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 북한은 ‘테러지원국’이라는 족쇄에서 풀려 났다. 1988년 1월로부터 장장 20년 만이다. 그 동안 북.미사이에 오고 간 저간의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결과만을 두고 볼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 발 뒤로 물러 나 취한 조치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런 탓인지 이를 두고 워싱턴 포스트는12일, “국무부 관리들을 인용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100일 남은 상항에서 북한이 핵실험 할 수있다는 우려가 이번 결정에 작용했다’며 결국 부시 정부는 북한의 전형적인 ‘벼랑끝 전술’에 굴복했다고 지적했다.”(한국일보 10/14 참조) 의미있는 지적이고, 귀 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다. 결국,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 실험 능력과 핵무기 보유 욕구를 확인.만천하에 인정하는데 앞 장 서 외친것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제 그 불똥이 한반도를 뒤덮기 시작한다. 북한은 16일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을 통해 이명박정부가 “우리의 존엄을 훼손하며무분별한 반공화국 대결로 계속 나간다면 우리는 부득불 북남관계의 전면 차단을 포함해 중대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10/16.참조) 한 마디로 말 한다면, 남과 북을 가르는 휴전선 철책을 다시 설치하겠다는 말 일 것이다.금강산 관광은 물론 개성공단도 폐쇠, 꿀꺽하겠다는 말 일 수도 있다. 한다면 그 냥 해 치울 수 있는 사회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본격 제기된 이후 남쪽에서 일고 있는 이런 저런 말들을 지적하면서 “우리의 최고 존엄을 감히 건드리는 것은 우리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선전포고”라며 “우리는 북남관계를 귀중히여기지만 그 누가 우리에게 도발을 걸어온다면 대결에는 대결로, 전쟁에는 전쟁으로 단호히 맞받아 나 갈 것”이라고 경고 한다. 이어그는 “이 대결과 전쟁에서 우리가 얻을 것은 통일이고 잃을 것은 군사분계선”이라며 ‘이명박정부’를 향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이명박 정부의 “반공화국 대결 책동으로 말미 암아 북남 당국 사이의 대화가 모두 단절된 것은 물론 북남관계가 동결과 악화를 넘어 일촉즉발의 격동상태에 직면하고 있다” 고 주장하며 남쪽을 계속 탓하고 있다. 참으로 엄중한 순간이다. 무시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북한이 먼저 말 문을 열고 나왔다는 사실과 함께 ‘논평원의 글’이 보여 주고 있는 작은 틈새에 주목 할 필요가 있다. 그는 “역사적인 6.15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따라 북남관계를 발전시키고 자주통일과 번영의 시대를 열어 나가는 것은 우리의 시종일관한 입장”이라고 한자락 깔고 나온다. 감춰진 속내는 분명하다. 결국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살려 달라는 호소다. 어찌보면 두 선언 서명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체면을 좀 세워 달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 볼 일이다. 이제 한반도의 앞 날을 두고, 명분과 실리를 아우르는 “실용적인 선택”이 어디쯤에 있는지도 해아려 볼 때이다. 늦어서도 미뤄서도 안 될 일이다.
한반도의 물결은 20여년만에 다시 흐르게 된다. 북.미관계가 그 변화의 중심을 이룬다. 이명박 정부의 찬.반이나 참여 여부를 떠나 변화의 속도를 더 할 것이다.모두가 잘 알 듯, 한국은 한국전쟁의 ‘휴전협정’서명 당사국이 아니다.미국과 중국.북한 뿐이다. 요즈음 말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의 빌미가 된 역사적 사건이다. 북진통일을 외치는 이승만 전대통령은 휴전으로 몰고 가는 한반도의 변화를 읽지 못한다. 미국과 중국.북한의 속네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앞으로 북.미관계의 변화가 몰고 올 ‘6.25 전쟁의 종전 선언’이나 ‘한반도의 평화협정’을 말하게 될 때 한국의 자리가 있기나 할 까.생각만 해도 아찔,열불 날 노릇이다. 어쩔 수 없었겠지만 다시 범해서는 안 될 실족(失足) 이고, 실수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그에 못지 않는 문제다. 한 치의 소흘함도 용인될 수 없는 자리다. 지금이야 말로 한반도의 주인답게 주도적인 풍모를 드높일 때다. 남과 북의 상생과 공영 그리고 통일의 자리를 마련하고, 당장 마주 할 때다. 힘을 모을 때이다.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100년 전 치욕적인 역사를 보자. 동족의 가슴을 겨눴던 55년 전 역사를 잊었는가 “북미간 구도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것은 아름다운 분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정부의 말이 뭣을 뜻하는가? 아니면 옳바른 분위기, 그 모습을 찾아 내야 한다. 손 내 밀어 마주 잡어야한다.이것 국민의 몫은 아닌가.꼭 대통령의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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