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렌스 림(가주한인세탁협회 환경위원회)
미국 내 드라이크리닝 업계에서 한인소유 세탁공장의 비율이 전체의 40%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렇게 두 집 건너 한 집 꼴로 세탁소하면 한인이 운영하고 있어 어느 곳을 가던 한인을 만나기 위해서는 세탁소만 찾으면 된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유독 세탁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이 많은지를 묻는 미국인들에게 적당한 답변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유창한 영어가 필요없고 일요일과 공휴일에 문을 닫을 수 있다는 매력(?)때문이라고 얼버무리지만 그것도 딱 맞는 답은 아닌 것 같다.
조기 은퇴와 젊은 실업자들이 많은 한국에서도 큰 자본이나 지식이 필요하지 않고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사업쯤으로 여기는 것이 세탁소라고 한다. 세탁소라는 것이 뭐 그리 복잡할 것도 없고 손님이 들고 오는 세탁물을 받고 기계에 넣어 적당히 세탁해서 내주면 되는 것 쯤으로 대부분 생각한다. 때문에 사업계획이나 또 업종에 대한 사전 조사도 하지 않고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워나가겠다는 정도로 이 업계에 발을 들인 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렇듯 별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경험이나 지식이 없이 시작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세탁소 주인들은 대부분 고급 승용차를 몰고 번듯한 주택에서 사는 것을 흔하게 주변에서 보게 된다. 이런 모습을 보며 세탁소만 하면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생겨난 모양이다. 경쟁적으로 세탁업에 띄어 들기 위해 웃돈을 더 주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심지어 한국에서는 이민가면 망설이지 말고 시작해야 할 사업이 세탁업이라는 말까지 돌게 되다보니 투자가치는 뒷전이고 시세보다 무려 2~3배씩 더 높은 가격에도 매매가 이루어지는 현상까지 생겨났다. 수요가 넘치다보니 매달 적자가 나고 있는 업소 조차도 터무니 없는 가격을 요구하고 수십만불에 매매가 되는 기현상이 없지 않았다.
거품이 많았던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면서 세탁소도 예전같지 않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경쟁업소들로 인해 물가 인상에 따른 세탁료금을 현실화하지 못하고 각종 환경규제로 몇 만불의 세탁기계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상당기간 세탁소를 운영한 경우에는 은행 융자 납부금 등을 끝마쳐 새로운 투자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높은 가격에 세탁소를 인수한 경우는 투자비용이 지나치게 높았던 탓으로 운영 자금은 고사하고 기계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퍼크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당수의 세탁소가 다른 솔벤트를 사용하는 기계로 교체하였지만 아직도 절반 이상이 퍼크 세탁기계를 사용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기계 판매회사에서 당초 예상한 것보다 기계 교체율이나 숫자가 현저하게 적은 것은 재정적 곤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법적 규제로 15년이상된 기계의 사용이 금지되는 2010년도에는 기계를 교체하지 못하여 도산의 위험에 봉착하게 되는 세탁소가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근 퍼크기계를 폐기하지 않고 솔벤트만 대체하여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실용화단계에 있고 정부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솔벤트의 성질이나 성능을 떠나서 멀쩡한 기계를 폐기해야 할 처지에 있다가 이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될 수 있다는 희망에 가슴이 설렌다.
퍼크기계를 폐기하는 법안이 제정될 당시 CARB(가주 대기정화국) 이사회의에서는 이로 인한 세탁업자들의 재정적 충격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검토하라는 의례적인 절차만 있었다. 우리는 이로인해 실제로 심각한 충격이 있었다. 설사 퍼크기계에 넣어 쓸 수 있는 대체 솔벤트가 나타나지 않았다해도 퍼크 폐기안을 완전 폐기 또는 상당기간 유예하여 달라는 청원을 다시 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이러한 일의 결실을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해결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것도 이제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기계를 교체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이들은 오늘도 기계 구입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기계를 교체하지 못하는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는 세탁협회의 이러한 노력들이 희망이 되고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이길 수 있는 용기와 힘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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