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4일은 미국정치사뿐만 아니라 세계역사에 큰 획을 그은 날이다. 노예에서 해방된지 146년 만에, 유색인종에게 투표권이 주어진지 반세기 조금 지난 후에 최초의 흑인 미국대통령이 탄생한 날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상가인 도크빌이 오래전 미국을 여행하고 나서 미국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위대한 나라’라고 천명한 바와 같이 나도 미국의 위대한 나라임을 이번에 두 번째 체득하였다.
1970년대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직전 대통령직을 사퇴했던 정치적인 혼란 가운데에서도 미국정치가 아무런 흔들림 없이 버티어 나가는 것을 관망하고 그 당시 미국의 위대성을 감탄한 적이 있다. 오바마의 44대 대통령 당선은 미국의 위대성을 다시 감탄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미국 국민들의 오바마 선택은 여러 가지 정치적, 선거 캠페인 전략적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우선순위의 원인을 꼽으라면 경제적인 이유, 즉 국제적인 금융위기일 것이다. 그래서 오바마는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이후 곧 경제자문단을 구성하고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침체라고 회자되는 금융위기의 타개책을 강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11월7일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전반적이지는 않지만 약간의 방향 제시를 비춰주었다. 그가 선거 유세 중 나타냈던 정책 내용과 기자회견의 방향 제시를 근거로 하여 그의 금융위기 구체정책을 점검해본다면 중앙은행의 화폐정책을 통하여 경제위기를 해결하려고 하는 ‘큰 은행’ 노선이 아니고, 정부가 직접 경제 각 분야에 간섭해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고 하는 ‘큰 정부’ 노선임을 알 수 있다.
레이건 행정부와 아버지, 아들 부시 행정부가 화폐주의에 근거한 큰 은행 노선을 밀고나왔다고 한다면, 지금의 세계적 금융위기는 큰 은행 전략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너무나 방대하고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래서 오바마의 경제자문위원단은 큰 정부 전략을 선호하고 역설했을 것이다. 이는 오바마 자신의 근본가치와 정치철학에도 부합한 것으로 여겨진다.
큰 정부 전략의 역사는 1929년 대공황에 대한 타개책으로 뉴딜정책을 제시했던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인나드 케인즈로 거슬러 올라간다. 큰 정부 노선은 정부가 경제의 중요한 주체로서 큰 은행 노선에서와 같이 국민경제 진행의 단순한 ‘심판자’로서가 아니라 ‘플레이어’ 또는 ‘코치’로 국민경제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오바마가 제시하는 큰 정부 전략을 내용은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현대 자본주의를 금융자금관리자의 자본주의라고 명명할 정도로 방만하고 자유분망한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하여 투명성과 책임성을 분명하게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는 제규제주의(Reregulation)이다. 어느 추산에 의하면 금융파생상품(Derivatives)은 그 종류도 그리 쉽게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하며 그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세계 GDP의 11배 이상이 되는 600조 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금융자금관리자들이 위험부담을 분산하기 위하여 금융파생상품을 창조할 때마다 레버레지를 축적 확대하게 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포크로저가 확대되면서 각종 금융자산의 가치는 거품으로 꺼지게 된 것이 금융위기의 시발이다. 금융파생상품의 창조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이 확실하였다고 한다면 지금의 금융위기는 잉태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둘째, 금융위기로 인하여 도산위험 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산업, 중소기업, 주 지방 정부 등을 지원해주는 재정지원주의(Financial Assistance)이다. 재정지원주의는 기술개발과 대체 에너지 개발에도 학대된다.
셋째, 오바마의 기본 정치철학이라고 여겨지는 중산층 증진주의(Middle-Class Growth)이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금감면도, 실업수당 증대도, 보건혜택 확대도, 일자리 창출도, 어려운 모기지 구제도, 모두 중산층을 돕고 증진시키는 데에 역점을 두고 있다.
넷째, 국민경제의 보호와 견실한 성장을 위하여 대외교역에 대한 보호주의(Protectionism)을 선호한다. 한미 FTA가 어떻게 될지 앞으로의 추세를 두고 볼 일이다.
오바마의 큰 정부 금융위기 타개전략은 규제완화(Deregulation), 자유선택(Autonomy), 상류층 우대(High-Class Priority), 개방주의(Open Economy) 등을 내세우면서 금유위기를 화폐주의정책으로 타개하려고 하는 큰 은행 전략과 대층을 이룬다. 금번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방대성과 심각성으로 보아서 오바마의 큰 정부 전략이 유효할는지 모를 일이다. 그의 전략을 뉴 뉴딜(New New Deal)이거나 신진보주의(New Progressive)라고 부른다.
그러나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금융위기가 해결된 후 오바마의 큰 정부 전략이 계속될 경우 미국경제가 지금의 유럽식 사회주의적 시장자본주의로 발전해 나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유럽 경제는 저성장과 고실업으로 오랫동안 골치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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