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다시 손, 발 마주 잡으려면 조금은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6.15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에 대한 MB정부의 확고한 다짐 때문이다. 북한이 바라는 ‘전면이행’으로 행로를 바꾸기가 말같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말이 쉬워 1) 비핵화 진전 2) 국민의 동의 3) 사업의 타당성 4) 재정부담 능력 등을 먼저 따져 보겠다고 했다. 어느 것 하나도 손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뒤틀려 갈 줄은 몰랐다. 더욱이나 북미 직접 대화를 주장해 온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 그 열기가 식기도 전인 지금을 틈타...
북한은 남북관계에서 강경쪽으로 확 기운다. 지난 12일, 북한의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는 (한국)정부가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데 대해 “우리(북)의 존엄과 체제에 대한 정면도전이고 우리 공화국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며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전면부정”이라 비난하며 1) 판문점 적십자 연락 대표부 폐쇄 2) 북한측 대표 철수 3) 판문점을 경유하는 모든 남북 직통전화 통로 단절 등을 밝혔다. 이는13일, 사실로 판명되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판문점을 경유한 대북 직통전화가운데 적십자 라인은 통화가 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또 남북 장성급회담 북측대표단 김영철 단장은 12일, 남측 군 당국에 보낸 전화 통지문에서 “위임에 따라 12월 1일부터 1차적으로 군사분계선을 통한 모든 육로통행을 엄격히 제한, 차단하는 우리 군대의 실제적인 중대 조치가 단행된다는 것을 정식으로 통고한다”고 알려 왔다. 여기서도 김영철 단장은 “역사적인 두 선언(6.15선언과 10.4 정상 선언)에 대한 남조선 당국의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가 최종적으로 확인됐다”며 “남조선 당국은 현 북남관계가 전면차단이라는 중대기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1차적”이라는 단어가 있다해도 그 의중을 파악하기 어렵다.
어깨 너머로 봐도 예삿일이 아니다. 북한은 통신을 통한 접촉마저도 끊겠다는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다. 모두가 알듯이 판문점 남북 직통전화는 1971년 남북 적십자회담 이후 개설, 37년 동안 사실상 남북 당국간 핫라인 구실을 톡톡히 해 왔다. 그런데 이제 먹통이 된다는 말, 어쩌다 남북관계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안타까운 일이다.
남북관계가 이렇게 엉키게 되면 군(軍)의 목소리만 남게 되고, 북한 강성 군부의 기세가 군사분계선을 뒤덮을지 아무도 모른다. 12월 1일부터 개성공단 입주 기업이나 관광객 등에 대한 통행, 통신, 통관 등을 군이 나서서 더욱 까다롭게 굴겠다는 말인데, 언제 어떻게 ‘몽니’를 부릴지 누가 알 것인가. 기업인이나 기업에 딸린 식솔들 그리고 관광객들은 늘 불안에 시달려 손을 떼고 몸을 멀리 하게 될 것. ‘개성 경제특구’의 앞날이 어둡다.
더더욱 북한 외무성이 북핵 검증 방식에서 “시료채취를 거부”하고 나온 속셈이 노리는 표적은 무엇일까. 미국의 수염을 뽑겠다는 강기다. 북핵 검증에서 시료채취(샘플링)는 철저하고 정확한 검증을 위한 핵심사항이고 필수조치이다. 미 국무부는 10월 11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면서 북한과의 이행사항에 대해 “시료 채취를 포함한 과학적인 절차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합의문과는 별도로 문서로 정리하지 않은 양해사항’인 것이다. 바로 이같은 꼬투리를 잡고 북한 외무성은 내용을 뒤엎은 것이다. 어찌 보면 미국 대통령 당선인 ‘버락 오바마’와 그 팀 그리고 MB정부를 하나로 묶어 흔들겠다는 책략이고, 핵 보유국으로 살아남겠다는 결의일 수도 있다.
북한의 의중은 확실하다. 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문제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지키고, 필요한 거래에서 실속을 차지하겠다는 것이리라. 잃을 것이 없는 북한이다.
문제는 한국 정부다. 남북 사이의 ‘상생, 공영’을 앞당길 ‘소통과 교류의 길’이 막힌다. 황금같은 9개월 말고도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것들이 냉엄한 현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다리는 것도 때로는 전략”이라 말했다. 기회와 행운은 준비하고 기다리는 자가 받을 상(賞)이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그것이 바로 풀어야 할 문제이고, MB가 짊어져야 할 짐이다. 과연 한반도의 주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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