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살며 / 이종혁 이스트베이 캘리포니아 주립대 객원교수
대통령선거가 끝난 이틀후 매주 모이는 어떤 모임에서였다. 회의 구성원은 약 70%가 백인, 20% 흑인 나머지 10%가 아시아계인데 온통 축제 분위기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축하 한다고 악수하고 포옹을 나누는가 하면 우리가 해냈어 (we did it)라고 외치며 하이 파이브도 한다. 오바마를 당선 시키고 서로 하는 인사다.
흑인 보다는 백인들이 더 열광적이다. 한 백인 회원이 일어나 내가 이나라에 살고, 미국인이라는게 자랑스럽다고 눈물을 글썽거린다.
이렇게 이번 선거는 어떤 한 인종에게만 뜨거운 마음을 안겨 준게 아니고 미국민 전체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 물론 이번 선거가 일리노이주 한 초선의원 오바마의 그동안 보여준 지도력과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한 비전도 중요하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그가 혼자만의 힘으로 대권에 도전하고 당선된 것은 아니다. 여기까지 오기에 넘었을 산이 여럿이 있었을 터이고 또한 앞으로 넘어야할 산도 많이 있을 것이다.
비백인들이 미국에 살며 겪은 불이익은 셀 수가 없으리만치 많다. 아시아인으로 처음 가주 연방의원이된 S.I.하야까와의 아버지는 1900년초 미국에서 목격한 일때문에 미국을 등진다. 더운날 옷을 잘입은 아시아인이 식당에 들어가 맥주를 시켰다. 백인 바텐더가 잔뜩 맥주가 담긴 잔을 들고와 그사람 얼굴에 뿌리며 나가라고 소리 첬다고 한다. 이런 곳에서 자식들을 키우면 큰일 나겠다고 하여 카나다에 정착하고 아들을 전세계 굴지의 언어 학자로 만들었다. 그는 나중에 상항 주립대학 총장을 거처 상원의원이된다.
1960년대 상항지역 한인사회의 지도급 인사였던 김모씨는 텍사스에서 대학을 마치고 이곳에 정착하고 그가 하는 무역업도 성황을 이루었다. 데일리 씨티에 집을 사려하니 비백인 한테 집을 팔지 못한는 조항(Restrictive covenant) 때문에 사지못해 백인 친구 한테 돈을 주고 사게 했다. 앨라베미즈 어떤 흑인 주일학교에 백인이 폭탄을 투척 하여 여러명의 사상자가 났다.
제 2차 세계대전때 흑인들이 육군 항공대(당시에 공군은 없었다)에 조종사로 입대하려는데 흑인들은 지능이 낮어 비행기 조종을 못한다고 하며 거부 당했다. 이를 보고 받은 엘러노 루스벨트 대통령부인이 흑인이 조종하는 비행기에 시승을 하여 문제는 해결됐고, 흑인들로 조직된 터스키기 비행단은 전쟁에서 혁혁한 공훈을 세운다. 1950년대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가주에서 타인종과의 결혼이 법으로 금지되어 흑백 커플은 다른 주 특히 네바다 등지에 가서 결혼하기도 했다. 제시 잭슨같은 이는 대통령에 몇번 출마하기도 했다. 꼭 되리라는 것보다 비백인에 꿈을 실어주기 위함이었다. 이 이외에도 많다. 이런일들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1960년대 월남전당시 버클리대학에서 free speech운동이 시작되었다. 백인 에게서 일기 시작한 특히 소수민족을 위한 인권보호 운동이 주류사회 참여의 효시가 됐다. 이를 기화로 흑인들의 정치 경제 참여가 눈에 뜨이게 늘어 났다. 약 40여년 지난 2008년에 두번째로 1960년대 버금가는 일을 벌리고 백인의 잠자던 양식을 깨운다. 조상들의 과오를 회개하는 마음과 그들이 갖고 있는 페어플레이 정신이 크게 작용 했을 것이다. 백인 지식층과 젊은층이 백인 위주 지도층에 반기를 든다.
오바마가 꽤나 운이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 미국은 중동 전쟁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별안간 닥친 경제 대란 때문에 이제는 지도자가 꼭 바뀌여야 된다는 사실이 유권자의 마음을 크게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4년전 혜성처럼 나타나 초선 연방상원이 되고 그의 자서전 ‘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 제목처럼 대권에 도전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담대한 희망이 소수민족이기에 감내 하였던 불이익을 아우르며 큰발을 내 디뎠던 것이다. 그것을 대다수의 투표자인 백인들이 받아들였다. 남북전쟁이 끝난 1860년대 남부에서 있은 The Reconstruction 이후에 오는 이변중에 이변이고 가히 혁명이라고도 할수 있다. 이제 백인들 주도권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고 한다. ‘담대한 희망’이 현실화된다. 정말 감격스럽다. 정말 내가 한국계 미국사람이라는게 자랑스럽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아니 한국계가 미합중국 대통령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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