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가 무섭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단 한 사람이 밖에서 걸려 들어와도 집안 식구가 돌아가면서 감기를 앓기도 한다. 그래서 전염성이 높은 병은 단 한 사람이 걸려도 모두 앓게 되고 고통을 함께 치러야 하는 법이다.
미 금융계가 호된 몸살을 앓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가. 금융 경제에 대한 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자세히 이해하지도 못하는 이런 뉴스들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 충격들이 너무 크고 우리 모두의 삶에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무관심하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우리들의 은퇴구좌들은 거의 모두 주식에 투자되어 있고, 우리 아들딸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대학기금 역시 주식시장에 투자되어 있다.
간단히 말하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일들은 미국이 선도해 온 탐욕적인 세계 금융자본주의 시스템의 사망을 선고하고 있다고 해야 한다. 달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의 기축 통화였고, 미국은 이자율과 달러화 가치를 조정하면서 세계금융을 미국식으로 다스리면서 이익을 극대해 왔다.
그런 시스템 하에서 미국의 크고 작은 투자 은행들은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소매 금융이 아니라, 돈을 모아서 그 돈으로 이익이 되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투자하여 높은 이익을 냄으로서 더 많은 투자자와 돈을 불러들이는 ‘돈 장사’를 해 왔다. 이런 은행들은 일반은행들을 감독하는 FDIC(예금보험공사)의 감독을 제대로 받지 않고 있고, 그들의 리스크 자산이 얼마인지는 일반인은 물론 정부 당국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바이러스가 퍼지면 몇 명이 감염되었는지 어떻게 아는가? 사람이 쓰러지기 전까지는 모른다. 거대 은행들이 쓰러지면서 전염된 정도를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바이러스가 발생했으나 어느새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 등지에서 환자가 쓰러지는 일이 생기는 것과 같다. 2007년 말 노르웨이 한 마을의 은퇴연금이 파산했는데 알고 보니 그들이 연금을 가입한 은행이 미국발 서브프라임 상품에 투자한 것이었다.
자본주의는 탐욕을 기본 요소로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 점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자본이 만들어 내는 이익을 최대로 하려는 기대를 가지고 시장에 모두 뛰어드는 것이다. 이익을 내기 위하여 사람 목숨과 바꾸는 일도 쉽게 한다. 그런 해를 알기에 정책 당국은 철저한 감독을 통하여 공정하고 윤리적인 거래와 사업을 하도록 감독하고 고객 자산의 위험이 허용치 이상 커지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는 것이다.
그런데 전임 연방 준비위 의장 앨런 그린스펀도 알지 못했다고 토로한 바대로, 글로벌 금융시스템은 그 잔뿌리를 파악하기조차 어렵게 퍼져 있다. 그린스펀도 서브 프라임 리스크가 이 정도일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알았으면 이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모두가 더 많은 이익을 맛보면서 모두 같은 배를 탔고 같이 달콤한 주스를 마셨고 그 속에 무슨 독이 들었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그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후에 닥칠 충격을 대비하고 거기에 적응해 가야 할 것이다. 그 충격은 매우 클 것이라고 한다. 현재의 금융위기 뒤에는 실물 경제가 위기가 그 뒤를 따른다고 하니 일반인들이 느낄 고통은 이제 시작되고 있다는 말이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처음 맞이하는 경기침체가 다가오고 있다니 우리 모두는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의 근원은 탐욕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정답이다. 거품이 다 빠질 때까지 우리는 모두 고통을 감수해야 하고 그 후 정비될 새로운 금융시스템은 우리의 소비 패턴과 경제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지, 아니면 다행히 큰 고통이 없이 소비가 미덕인 미국식 경제의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서 안정이 찾아올 지 보아야 한다.
언제나 평범한 진리는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든가, 거품이 커지면 반드시 터지는 때가 온다는 말을 잊고 살았는데 이제 귀를 기울이고 다시 생각해야 한다.
수입이 줄어든다면 소비를 줄여야 한다. 지금보다 덜 좋은 차를 타도 괜찮다는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탐욕의 양을 줄이면 고통도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시간의 파도는 지혜롭게 그 파도를 견디는 사람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줄 것이다.
김종호
S.F. 연합감리교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