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세계공황 이후 가장 거대한 금융위기를 치유하기 위하여 지난 19일 부시 행정부가 3페이지에 담은 7,000억 달러 대규모의 긴급 금융구출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긴급 금융구출안은 불량 모기지 관련 비유동자산을 정부가 구매해줌으로써 금융의 원활한 유통을 회복시키자는 것은 골자로 한다.
미국 의회는 과연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여 금융구출하는 것이 합당한지, 그리고 효과가 있는 것인지 하는 관점에서 긴급구출안의 주역인 재무장관 폴슨과 연방준비은행 총재 버냉키를 청문하면서 심각하게 심의하고 있다. 금주 말 아니면 다음 주 초에 합의안이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긴급 금융구출안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서 그 안의 성격을 진단할 필요가 있다.
물론 금융위기의 시작은 불량 모기지의 도산으로 각종 모기지 관련 유가증권이나 자산이 부실부채로 전락하면서 확산된 것이라고 사실적인 원인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이고 체제적인 측면에서 원인을 찾아본다면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간직하고 있는 구조적 발전에서 발견할 수 있겠다.
자본주의의 발전을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초기자본주의인 시장자본주의(Market Capitalism)는 소규모자본의 기업으로 출발하였고, 대량생산의 산업자본주의(Industrial Capitalism)로 발전하여 경제성장과 복리를 인간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산업자분주의가 재정자본주의(Financial Capitalism)로 발전하면서 자본주의 체제가 근본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결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나는 완전고용 불가능이고, 둘은 지나친 불평등이며, 셋은 불안정(Instability)과 유약성(Fragility)이다.
특히 불안정과 유약성은 재정서비스산업이 빠른 속도로 팽창해 나가면서 재정자본주의가 자금관리자 자본주의(Money Manager Capitalism)로 발전되어감에 따라 더 강화되었다. 예를 들면 재정서비스산업이 1980년대에는 미국 전 기업이익의 10%정도이었었는데 최근 40%로 놀랍게 팽창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주택값의 거품적 폭등은 자금관리자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게 된 경우이다. 금융의 팽창은 주택값의 폭등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계속하게 되어 거품폭발은 불가피한 현상이었다.
자금관리자 자본주의가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불안정과 유약성인 금융위기가 지난 주 같이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어 놓고 국민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정도로 강력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정책은 두 가지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민경제이론으로 2가지의 모델이 등장하였다.
재정시장에서 유동선호론을 내용으로 하는 ‘케인즈 모델’과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프리드만 자금주의 모델’이다. 전자는 누구든 투자자는 유동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기대와 그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불안정을 불가피하게 잉태하므로 정부의 간섭이 요청된다는 모델이다. 후자는 자금을 중요한 시장유통수단으로 간주, 중앙은행의 활동을 중요시하는 모델이다.
작년 여름 이후 연방준비은행은 화폐금융정책으로 이자율을 연속 내리고, 베어 스턴에 290억 달러, AIG에 850억 달러 등 막대한 자금의 특별융자를 풀었다. 이는 연방준비은행의 화폐금융정책활동을 통하여 금융위기를 해결해보려고 하는 자금주의 모델에 근거한 ‘큰 은행’ 전략이다(연방준비은행의 자금보유는 8천억 달러이다).
반관반민의 모기지 회사인 페니 매와 프레디 맥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금융위기가 잠들려고 하지 않자 부시 행정부가 지난 금요일 저녁 대규모의 긴급 금융구출안을 의회에 보냈다.
연방정부가 7,000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비유동 모기지관련 자산을 은행, 윌스트리트 투자은행, 기타 재정회사 등으로부터 인수하고자하는 긴급 금융구출계획은 바로 정부가 직접 관여하여 금융위기를 해소해보려고 하는 케인즈 모델에 근거한 ‘큰 정부’ 전략인 것이다.
‘큰 정부’의 긴급 금융구출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집행하느냐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세부정책내용의 수립이 중요한 관건이 된다. 이에 더하여 ▲불량모기지의 직접 통제, 구제와 ▲방만한 자금재정시장의 적절한 규제도 복합적으로 병행실시하게 될 때에 긴급 금융구출정책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Presidential election)
이인탁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1980년에 레이건 대통령이 지미 카터를, 그리고 1984년에 월터 먼데일을 압승한 이변을 제외하고는 대개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2000년 선거에서는 현 부시 대통령이 플로리다 주에서 신승함으로써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2004년 선거에서는 오하이오 주를 차지함으로써 존 케리 후보를 누르고 재선할 수 있었다.
미국 국민의 정치 성향을 볼 때 본인이 소속한 정당에 대한 충성도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공화당원은 대대손손 공화당이고 민주당원은 대대손손 민주당이다. 현 공화당 정권의 실책을 들자면 이라크 전쟁으로부터 오일 값 상승, 부실주택융자로 인한 은행 및 금융회사의 도산 등 많은 실정을 지적할 수 있지만 대통령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의 당에 대한 충성도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현 공화당 정부의 실책을 인정하면서도 공화당원은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다. 바꾸어 말하자면, 공화당 정부가 전에 없는 업적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민주당원은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없는 이유도 이러한 국민들의 당성 때문일 것으로 판단한다. 정당정치의 표본이라 생각한다. 결국 무소속 유권자와 당성이 약한 유권자에 의해 당락이 결정된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각 주(State)의 집합적 당성도 거의 바뀌지 않는다. 선거유세에 있어서 후보들이 캘리포니아나 텍사스 주 같이 당성이 확고한 주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캘리포니아는 민주당이 차지할 것이며 텍사스는 공화당이 차지할 것이 자명한 일이기 때문에 더 이상 노력할 필요가 없든가, 아무리 노력해도 예견된 결과를 뒤집을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를 적색(공화당) 주로, 텍사스를 청색(민주당) 주로 바꾸기는 앞으로 수십 년 내에는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51개 주(워싱턴 DC 포함) 중에서 다만 소수의 주 만이 그들의 지지정당을 바꾸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그리고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버지니아가 이들 주에 속한다.
메릴랜드는 전통적으로 청색(민주당)이다. 버지니아는 전통적으로 적색(공화당)이었으나 이번에는 청색으로 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2000년에 전국 개인별 인기투표(Popular vote)에서 앨 고어가 승리했으나 주별 선거인단 확보에 있어서 플로리다 주에 배당된 선거인단 27표를 부시 후보에게 내 줌으로써 인기투표에서 이기고 선거에 져야하는 이변을 창출했다.
금년 2008년 선거에서 선거 40일을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에서 오바마 후보가 인기투표에서 매케인 후보를 앞서고 있음을 주시한다. 이것이 당선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공식은 이미 설명한 바와 같다.
총 선거인단(College of Electoral Votes)은 모두 538. 이중에서 캘리포니아가 55, 텍사스가 34, 버지니아가 13, 메릴랜드가 10, 워싱턴 DC, 알라스카, 버몬트 등 인구가 적은 주에는 3표가 배당된다. 인구 비례로 배당되며 그 숫자는 해당 주에서 선출되는 상, 하원의 숫자와 동일하다. 총 538의 과반수인 270의 선거인단을 획득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버지니아(13표), 펜실베이니아(21표), 오하이오(20표), 플로리다(27표)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차기 대통령이 결정될 것이다.
위에 말한 네 개의 주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오르내리고 있으나 추세로 보아 오바마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예측한다.
누구에게 투표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투표를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버지니아 유권자가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각오로 투표에 임하기 바란다. 2008년 11월4일이 그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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