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준한 ‘아흔아홉 스위치백’지나니 군데군데 잔설
마운트 휘트니<상>
나는 한 지인으로부터 마운트 휘트니 등산허가가 있는데 올라가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휘트니는 1만4,500피트(약 4,350m)의 미국 본토 최고봉으로 산악인들의 등산 신청이 폭주해 당국은 추첨으로 허가를 내주는데 여기에 당첨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72세의 나이 부담도 있고 또 주위에서 만류하는 소리가 높았지만 매주 1회 산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하는 기대를 가지고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출발 일자가 되어 중가주 오웬스 밸리에 있는 론 파인이라는 도시에서 일박을 한 후 이튿날 새벽 등반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었으며 과연 명산답게 각종 수목과 야생화가 들어차 있으며 가끔 나타나는 개천을 돌과 통나무로 된 징검다리로 건너는 맛이 아주 좋았다.
약 4시간 정도 올라가니 깎아지른 듯한 산봉우리 사이로 초원들이 나타나고 아담한 호수가 있어 흰 구름과 산봉우리를 반사하고 있었다. 이름하여 거울 호수(Mirror Lake). 우리나라에서도 맑은 물을 보면 명경지수, 즉 거울 같이 맑은 물이라 하였는데 이 사람들도 거울호수라고 이름을 붙인 것을 보면 사람의 생각은 모두 같은 것 같다.
베이스캠프에 도착 여기서 일박하게 되었다. 밤 8시쯤 밖에 나와 보니 도회지에서는 보기 힘든 선명한 오렌지 색깔의 큰 둥근 달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튿날 새벽 정상을 향한 등반이 시작됐다. 험준하기로 유명한 아흔아홉의 스위치 백(갈지자형의 산길)이 시작된다.
이 트레일은 1930년에 이미 완성되었다고 하니 그때 우리는 일제 식민지하에서 신음하던 때가 아닌가. 너무나도 차이가 나는 과거를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흔아홉 고비를 넘어 트레일 크레스트라는 지점에 도달했다. 크레스트란 닭의 벼슬을 가리키는 말로, 말하자면 산꼭대기 쪽에 왔다는 것이다.
이제 수목은 전혀 없고 능선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펼쳐진 트레일 좌우에는 거대한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고 여름이지만 골짜기에는 아직도 군데군데 눈이 남아 있다.
론파인에서 바라다 본 미국 본토 최고봉인 마운트 휘트니.
◆마운트 휘트니 및 주변 관광지
미국 본토 최고봉이라는 이름답게 여름철 성수기에는 휘트니 트레일 등정 허가를 받기가 무척 어렵다. 비수기인 11월에서 다음해 4월까지는 허가 없이 출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기간에는 출발점부터 눈으로 덮여 있어 동계산행의 장비와 훈련이 선결되어야 한다. 아마추어들의 겨울 등반을 절대 권하지 않는다.
휘트니 등정은 395번 하이웨이상에 있는 도시 론파인(Lone Pine)부터 시작되는데 이곳은 꼭 등산을 하지 않아도 한번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론파인에서 시작해 비숍(Bishop)을 걸쳐 모노 레익(Mono Lake)에 이르는 오웬스 밸리(Owens Valley)의 395번 하이웨이는 하늘을 찌를 듯한 시에라의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이어지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드라이빙 코스다.
395번을 가로지르다가 원하는 산행 도로들인 마운트 위트니 초입, 어니언 밸리(Onion Valley), 비숍 크릭, 락 크릭(Rock Creek), 사브리나(Sabrina) 레익 등으로 나와서 시에라의 절경을 구경하면 된다. 론 파인은 마운트 휘트니의 초입이기도 하지만 데스밸리 관광객들이 여장을 푸는 곳이기도 하다. 타운 입구에 안내센터가 있어 이스턴 시에라 관광의 본부라고 할 수 있다.
론파인에서 서쪽으로 13마일 정도 산을 오르면 등정이 시작되는 유명한 휘트니 포탈(Portal)을 만나게 된다. 해발 6,800피트까지 도로가 산을 타고 올라간다. 옛날 용맹한 장수들이 쓰던 날선 창검처럼 하늘을 찌를 듯 솟아난 고산의 봉우리들이 숨 막히는 절경을 선사한다. 상큼한 솔향기가 짙게 배어나오는 소나무 숲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포탈로 들어가는 도로변, 타운에서 2마일 떨어진 앨라배마 힐스(Alabama Hills)는 론파인의 또 다른 관광명소다. 로이 로저스, 진 오트리, 험프리 보가드 등이 주연한 100여개의 서부 영화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휘트니 정산 인근에는 수목은 전혀 없고 능선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펼쳐진 트레일 좌우에는 거대한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노희준
<풀러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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