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서 수중발레 단체 테크니컬 루틴을 마치고 응원 온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한 베키 김(흰색 티셔츠)
베키 김이 출전한 베이징올림픽의 미 수중발레팀의 테크니컬 루틴 연기 모습.
“나의 금메달은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입니다”
평생 꿈이던 올림픽 출전을 가로막은 부상 악몽
가족의 사랑과 신앙의 힘으로 극복하고 꿈 이뤄낸
수중발레(Synchronized Swimming) 미 대표로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한인2세 베키 김(23·한국명 정현)에게 올림픽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평생 꿈이었던 올림픽 개막을 눈앞에 두고 그녀는 계속된 강 훈련으로 인해 양쪽 팔꿈치 인대가 모두 늘어나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양팔에 기브스를 해야했고 석 달여 동안 밤에 잠도 잘 수 없을 정도의 통증에 시달리며 올림픽 출전이라는 평생 꿈이 깨질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 큰 시련을 가족의 사랑과 신앙의 힘에 의지하여 이겨내고 당당히 올림픽 무대에 섰고 비록 목표였던 메달을 얻지는 못했지만(단체전 5위) 어쩌면 금메달보다 더 소중한 경험과 교훈, 추억을 안고 돌아왔다.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고 올림픽 무대에서 선 베키 김의 올림픽 출전경험을 본인의 수기로 소개한다.
◆벅찬 감동의 올림픽
사람들은 저마다 내게 실제 체험한 올림픽이 그 동안 꿈꿔왔던 것과 똑같았느냐고 묻는다. 그 답에 대한 대답은 한편으론 그렇고, 또 다른 편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내게 올림픽은 ‘환타지랜드’였다. 모든 순간은 위대함과 경이의 연속이고 실패나 패배란 없었다. 그런 환상적인 느낌을 개막식과 폐막식에서 체험했다. 500여명의 미 선수들과 함께 개막식장에 입장하면서 내 나라를 대표한다는 사실로 생애 그처럼 벅찬 감동과 긍지를 느낀 적이 없었다. “USA! USA! USA!”를 외쳤다. 터널을 지나 ‘새둥지’(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로 들어가면서 비디오카메라를 든 내 손은 쉴새없이 떨렸다. 너무 벅찬 흥분 가운데 입에선 꿈같은 일을 실제로 체험하는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이런 기회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계속 감사가 흘러나왔다.
◆자랑스런 아메리칸, 자랑스런 코리안
(올림픽 개막직전) 한국에서 최종 전지 훈련을 할 때 우리가 받은 환대는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팀 동료들과 코치들은 한국문화에 가득한 예절에 경탄을 금치 못했고 내게 “네가 한국인인 것이 부럽다”고 말하곤 했다. 난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이지만 한국인의 뿌리를 지닌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경기에 나설 때 미국을 대표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을 대표한다는 느낌도 강하게 다가왔다.
◆평생 꿈을 위협한 부상의 악몽
하지만 영원히 기억에 남을 추억의 순간들은 시련과 고통을 수반하고 다가왔다. 올림픽 개막을 3달쯤 남기고 큰 부상을 당했을 때 나는 선수 커리어가 끝난 줄 알았다. 내 부상은 프로야구 선수들의 팔꿈치 부상과 비슷한 것으로 수술을 하고 9개월의 재활기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수술을 한다면 올림픽 출전이 물거품이 되기에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 양팔을 모두 기브스한 뒤 한 달여 동안 어머니가 나를 씻기고 목욕시켰고 남동생이 매일 아침 양치질과 세수를 시켜주는 생활을 했다. 또 통증을 달래기 위해 수많은 종류의 약과 진통제 주사를 맞아야 했다. 악몽이었다. 동료들은 지금 꿈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데 올림픽에 못나갈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집에 누워 통증에 신음하는 것은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다. 무려 15명이나 되는 의사들과 상담하며 가능한 모든 치료를 받았으나 그 어느 것도 별다른 효과가 없는 듯 했다. 어느 의사도 내가 올림픽 개막 전에 회복될 수 있다는 보장을 해주지 않았다.
◆절망 속에서 다가온 신앙의 힘
그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나를 알지도 못하고 한 번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 나를 위해 기도해줬다. 그런 서포트그룹이 있다는 사실은 내게 엄청난 위로와 희망을 안겨줬다. 비록 통증은 계속됐으나 나는 하루에 30분이라도 물에 들어가 연습을 하려고 했다. 팔을 쓰지 못하기에 다리운동과 숨 참는 훈련밖에는 할 수 없었다. 수시로 무기력증이 몰려왔다. 올림픽 전에 회복을 바라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마다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말씀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립보서 4:13)’을 붙들었다. 그 말씀을 진정으로 믿었다. 침대에 누워 고통에 신음할 때 하나님은 내게 천사들이 내 옆에서 나를 마사지하고 팔을 붙여주시는 환상을 보여주셨다. 절망적인 상황을 믿고싶지 않았고 하나님의 도움이 있다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우리 팀이 중국으로 떠나기 약 열흘 전에 팀훈련에 복귀했다. 매일 아침 나는 하나님께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버틸지 모르지만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겠다”고 기도했다. 연습에서 내가 해낸 루틴 하나하나는 모두 하나님이 꼭 필요한 힘을 주신다는 믿음에 의지한 것이었다. 경기 당일까지 통증은 계속됐고 포기하고픈 생각이 계속 엄습해왔으나 성경말씀 한 구절이 나를 끝까지 지탱시켜줬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데서 온전하여짐이라(고린도후서 12:9)’였다.
◆내가 얻은 금메달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더라면 물론 좋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같은 상황에서 올림픽에 나갔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또한 나를 응원하기 위해 베이징까지 온 17명의 가족 및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 것은 정말 내게 영광스런 일이었다. 그것은 정말로 꿈이 실현된 것이었고 그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으며 내가 정말 복 받은 사람임을 느꼈다. 그것은 내게 ‘금메달’이었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내 거울엔 검은색 마커로 쓴 나의 맹세가 적혀있다. ‘I WILL SWIM. My team is a part of me and I am a part of them. I will be in great shape. Thank you GOD Dated 6-23-08.’ 지금도 나는 그것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올림픽에 나갈 수 있었는지 믿어지지 않는다. 내가 아는 것은 하나님이 날 품에 안고 올림픽에 가셨다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나는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린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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