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널뛰는 환율
2008년 하반기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속히 치솟으면서 널뛰기 장세를 만들었다. 금융위기로 폭락과 반등이 이어지면서 갈피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불안정한 원/달러 환율은 한국 뿐아니라 한인사회에서도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었다. 한국 송금과 달러 계좌 개설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유학생과 주재원,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악몽이 됐다.
2008년을 뒤흔든 원/달러 환율 폭등을 정리해본다.
■ 폭등하는 환율
1월초만해도 달러 당 940원대였던 환율은 4월 1,000원대를 돌파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금융위기가 전세계적으로 불거진 9월 이후 환율은 통제의 끈을 놓았다. 9월에는 환율이 1,100원대를 넘고, 10월1일 1,214원에서 10월8일에는 1,334원, 10월10일에는 1,400원대를 돌파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10월29일에는 1,478원에 오르더니, 11월24일 최고치인 1,509원을 기록했다. 지난 98년 3월 이후 10년 8개월만에 1,500원대를 기록한 것이다. 한국 뿐아니라 미국과 세계 증시의 하락 여파와 외화 유동성 부족 현상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정부의 통화 안정을 위한 전방위 노력으로 간신히 고비를 넘긴 환율은 12월23일 현재 1,354원을 나타냈다. 지난해 12월에 925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것으로 올한해 환율이 얼마나 요동쳤는지를 알 수 있다.달러가 대체로 강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유독 원화에 대해 더 큰 폭으로 오른 것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특성상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더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미국 금융위기의 파장이 원/달러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한인은행의 한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유독 폭등하는 것은 한국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만큼 세계경기가 둔화됐을 때 타격도 컸던 것이라고 말했다.
■ 엇갈리는 환율 명암
환율 폭등은 한인들의 환차익을 노린 투자에는 좋은 소식이지만, 한국에서 송금을 받아야 하는 주재원과 유학생 등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 폭등으로 한인사회에서는 한국계 은행들이 실시하고 있는 원화 통장 또는 송금이 활기를 띄었으며, 한국내 부동산 투자 붐도 다시 불었다.
우리아메리카은행의 한국 원화 계좌 개설 중계 서비스를 실시했으며 신한아메리카도 모행인 한국 신한은행과 연계해 송금 및 외화예금 개설 서비스를 확대했다. 고객이 원하는 송금 방식에 따라 자동으로 송금되는 금융상품인 ‘신한 마이월드 송금통장’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한국내 은행의 외화예금 금리가 연 6%대에 달해 높은 이자수익은 물론이고, 환차익도 겨냥한 것이다. 미국 경기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한인들은 한국의 부동산으로 눈을 돌렸다. 한인들은 한국내 아파트와 상가에 주목했다. 한국 부동산이 안정됐다는 판단과 함께 환율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다.이를 겨냥한 투자 설명회도 줄을 이었다. 우리아메리카은행은 지난 11월 한국 투자 재태크 세미나를 열고, 한국 금융시장 동향과 한국 투자 절차, 부동산 투자, 한국 투자 관련 세법 등에 대한 설명회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반면 환율이 또다시 급등하면서 유학생 및 주재원, 한국 관광객을 겨냥한 관광업계 등은 시름이 커졌다.유학생과 주재원들은 환율 폭등으로 생활비가 40% 정도 깎이는 손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뉴저지 소재 H 지상사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환율이 오른 것도 문제지만 예측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환율에 민감한 관광이나 온라인샤핑몰을 운영하는 한인 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대한통운의 권오문 상무는 “환율 폭등으로 한국의 온라인업체들이 구매를 뚝 끊었다”며 “환율이 1,200
원대 이하로 떨어져야 다시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널뛰기를 하면 장기적인 전망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에 한인 무역도매업계와 수입업체들도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었다.뉴욕한인경제인협회 정재건 회장은 “상품 주문을 할 때 시즌보다 3-6개월 정도 앞서 주문하고, 생산해야 하는데, 올해처럼 환율이 불안정하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환율 전망
최근 한국정부는 외환시장이 위기를 넘겼다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1,50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300원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금융권의 달러 유동성 또한 여유가 있는 것으로 지표상 나타나고 있는 덕이다. 경상수지도 지난 10월을 기점으로 흑자로 전환했고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방위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글로벌 자금경색도 해소될 조짐이다.
외화자금시장뿐만 아니라 외환시장 지표도 파란불이 켜져 있다. 원/달러 환율은 23일 현재 1,354원을 기록하면서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이 같은 환율하락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져 1,200원 초반에서 올 연말 환율종가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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