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커뮤니케이션학 박사/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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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And Eternity in an Hour.
한 알 모래 속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 속에 천국을 보자면,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無限]을 간직하고
한 시간 속에 영원을 간직할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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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청명한 북 캘리포니아의 가을하늘이 어디 따로 볼 곳도 없게 그저 파랗기만 합니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노라니 초점잃은 두 눈이 파란 하늘 속에 풍덩 빠져 버립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높은 하늘 속에서 헤엄치다 보니 어느덧 해가 중천에 걸려 있습니다. 가을 낙엽이 띄엄띄엄 날리는 주말 오후, 오솔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 오는 길 여기저기 피어 있는 들꽃 위로 벌들이 바삐 날아 다님을 봅니다.
가을 냄새는 묘한 전생기억을 자극합니다. 아주 어릴 적 동네 어귀에서 늦게까지 놀다 집으로 돌아올 때 맡던 밥과 찌게 그리고 반찬들이 알맞게 버무려진 그 옛 냄새도 불현듯 가을 바람 속에 짙은 후각 기억으로 되살아 납니다. 지금 어른의 몸으로 보고 냄새 맡는 환경과는 전혀 동떨어진 옛 기억의 인식이 이토록 진하게 재생되고 있음에 부르르 떨며 스스로 놀랍니다. 그리고, 아차 하는 아주 부지불식간 그 찰나에 바로 이 기억의 ‘주인공’과 힐끗 조우합니다. 그리고, 묻게 됩니다, “그런데, 그 주인공을 살짝 알아채는 그 또 다른 주인공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무심코 채인 돌 뿌리에 지금 여기의 인식으로 회귀합니다. “Good Day!”하며 마주쳐 지나치는 중년 미국 신사의 미소에 담긴 친절함이 기분 좋게 다가옵니다. 다시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아까부터 그토록 파란 하늘이 지금도 변함없이 그저 파랗습니다. 인식의 주체를 알아채던 그 인식, 그리고 그 인식마저 알아챈 같고 다른 또 하나의 인식과 어설픈 숨바꼭질을 하던 그 동안 내내, 높은 가을 하늘은 그저 파랗게 파랄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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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And Eternity in an Hour.
한 알 모래 속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 속에 천국을 보자면,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無限]을 간직하고
한 시간 속에 영원을 간직할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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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중엽 무렵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신비가 윌리엄 블레이크의 말씀입니다. 정규교육은 별로 받지 못하였고, 15세 때부터 판각가(板刻家) 밑에서 일을 배웠던 William Blake는 1783년 친구의 도움으로 습작 시집을 출판하였으며, 1784년 부친 사망 후 판화(版畵) 가게를 열어 독특한 채색 인쇄법을 고안하기도 했습니다. Blake는 어릴 때부터 신비한 상상력을 지녀 창가에서 천사와 얘기하고 언덕 위에 올라 하늘을 만진 체험이 있다고 하며, 그러한 신비로운 체험을 깔끔한 시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모래 알갱이 하나 속에 세상 전체를 보라 합니다. 양자물리학을 들먹이고 ‘Holographic Universe’ 운운하며 최첨단 과학지식을 총동원한다 할지라도, 한 알 모래 알갱이 속에 들어 있는 신[神]의 모습을 감지하지 못한다면 삶의 의미가 뭐겠느냐 묻고 있습니다. 모래 알갱이 하나하나에 고루 들어있는 신의 편재를 모르고서 진정한 삶의 뜻을 어찌 알겠느냐 묻습니다.
무심코 피어있는 들꽃 한 송이 안에 들어있는 천국을 보라 합니다. 고요히 피어있는 꽃 한 송이가 침묵으로 전하는 신의 속삭임을 잘 새겨 들으라 권합니다. 모든 새의 울음이 바로 내 귀를 위한 것이듯, 해의 뜨고 짐도 바로 내 실존의 그림자에 다름 아니듯, 들꽃 한 송이 안에 함의된 하늘의 뜻을 제대로 알아채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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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And Eternity in an Hour.
한 알 모래 속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 속에 천국을 보자면,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無限]을 간직하고
한 시간 속에 영원을 간직할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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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래 알 속 세상을 보고 들꽃 속 천국을 보기를 원한다면 몇 가지 해야 할 일이 있다 합니다. 하늘을 직접 손으로 만지고 창문 밖 천사와 얘기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며 미소 짓던 신비가[神秘家] 블레이크가 말합니다. 천국과 지옥의 경계를 쉽게 넘나들던 스웨덴의 신비가 스웨덴보그[Swedenborg]와의 교감을 신나게 읊어내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 모래 속 세상과 들꽃 속 천국은 그저 보이는 게 아니라 말합니다.
그러려면, 손바닥 안에 무한을 간직해야 한다 전합니다. 그러려면, 한 시간이란 유한 속에 영원을 간직해야 한다 전합니다. 그렇게 초월적 인식이 가능한 경우에만, 그렇게 범상한 인식의 경계를 초탈해 있어야만, 비로소 모래 알갱이 하나가 바로 이 세상 전체요, 들꽃 한 송이가 바로 하늘나라임을 알아채게 된다 합니다.
눈귀코혀몸뜻 이런 몸뚱이 감각기관을 통한 인식으론 어림없다 합니다. 내 눈을 통해 우주를 보는 바로 그 우주 자체가 되어야 비로소 모래 알갱이 하나 속에 온통 들어 있는 세상을 보게 된다 합니다. 이렇게 아찔한 메시지를 전하는 Blake는 어디선가 또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If the doors of perception were cleansed
Every thing would appear to man as it is,
Infinite!
인식의 문이 깨끗이 닦여지면
사람 눈에 보이는 건 오직 있는 그대로의 모습,
바로 무한일 뿐!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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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for the Soul 지난 글들은 우리말 야후 블로그
http://kr.blog.yahoo.com/jh3choi [영어서원 백운재],
EFTS 폴더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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