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12년전 일이다. 내가 이스트베이 상공회의소 회장할때 회원중에 한사람이 오클랜드 시당국에서 우리에게 협조를 구한다고 전했다.
지난 5년동안 하고 있는 무주택자와 저소득층을 위한 추수 감사절만찬을 도와달라고 했다. 여러 가지 요청 중에 음식 준비하는 경비, 추위에 시달리는 홈리스를 위한 담요와 겨울옷들도 필요 하다고 했다. 평생을 홈리스로 지낸 사람들도 있지만 직업을 잃고 졸지에 길에 내 몰린 사람 등 여러 층이있다. 월남전 참전 예비역들도 적지 않은 숫자다. 이들을 위하여 오클랜드 시 사회복지국 (Human Service Department)은 여러해동안 오크랜드 스카티쉬 라이트 홀을 빌려 추수감사절 이틀전 화요일에 시 각지에서온 홈리스와 저소득층에게 따듯한 음식을 제공 한다. 우리 상공회의소 임원들과 회의 하여 돕기로 했다.
우선 우리 커뮤니티에 호소하기 시작했다. 우리와 가까운 한국출신 화교한테도 부탁해 첫해인 1998년에 여러곳에서1만달러를 성공적으로 모금했다.
낼만한 사람들과 단체에 호소도 했는데 보기좋게 거절 당하기도 했다. 화교 단체의 2,000달러 기부를 시작으로 2,000달러 몇 십 달러에 이르기까지 개인 독지가들로부터 어렵게 모은 기금이었다. 교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었다. 참 고맙고 눈물겨운 기부금이었다. 나머지 약 1만5,000달러는 시당국과 관련 기관에서 협조해 주었다.
교포 언론매체를 통하여 봉사자를 찾으니 약150여명이 등록하고 당일에 도착했다. 북가주 해병대 전우회회원, 산호세 롸이더스 클럽, 이화여대동문회등 동포 여러단체, 교회와 개인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연락이 된 오클랜드 시 경찰과 소방대원 그리고 기존에 봉사해오던 여러 사람들이다. 같이 일하는 시당국 직원들이 짧은 시일안에 동원된 우리 동포들의 적극성과 기동성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야기가 퍼저 나가며 주류 사회 언론 매체애서도 많은 취재를 했다. 한국사람들이 주가 된 봉사자를 보고 놀란 기자들의 사진 풀래쉬가 터졌고 TV 카메라가 바삐 돌아갔다.
여러 가지 곡절이 있었다. 시 에서 하는것으로 알고 음식하청을 준 사람들이 애를 먹이며 바가지를 씨우려 하여 그들을 달래고 야단도 쳤다. 식당뒷문으로 요리할 칠면조가 없어졌다. 예전에 그랬던 모양이다. 전에는 시당국사람들이 별로 감독을 하지 않었던 것 같다. 어떤 홈리스가 화장실을 잘못 썼다하여 건물 매니저가 화장실 문을 열쇠로 잠가 싸움을 해가며 문을 다시 열게 하는등 순서에 차질이 있었지만, 봉사자들에 의해 음식이 식탁에 서브됐다.
접시에 담긴 음식이 훌륭했다. 로스트 터키, 스터핑, 크랜베리쏘스, 얨(yam)에 살랏 과 펌킨 파이등 어느 가정 못지 않은 음식이었다. 음식먹고 나가며 행사위원장인 나를 포옹하는데 목욕을 언제 했는지 악취가 났다.
여러 사람과 포옹을 하고 나니 나도 그 익숙해 젔는지 별로 냄새를 맡지 못했다.
여흥순서도 참 다양 했다. 이스트 베이 합창단공연에, 우리 풍물시범에 전통적인 재즈 연주에 열광했다. 나와서 춤 추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노래를 같이 하는 사람도 있다. 여러 봉사자들이 이렇게 커뮤니티를 위해 일할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한국사람이외에도 백인 흑인, 그외 여러 인종의 봉사자들이 혼연일체가 되며 인종의 벽을 허무는 순간을 목격 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 이게 미국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우리가 여러 인종과 같이 일할 기회가 있었으면 여러해전에 있었던 LA 폭동도 미연에 방지할수 있었을게 아니냐고 자문 자답도 했다.
그때 LA에 흑인과 한국인들의 대화의 창구가 있었으면 엄청난 피해 확산을 방지 할수 있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일을 같이 하며 서먹서먹 하기도 했고, 흑인들의 이상한 눈초리에도 신경이 쓰였다. 무슨 장사속으로 봉사하는게 아닌가 하는 태도였다. 이제 여러해 봉사하다 보니 그렇게 서로 반가울수 없고 한 형제 같다. 세월이 지나며 오클랜드 중심가에 위치한 Marriott Hotel Grand Ball Room에서 3년전부터 행사를 한다. 한번에 700 여명씩 세번 걸쳐 2,500여명에 음식을 대접한다.
나도 12년간 행사를 주최하며 예전 처럼 싸울 필요도 없다. 약3시간 동안 직접 사회를 보며 그동안 우리를 도운 고마운 분들께 인사한다. 금년11월25일행사에 벌써 봉사자들의 전화가 걸려오고 기부금이 답지한다. 금년도 전해 처럼 행사를 무사히 치르기를 바란다. 우리가 주류 사회에 이렇게 봉사할수 있는 기회에 마음이 뿌듯하다. 두번째 조국의 그늘진 곳에서 봉사하는 우리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이렇게 우리는 이 땅에 뿌리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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