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메이지 유신 때부터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너무나 이기적이라고 할만치 외세로부터의 잠입을 철저히 관리하는 나라이다. 모든 산업에서 앞서 있으면서도 많은 산업이 외국제품의 국내시장 침투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겉모양으로는 개방이면서도 실제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은 산업이 많다. 건축업도 그렇고, 통신산업도 그렇고, 규제상에는 어쩐지 몰라도 실태를 보면 미묘하게 외국기업의 자국 진출이 너무나 미미한 것을 본다.
단합이라는 방식을 통해 자체 내에서 통제하는데, 이 단합이 너무나 은밀하고 미묘하다.
소형 승용차 시장의 공략에 성공한 일본이 미국의 고급 승용차 시장을 넘보기 시작할 때 생긴 스털링(Sterling)이라는 회사가 한 예다.
일본 혼다사와 북미주 어스틴 로버자동차가 합작하며 만들어진 회사인데 1987년에 시작하여 1992년에 로버 800시리즈 하나만을 시도하고 조용히 자취를 감추었다. 재미난 것은 그것과 비슷한 구조의 애큐라 레전드는 절찬리에 판매되었지만…
스털링이라는 회사를 만든 본 취지는 혼다의 엔진 기술과 북미주 어스틴 로버자동차의 모회사인 영국 어스틴 로버의 고급 내장기술을 같이 갖춘 자동차를 싼 값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는데, 주지할 것은 비록 스털링은 자취를 감추었어도 그것을 기점으로 혼다가 고급 승용차 브랜드를 공략하기 위해 또 다르게 시작한 애큐라에는 영국 고급 승용차에서만 볼 수 있었던 고급 내장을 볼 수 있고, 이어서 시작된 도요타의 렉서스와 닛산의 인피니티에까지도 비슷한 수준의 고급내장이 선보이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어떤 루트로 전파가 됐는지 몰라도 결과만 보면 영국의 어스틴 로버의 기술이 실패한 합작회사라는 싼 월사금으로 온 일본 자동차 산업에 고스란히 전수되어 버린 것이다.
일본의 쌀시장도 교묘한 것이, 개방된 것도 안 된 것도 아니다.
분명히 수입은 하는데 수입된 쌀은 거의 전량 양조나 과자 같은 것을 제조하는 원료로만 쓰이고 있다. 그것도 수입은 민간회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도 수입된 분량의 분배는 정부 지원 하에 이루어지고 있고, 혹 일반인들의 식탁에 올라갈까 봐 수입된 쌀은 수입되자마자 전량 농림부 산하의 창고로 이관돼 일단 으깨어진 다음에 재포장해서 분배되고 있다. 왜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는 아무도 발표하지 않고 있고, 또 알고자 하지도 않는다.
이런 일을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일본 소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가격은 다소 비싸도 역시 쌀은 일본쌀이 좋기 때문이라고 하며, 특별한 경우에만 타일랜드나 월남에서 수입된 쌀을 먹고 대부분은 일본쌀을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런 시장에 이변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유기농 쌀을 즐기는 까다로운 사람들 중에 북가주의 런드버그 농장에서 생산되는 현미가 일본 국산 쌀보다도 좋다고 인정을 하고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한 이면에는 일본 고급 유기농 식초제조업체가 있는데, 이들은 초고급 식초를 양조하면서 오로지 일본 국내에서 생산된 유기농 쌀만을 고집했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커가는 유기농 식품의 시장에 진출하면서 세계적 공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 덜미를 잡히고 만 것이다.
문제는 일본 국내의 유수의 유기농 쌀 생산업체가 까다로운 국제 유기농 식품 관리제도에 실격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 유기농 식품시장에 팔 수 있는 식초 양조에 필요한 유기농 현미를 국내 농장에서만으로는 조달 불가능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외국에서 공인을 필한 유기농 농장에서 조달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런드버그 농장이었다.
그 쌀을 연간 1,000톤의 한도 내에서 들여오게 되었는데 그 중 일부가 으깨어지지 않은 채 유기농 쌀을 선호하는 일본 국내에 팔리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일본산 현미의 반값에 팔렸지만 이제는 일본산 쌀보다 선호하는 사람이 많이 생겨서 오히려 일본 국내산보다 더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왜 이런 얘기를? 하고 궁금해 하시겠지만, 사실은 이렇게 오랫동안 국내의 비싼 쌀값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싸고 맛있는 쌀의 시장침투에서 보호받고 있던 쌀시장이 서서히 그리고 본격적으로 잠식을 당하고 있는 이 때에, 일본의 비싼 쌀을 오히려 국내에서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해외에 수출하는 농가가 있기 때문이다. 또 이것을 주도한 사람이 향년 29세인 타마끼 오사무라고 하는 청년이기 때문이다.
이 청년은 일본의 쌀의 곡창이라고 불리는 니가타현에서 쌀농사를 하고 있는데, 무슨 생각에서인가 수년 전부터 타마끼라는 이름으로 대만에 출시를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대만 쌀보다 10배나 넘는 가격으로 말이다. 그 청년이 재배하는 쌀은 1956년에 출시한 개량종 고시히카리.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 비싼 값에, 그것도 일본 사람들과는 전혀 선호가 다른 대만 사람들에게 말이다.
지금 우리가 다니는 한국마켓에도 이 고시히카리는 캘리포니아산 쌀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똑같은 시간에 일본에서는 캘리포니아 쌀이 일본쌀의 두 배의 값으로도 팔리고 있는데 말이다. 누가 이런 날이 오리라 상상이나 할 수 있었으랴!
우리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아마 자녀들보다 몇십 년 더 구세대인 우리는 성년이 되면 더 이상 무엇을 고집하는 부모가 되어서는 안 되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주에는 여름 내내 임시목사로 영어설교를 해주고 있던 교회에서 수양회가 있는데 말씀을 전해 줄 수 있냐고 부탁을 받아 가 봤더니, 우리 집에서 5분도 안 되는 호텔이다. “아니 굳이 이럴 필요가?” 했지만 근처 피어에서 쉽게 낚시도 즐기고 2박3일의 일정이 너무나 좋았다. 또 청년들의 틀에 박히지 않은 사고가 우리의 케케묵은 사고의 틀을 뛰어넘은 것이다.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213)210-3466, johnsgwhang@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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