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힘드시지요’ ‘간밤에 무사하셨습니까’
하루가 다르게 긴박하게 돌아가는 경제상황 속에서 한인들이 주고받는 인사 내용이다.
올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인들의 화두는 2차 대전 이후 최악이라는 불황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개념조차 생소했던 서브프라인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가 지난해 초 미국을 강타하면서 야기된 금융 불안과 신용경색이 올해에는 결국 실물경기로 확산되면서 미국을 비롯, 한국, 중국, 일본, 유럽, 남미 등 전 세계가 경기침체의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경기불황은 미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주택경기를 강타, 소비자들의 지갑을 얼어붙게 하는 사태를 불러왔다. 또 리스크에 대한 냉정한 판단보다는 수익률에 눈이 먼 투자은행과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개발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과 연계된 투자 파생상품이 연이어 부실화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졌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해가 지지 않는 팍스 아메리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업들인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 업계도 연방정부의 구제금융에 존폐여부가 걸려있는 상황이다.
남가주를 비롯, 전국 주택시장 악화는 실물경기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주택이 재산목록 1호인 상황에서 주택가격의 폭락은 소비위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소매경기 침체, 대규모 실업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연방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연방정부는 7,0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 금융권에 대한 긴급 자금 및 유동성 지원에 나서고 있는 등 무려 8조5,000억달러 규모의 공적 자금을 이미 투입했거나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연방 기금금리를 사상 최초로 1% 이하로 인하, 0% 금리 시대를 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도 취임 후 300만개 일자리 창출을 골자로 한 1조 달러 규모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계획하고 있다.
남가주 한인사회 역시 미국 경기 침체 위기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인사회도 극심한 소비경기 위축으로 소매업소가 줄이어 문을 닫고 있으며 한인 은행권과 기업들도 경영실적 악화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교수신문이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와 주요 학회장, 교수협의회 회장 등 1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호질기의’(護質忌醫)를 선정했다.
호질기의란 ‘병이 있는데도 의사한테 보여 치료받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과실이 있으면서도 남의 충고를 받기 싫어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사회전반에 걸쳐 화해와 겸손, 절제보다는 자기주장과 오만, 사리사욕에 빠진 한국의 현실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그렇다. 집값이 마냥 오를 줄 알고, 소득은 계속 증가할 줄 알고, 파생상품은 계속 팔릴 줄 알고 경기의 주체인 우리 모두가 분수에 넘는 생활을 하다 보니 경기가 과열되고 결국 불황이라는 조정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몸도 과식이나 무리를 하다보면 병이 생기고 한 동안 약을 먹으면서 몸을 추스리는 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다행히 미국과 전 세계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과 금리 인하 정책, 원유가 등 원자재 하락 등의 ‘약발’이 효력을 발휘, 내년 3분기부터는 미국과 세계 경기가 바닥을 치고 완만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긍정적인 경기전망이 대세론으로 굳혀지고 있다.
2009년은 기축년, 소의 해다. 우직하면서도 온순하고 끈질기며 힘이 세나 사납지 않고 순종적인 소의 천성은 우리에게 근면과 성실을 상징한다.
‘천천히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속담처럼 끈기 있게 꾸준히 노력하여 결국 성공을 이룬다는 말처럼 2009년은 경기도 바닥을 치고 회복세에 돌입하는 해가 될 것이다. ‘시간은 정직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생각하게 된다. 행복할 때는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 같아 아쉽고 힘들 때는 하루가 1년같이 느껴질지 모르지만 시간은 변함없이 정직하다. 또 지위와 재산, 인종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다.
변하지 않는 계절의 약속처럼, 아무 조건 없이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주는 가족처럼, 마음을 터놓고 기댈 수 있는 친구처럼, 그렇게 시간은 변함없이 갈 것이고 우리에게 경기회복이라는 선물을 선사할 것이다.
조환동 경제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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