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노선 통한 국민통합 추구
리처드 최/한미민주당협 고문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의 예비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승리를 거뒀다. 그러더니 본선에서도 “흑인이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 시선을 보기 좋게 잠재우며 전 세계 유일의 초강국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무엇이 그를 여기까지 오게 했을까. 나는 이 답을 알면 오바마 차기 대통령의 통치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그래서 이를 곰곰 생각해 봤는데 내 자신의 인종적 배경이 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나는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많은 사색에 잠겼다. 이런 사색으로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감정의 늪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 같은 과정은 나의 정체성 정립에 큰 역할을 했다.
오바마의 검은 피부색은 그가 자라온 백인 환경을 벗어나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하는데 운명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14년을 한국에서 김치를 먹고 자라다 미국에 온 나에게는 한국에서 경험한 한국문화가 한인이라는 정체성에 이르도록 했다.
두 인종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두 가지 문화의 충돌을 겪으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의 긍정적인 결과는 모든 문제의 답이 꼭 하나만은 아니라는, 일종의 다양성을 포용한다는 것이다.
백인 가족에게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그래도 흑인이라는 모순은 개인에게 혼란을 안겨줄 수 있다. 하지만 오바마는 이런 혼란 속에서 허우적대지 않고 이런 좌절과 절망의 환경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켜 미국의 지도자로 성장했다. 그가 경험한 많은 다른 문화들은 그의 정체성 확립 뿐 아니라 다른 피부색, 다른 의견에 대해 마음이 열리도록 만들어 준 아주 소중한 자산이었다.
나는 오바마의 당선을 정치적 승리를 넘어 선 미국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의 당선연설을 지켜보면서 감격의 울음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흑인을 포함한 모든 소수계가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은 천지개벽할 사건이 아닌가. 미국인들의 혜안에 존경심이 우러난다.
4년 전 보스턴 전당대회에서 미래의 대통령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해 보며 담소를 나눴던 기억이 새롭게 다가온다. 그는 정말 친절했으며 다른 일 때문에 한 시간 늦게 도착한 그에게 “당신이 보고 싶어 버티며 기다렸다”고 하자 미안해하며 어쩔 줄 모르던 그의 모습이 선명하다. 오바마는 콜린 파월 장군의 지적처럼 이 시대에 미국이 필요로 하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축복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면서 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높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 대해걱정하지 않는다. 상원은 누가 장악하든 거의 중도 지향적이고 하원에서는 진보 목소리가 커지겠지만 오바마 차기 대통령은 클린턴식의 중도 지향적 정책을 펼칠 것이라 확신한다.
어차피 많은 자리에 클린턴 정권 출신들이 갈 것이고 이중문화 출신자들도 기용될 것이다. 오바마처럼 이중문화를 경험하면서 정체성 문제를 해결한 사람들은 극에서 극으로 가지 않는다.
결국 타협과 양보를 추구하고 배려를 중시하는 오바마는 양쪽을 아우르는 중도 지향적 정책을 펼쳐 나갈 것 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의 미국상황은 당파적 다툼을 계속할 만큼 한가하지도 않다.
금융위기 타개를 비롯해 국민통합 등 전 미국인들을 하나로 묶어야 하는 과제가 오바마 앞에 산적해 있다. 오바마 정권의 성공적인 앞날을 빈다.
반성위에서 미래 재설계해야
찰스 김 전 한미연합회 전국회장
지난 4일 미국 국민들은 앞으로 4년간 미국을 이끌어 갈 미국의 얼굴로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를 선택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을 선택한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과연 미국이 흑인 대통령을 뽑을 것인가”라는 의문과 질문이 수없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렸다.그러나 결과는 엄청난 경제문제 때문에 인종문제가 오바마의 당선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는 미국 국민들이 오바마, 아니 민주당이 좋아서 그에게 표를 던졌다기 보다는 지난 8년간의 공화당 부시 정권에 대한 불신임을 표로 나타낸 것이라고 본다. 물론 연방의회를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으니까 공동책임이 있다고 하겠지만, 대통령은 한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대표이기 때문에, 지난 8년을 부시 정부가, 또 공화당이 책임져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나는 공화당으로 등록된 유권자로 공화당 정책을 더 지지하는 사람 중의 하나지만 지금의 상황이 초래된데 대해서는 공화당에게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투덜대며 변명할 것이 아니라 기름 값을 세배나 뛰게 만들고, 미국경제를 파탄에 이르도록 만든 것, 또 미국국민들을 이라크전쟁에서 멀어지게 만든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해야 할 때이다.
전 세계 다른 국가들과 껄끄러운 관계가 되고, 테러국들과의 관계도 어정쩡한 모습으로 갈팡질팡 하는듯한 외교력을 보여준 것이라든가, 미국 대도시의 문제점을 간과하고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는 소시민들과 소수계 이민자들의 삶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도 공화당이 책임져야 한다.
매캐인이라는 후보를 선출하여 당이 보수와 중도로 분열 되도록 만든 것, 일방적으로 밀어 부치는 이민정책, 외교정책, 국방정책 등 공화당은 이번 선거로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몰매를 맞은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공화당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관심의 매를 맞았다고 생각해야 한다.
공화당은 먼저 이번 선거로 나타난 민심을 잘 분석하고, 뭐가 잘못되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왜 민심이 공화당을 떠났는지, 공화당 스스로의 모습을 직시하고 반성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두 번째로는, 미국의 대도시들이 왜 민주당만을 선호하는지 피부로 느낄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는 대도시를 석권한 민주당이 더 잘 알고 있는 소수계의 이슈들이 민주당만의 것이 아니라 공화당의 이슈가 되어야 한다. 일부러라도 소수계를 껴안는, 또 소수계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들을 감동시킬 수가 있어야 한다. 흑인노예를 해방시킨 링컨의 공화당이 왜 흑인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지 정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
세번째로는, 국민들과의 대화의 갭을 진보언론들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국민들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말로만 레이건 대통령을 들먹거리지 말고, 레이건 대통령의 대화법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기회에 가슴만 뜨거운 민주당에 대항하여 머리는 이성적이지만 가슴은 차가운 공화당이 아니라, 공화당에도 뜨거운 가슴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가 있어야 한다.
정권을 거머쥔 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공화당에게도 재집권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이번 패배는 쓰라리지만 공화당을 재정비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도 볼 수 있다. 좋은 정책과 대화를 통해 국민을 감동시키는 공화당으로 거듭난다면 머지않아 기회는 다시 찾아오게 될 것이다.
오바마정부가 미국을 잘 이끌어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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