있듯이 이제 남편과 나는 서로의 소유가 아닌 각자의 영역 속에서 자유함을 느끼며 공간 창출을 이해하고 존중하려 한다.
이제 눈빛만으로도 숨소리로 아니 느낌으로도 서로를 알수 있는 부부인 만큼 있는 그대로를 받아 들여야지. 그리고 열심히 싸우고 사랑해야지.
이 우주 한 일부에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각자의 인생고에서도 꽃을 피워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신의 귀한 존재이니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