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안해지면서 기업들 절약 모드
연말 파티 취소하거나 줄이는 분위기
케이터링·파티 업체들 일감 줄어 울상
캐비아와 화려한 오르되브르, 값비싼 샴페인과 고급 포도주, 호화로운 식기에 담긴 최고급 요리들을 이번 연말에는 구경하기 어려울 것 같다. 경기가 나빠진데다 초호화 파티의 주 고객이었던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연말 파티 분위기가 ‘검약’ 모드로 돌아서고 있다. 기업들은 파티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추세이다. 지난 몇 년 흥청망청 하던 기업들의 할러데이 시즌 파티가 올해는 조용하고 차분해질 전망이다.
뉴욕에서 고급 케이터링 업체를 운영하는 대니 마이어는 이번에 대규모 할러데이 파티 3개를 잃어버렸다. 지난해 그의 업체가 파티를 맡았던 3개 투자은행들이 모두 파티를 취소해버린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한 금융 회사는 연말 파티에 평소 주문하던 고급 샴페인과 와인 대신 이번에 하우스 와인을 주문했다. 1인당 40달러씩 파티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서다.
시장이 소용돌이 치고, 감원 바람이 불고, 은행들이 무너지는 암울한 계절을 맞으면서 기업들이 연말 파티가 찬바람을 맞고 있다. 케이터링 업체나 파티 대행업체들에 따르면 파티를 취소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보다 흔하기는 파티 예산을 줄이는 것이다.
파티 메뉴를 단순하게 바꾸고, 초대 손님 숫자를 줄이며, 파티 시간을 줄이고, 호사스런 식기류를 피함으로써 파티 경비를 줄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들이 이같이 검소한 파티로 돌아선 이유는 물론 지금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한 푼이라도 절약을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고급 케이터링 업체인 글로리어스 푸드의 선 드리스콜 사장은 말한다.
“로마가 불타고 있을 때 우리만 신나게 놀 수는 없다는 사실에 모두 신경을 쓰고 있지요. 코스 시작으로 캐비아를 주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바닥으로 떨어진 사기를 올리는 데 연말 파티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기업들도 있다. 특히 봉급 인상이나 보너스가 별로 없을 이번 연말에 규모나 스타일은 어떠하든 파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중 이때는 자그마한 사교 행사를 통해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힘든 해에는 더욱 그렇지요”-월스트릿 법률회사 시어만 & 스털링의 대변인 피터 호로위츠는 말한다. 이 회사는 이번에 덜 비싼 식당들에서 할러데이 오찬과 정찬 파티를 할 예정이다.
집에서 파티를 여는 경우도 분위기는 같다. 리만 브라더스의 부사장인 조나단과 에일린 코헨 부부는 평소 파티를 열 때면 어린 양고기 요리에 싱싱한 꽃 장식으로 고급스런 디너를 준비한다. 하지만 며칠 전 핼로윈 파티에 에일린은 코스코에서 사온 애피타이저와 칠면조 고기 칠리 를 준비했다. 조나단은 리먼 브라더스 파산 절차를 돕느라 다행히 아직 현직에 있다.
가까운 사람들끼리 “여전히 같이 모이고 싶지만 이제는 한 사람이 비용을 다 떠안을 필요는 없다. 친구들과 팟락을 자주 하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고 에일린은 전한다.
파티가 소박해지면서 테이블의 꽃 장식도 바뀌고 있다. 꽃 대신 사과로 장식하는 식이다. 싱싱한 사과로 테이블을 장식하면 비용도 절약될 뿐 아니라 실용적이다.
아울러 고급 샴페인은 보통 샴페인으로 바뀌고 생선 요리들은 미트로프 정도로 바뀌는 추세다.
이런 분위기는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난다. 경제적으로 모두 어려운 시기에 너무 호화로운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는 정서 때문이다. 감수성의 문제이다.
기업들은 외부로 드러나는 모습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잘못 흥청거리는 파티를 했다가는 A.I.G. 꼴이 날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85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긴급 지원받아 파산을 모면했던 A.I.G.는 기금을 받은 직후 캘리포니아의 호화 해변 휴양지에서 수십만 달러를 들여 간부들 단합대회를 가져서 비웃음을 샀었다.
ABC 뉴스는 뉴욕, LA, 워싱턴 지부 연례 파티를 없애는 것과 아울러 다른 절약 방안들도 도입하고 있다. 회사 중역들이 구독하던 모든 신문과 잡지를 끊고 출장 시 B급 호텔에 머물기로 방침을 정했다.
두 눈을 뜨고 있는 사람 치고 경제가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는 상황을 못 볼 수는 없을테니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절약해서 뉴스 취재하는 데 쓰려는 것이라고 ABC 뉴스 측은 설명한다.
지난달 30일 7,000명 감원을 발표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한걸음 더 나갔다. 올해 연말 파티를 취소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2009년 파티도 없애 버렸다.
이렇게 아예 파티를 취소하는 경우들도 있지만 그 보다는 줄이고 축소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국별로 열던 파티를 회사 전체 파티로 통일하는 식이다. 그렇게 되면 파티 장식비용이며 밴드 초청비용, 장소 빌리는 비용을 절약할 수가 있다.
아울러 참가 인원을 줄이거나 부부 동반 대신 직원만 참석하게 하는 등의 절약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개발회사를 운영하는 로이스 멀홀랜드 사장은 매년 연례 할러데이 파티에 100~120명을 초대했지만 이번에는 80~90명으로 인원을 줄일 계획이다. 재정 위기의 영향으로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올해 우리에게 도움을 줬고 내년에 우리가 기대야 할 분들에게 감사의 표시는 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렇게 절약, 검약, 검소가 파티의 주제가 되다 보니 식기류 빌리는 데 들어가는 예산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전 같으면 레녹스 등 고급 그릇들을 쓰던 회사들이 평범한 보통 유리잔과 접시를 쓰는 분위기이다. 무엇이든 가장 기본적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두드러진 현상 중의 하나는 파티 계획을 연기하는 것이라고 케이터링 업체들은 말한다. 지금처럼 경제가 요동치는 때면 과연 한달 후에 파티를 할 수 있을 지 없을 지 일반 개인도, 기업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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