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실제의 이야기를 글로 옮긴 것이나, 본인의 생각과는 다르게 해석된 면도 없지 않을 수 있음을 미리 양지 바란다.
나는 지난 6월 말에 가족들과 함께 워싱턴을 방문할 기회가 있어서, 6일간에 걸쳐 버지니아주와 워싱턴 백악관과 국회 의사당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하루는 워싱턴 광장에 있는 전쟁기념물을 구경하게 되었다.
우선 광장 한가운데 위치한 워싱턴 기념탑에 올라가 워싱턴 시내 전경을 골고루 바라보기도 하였고, 내려와서는 2차대전 승전을 기념하는 화려하고 웅장한 2차대전 승전 기념탑을 관람한 후, 광장을 가로 질러 링컨 기념관으로 가는 도중 한국 참전 용사 기념물을 관람하였다.
각종 전투 장비로 완전무장한 채 우비를 입고 적진을 정찰하며 전진하고 있는 16개국 참전용사들의 긴장된 모습이, 긴박감과 역동감이 넘치는 형상의 동상으로 새겨져 설치되어 매우 인상적이고 감명깊었다. 그러면서 내 마음의 한구석에는 전에 뉴스와 영화에서 본 월남전 참전용사들을 기념하는 그 유명한 검은 벽이 어디엔가 있을텐데- 하는 기대감과 궁금증이 솟아났으나, 월남전쟁 기념벽은 그 어디에도 쉽게 눈에 뜨이지 않았다.
그래서 속으로 나름대로 아마도 이제까지 미국이 패배한 최초이자 유일한 전쟁이며 또 많은 미국인들이 수치로 여기는 전쟁이었기 때문에 이곳이 아닌 다른 어디엔가에 따로 설치해 놓은 모양이다 하고 포기하고 링컨 기념관을 구경한 후, 차를 파-킹한 거리를 향하여 가는 도중에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지나 온 한참 저 뒤 공원 안쪽, 땅밑의 낮은곳에 영화에서 눈에 익었던 검은 벽의 일부가 언뜻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얼른 가족들에게 손가락으로 그곳을 가리키며 저기에 월남전 참전 기념물이 있으니 그것마저 보고가자라고 재촉하여 오던 길을 되돌아 가서 관람하였다----.
마야 린(Maya, Lin)
1960년생 여자, 출생지: 중국, 1981년 당시 예일대학교 건축학과 재학생으로, 월남전쟁 기념물 디자인 공모에 응모하여 약관 21세의 나이에 1441점의 쟁쟁한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그녀의 작품은 당당히 1위로 선발되는 영광을 얻는다. 그녀는 그때 이러한 기념물 설계의 심정과 목적을 다음과 같이 술회하였다. 기념비를 설계하면서 나는 무엇이 이 기념비의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냐?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했다. 특히 20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전쟁 기념비의 목적은 과연 무엇이 되어야 하느냐?하는 점을 많이 생각하였다.
그래서 얻은 답은 이 기념비를, 정치인이나 다른 이익집단이 아닌 당사자의 가족들과 친지, 그리고 친구를 비롯하여 우리 개인들이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왜냐하면 그 전사자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그들의 고통을 아는 사람들은 그 전사자들의 이름을 보고 만지고 읽을 때, 그 전사자의 모습을 기억하고 고통을 느끼며 통곡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 그들은 그 곳에서 힘을 얻어 스스로 강해지고 자각하여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러한 것을 자각하여 수용하지 못하면, 우리는 그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진정으로 그들을 기념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그때의 고통을 넘어서고 치유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그들을 기억하고 용납하여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녀는 1980년 초에 월남전쟁 기념비 제작 설계 공모를 보았다.
그녀는 단지 학생으로서 호기심과 함께 한번 도전해 보자는 모험심을 발휘하여 자신의 친구들과 그 공모전에 한번 응모해 보자는 의논을 하였다.
그리고 워싱턴 광장 공원을 방문하여 주위의 환경과 지형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자료를 모으는 도중 월남전쟁으로 인하여 사망한 전사자의 공식 집
계가 총 57,661명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평소의 자신의 생각대로 이 57,661명의 전사자 명단을 자신이 설계하는 검은 벽면에 전사 날짜와 년대 별로 새겨 넣음으로 그들을 기념하고 기억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조감도를 만들어 자신의 설계 설명서와 함께 모집위원회에 보냈다. 그리고 그녀는 미 전국의 건축가, 조각가 또는 미술가 등, 내노라하는 유명 디자이너들의 총 응모작 1441편 가운데 당당하게도 1위로 당선되는 영광을 차지하였다. 그러나 그 영광과 기쁨도 잠시, 그녀의 21세 어린 나이에 중국계 동양여자 학생이라는 신분상 일생일대 최대의 시련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310)968-8945
키 한 뉴스타 부동산 토랜스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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