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 선택한 제츠, 버린 쿼터백의 복수로 PO 진출 무산
뉴욕서 미움만 받던 채드 페닝턴 마이애미서 ‘백조’ 변신
1승15패 돌핀스를 AFC 동부조 챔프로 끌어올린 주인공
28일 막을 내린 2008 NFL 정규시즌에는 ‘드라마틱 엔딩’이 유달리도 많았다. 디트로이트 라이온스가 리그 역사상 첫 16전 전패 시즌을 작성하고 만 것을 비롯해 샌디에고 차저스가 4승8패로 처졌던 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것, 시즌 개막전에서 MVP 쿼터백 탐 브레이드를 무릎부상으로 잃은 지난 시즌의 준우승 팀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가 차저스보다 3승을 더 올리고도 탈락한 것, 온갖 수난을 다 겪은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달라스 카우보이스를 대파한 동시에 탬파베이 버카니어스와 시카고 베어스의 패배가 겹친 행운에 플레이오프행 막차를 탄 것,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던 ‘콩가루 집안’ 카우보이스가 마지막 경기서 끝내는 탈락한 것, 간판스타 쿼터백 마이클 빅이 투견장 운영혐의로 감옥에 가는 바람에 쑥대밭이 됐던 애틀랜타 팰콘스가 신인 감독과 신인 쿼터백을 앞세워 1년 만에 당장 다시 플레이오프에 오른 것, 디비전 우승에 AFC의 2번 시드까지 확정된 피츠버그 스틸러스가 그 아무 것도 건질 게 없는 경기에 스타 쿼터백을 계속 뛰게 내버려뒀다가 그가 뇌진탕(concussion)으로 실려 나가는 바람에 비상이 걸린 것 등 끝까지 드라마가 넘쳤다.
하지만 올해 최고 NFL 드라마는 뉴욕 제츠의 추락과 제츠에서 버림받았던 채드 페닝턴의 ‘인생역전’ 스토리였는지도 모른다. 제츠는 우승의 꿈을 이루기 위해 페닝턴을 버리고 은퇴를 번복한 ‘그린베이 패커스의 전설’ 브렛 파브를 불러들였지만 결국 마이애미 돌핀스를 몰고 돌아온 페닝턴에 발목잡혀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페닝턴이 지난해 1승15패로 헤맸던 팀을 당장 AFC 정상으로 끌어올리며 ‘백조’로 변신한 스토리였다.
제츠와 돌핀스. 파브와 페닝턴. 두 구단과 두 선수의 시즌 운명이 지난 28일 뉴욕에서 벌어진 시즌 피날레서 맞대결로 판가름 난 것은 ‘시적 정의’(Poetic Justice·권선징악)였다고 말하는 풋볼 팬들이 많다.
페닝턴은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하는 죄(?)로 뉴욕에서 미움만 받다 올 시즌 직전 파브에 밀려 마이애미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돌핀스에게는 실수 없이 정확한 공을 던지는 ‘두뇌파 쿼터백’ 페닝턴이 11승5패와 1승15패 시즌의 가장 큰 차이였다고 과언이 아니다. 카우보이스의 어시스턴트 코치였던 토니 스프라노를 데려다 감독 자리에 앉힌 돌핀스는 페닝턴이란 쿼터백을 주워 가질 수 있었던 덕분에 ‘올해의 감독’상 후보가 됐다.
반면 제츠는 파브가 새 오펜스에 적응하지 못하며 이날 마지막 경기에서 3개를 포함, 인터셉션을 리그 최다 19개나 던지는 바람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파브가 1년을 더 뛰길 원한다 해도 이제는 제츠가 거부할 것이라는 소문이 거세다.
페닝턴은 “우연히 디비전 우승을 뉴욕에서 결정짓게 된 것”이라며 “복수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료들이 “CP, CP, 우리가 대신 말할게”라며 나서 취재기자들을 붙잡고는 “리그 MVP는 채드 페닝턴이다. 비디오를 분석해 보라. 사람들이 자꾸 빠른 공을 못 던진다고 흠 잡는데 인터셉션 없이 터치다운 패스만 많은 것을 보라”고 했다. 파브와 대조를 이루는 점이다.
돌핀스 라인배커 채닝 크라우더는 “제츠가 파브를 영입한 것보다 좋은 소식이 없었다. 그 덕분에 우리에게 훌륭한 쿼터백이 생긴 게 아닌가. 나는 페닝턴보다 좋은 쿼터백과 한 팀에서 뛰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패커스가 파브와의 맞대결을 우려, 디비전 내 라이벌로는 ‘트레이드 불가’를 선언했던 반면 제츠의 에릭 맨지니 감독은 페닝턴을 우습게 여긴 나머지 그가 디비전 라이벌로 가는 것에 대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결과 페닝턴의 손에 죽게 된 셈이다. 맨지니 감독은 이에 대해 “분명히 우리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맨지니 감독은 29일 그 책임을 물어 해고 됐다.
<이규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