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궤양… 방치하면 더 큰병
위는 식도와 십이지장 사이에 위치해 주머니처럼 부풀어있는 소화관으로 음식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기도 하고, 본격적인 소화가 시작되는 우리 몸의 기관이다. 식도에서 음식물이 내려오면 일정시간 머물게 하면서 이를 잘게 잘라 십이지장으로 내려보내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또 위는 간, 췌장 등 다른 소화기관에 이상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배가 더부룩하고 체한 듯한 증상으로 우리 몸의 이상을 나타내는 민감한 곳이기도 하다. 위에서는 위산(염산, hydrochloric acid)과 펩시노겐이 분비되는데 염산으로 인해 펩시노겐이 활성화 돼 단백질을 분해하는 펩신을 만들게 되고 소화가 일어난다.
일상적인 소화가 일어나는 곳이라 위에서 아프다 신호를 보내와도 대개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소화성 궤양(Peptic Ulcer Disease)은 맵고 짠 음식을 자주 먹는 한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위장질환 중 하나다.
소화성 궤양은 위장 안이나 위벽 또는 십이지장 부위에 염증, 상처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맵고 짠 것 많이 먹는 한인들에 증상 많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과 아스피린 등 진통제 원인
제때 치료 안하면 출혈이나 합병증까지 유발
2-3개월 내 호전 안되면 내시경으로 조직검사 필요
위내시경 영상을 통해 전문의가 궤양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궤양이 나타나는 부위에 따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으로 불린다. 궤양이 생기면 강력한 위산이 위장이나 위 점막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소화성 궤양은 치료가 가능하며 제때 치료받으면 증상은 빨리 호전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궤양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날 때 그대로 방치하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궤양이 만성화되지 않도록 건강한 식습관으로 예방하고 조기발견을 위해 정기적인 검진을 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소화성 궤양과 증상 및 예방, 위궤양에 도움이 되는 올바른 식사법에 대해 알아본다.
■소화성 궤양의 원인
소화성 궤양의 가장 흔한 원인은 바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pylori)균과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NSAIDs) 사용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의 원인균으로 지목되는 균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과 NSAIDs 때문에 위 점막에 상처가 나게 되고 염증이나 궤양을 일으키는 것이다. 특히 소염진통제는 심장질환, 골다공증, 관절염 등 때문에 노인층이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노인층은 소염진통제의 사용, 노화되면서 위 점막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서 위궤양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
또 태어날 때부터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졸링거-엘리슨 증후군’(Zollinger-Ellison syndrome)환자는 위궤양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다. 또한 지나친 음주와 흡연, 스트레스, 커피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증상
특징은 더부룩하고 메스꺼운 증상, 소화불량, 속이 그득한 느낌이 나고 답답한 증상, 극심한 가슴통증, 속 쓰림 등이다. 주로 식후 30분 정도에 통증이나 증상이 나타나게 되나 식후 바로 짧게 몇 분간 나타나거나 몇 시간 후에 통증이 나타나 지속되기도 한다. 또 몇 주간 통증이 괜찮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흔히 소화불량을 간단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잦은 소화불량이 나타나면 중 장년층은 한번쯤 궤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신물이 넘어오는 것 같고 배꼽과 가슴뼈 사이에 통증을 느끼는데, 끊임없이 위장을 갉는 듯한 또는 쏘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어떤 환자들은 허리통증을 함께 느끼기도 한다. 또 공복일 때 배꼽 주위가 쓰리고 아프거나, 자다가 깰 정도로 심한 속 쓰림 증상이 있을 때에도 십중팔구 위궤양이다.
하지만 위산을 중화하는 제산제나 위산분비 억제와 중화를 시키는 산분비유도제(acid reducer)를 복용하면 통증은 사라진다.
식욕감퇴, 체중감소 등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복부 팽만감, 울렁거림, 식사 후 메스꺼움이나 구역질, 구토, 피가 섞인 구토나 커피 찌꺼기 같은 구토, 타르 같은 검은 똥을 누거나 검붉은 피 흔적이 보이는 변을 보기도 한다. 환자마다 증상이 다양하며, 어떤 경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 위궤양도 있다.
■궤양 증상을 그냥 두어서는 금물
위 십이지장 궤양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무시해서는 결코 안 된다. 궤양은 꼭 치료해야 할 증상이다. 증상은 나아지는 듯해도 궤양 자체는 계속 위나 십이지장에 남아 있을 수 있으므로 치료와 재발 방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특히 궤양 치료를 제때에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심한 출혈이나 위나 십이지장에 구멍이 뚫리는 등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합병증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궤양이 생겼다가 낫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 장협착, 장폐색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 궤양은 재발 가능성이 높으므로 치료가 끝나도 재발되지 않도록 예방하며 재발했는지 여부도 꼭 점검한다.
위내시경으로 검진을 받고 있는 환자. 내시경을 통해 궤양,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위암 등 유무를 자세하게 진단할 수 있다.
증세 나아졌다고 약 끊으면 안돼
의사 처방 항생제 꾸준한 복용 중요… 우유는 위산 촉진시켜 도움 안돼
■어떻게 진단하나
소화기능에 이상 증상이 계속되면 위내시경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55세 이하는 증상이 심하지 않아 피검사, 호흡이나 변검사 등 간단한 검사를 하거나 헬리코박터균의 유무로 진찰하기도 한다.
내시경으로 좀더 궤양의 유무나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보다 자세하게 진단하기도 하는데, 위궤양의 경우 항상 위암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치료하기 때문에 2~3개월간 치료했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위내시경으로 조직검사를 시행해 암세포 유무를 확인하기도 한다.
■치료
대개 치료는 약물을 통해 위산을 조절하는 것을 한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이면 항생제를 투여 받는다. 항생제를 처방 받으면 꼭 의사의 지침대로 약을 꾸준히 복용한다. 중간에 환자 맘대로 끊거나 먹다 말다 해서는 결코 안 된다.
흡연자는 담배를 꼭 끊어야 한다. 술도 제한해야 한다. 아스피린, 이부프로펜(항염증제), 소염진통제인 나프록센(naproxen) 등 복용은 궤양 재발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치의와 대체방안은 없는지 상의한다.
많은 궤양 환자들이 처음에는 집에서 위산을 조절하는 약물 복용으로 위를 다스리게 된다. 위산 분비를 줄여주는 프로톤펌프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s, PPIs), H2 차단제, 위산을 중화시키는 제산제(antacids) 등이 있다. 프로톤펌프억제제로는 Prilosec, Prevacid, Aciphex, Protonix, Nexium 등이 있으며, H2 차단제로는 Tagamet, Zantac, Pepcid, Axid 등이 있다. 하지만 집에서 약을 먹어도 증상이 10~14일 정도 지나도 개선되지 않고 가족 중에 위 십이지장 궤양 환자나 위암 환자가 있었다면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고 치료하는 편이 더 현명하다.
또한 체중감소, 식사 후 메스꺼움, 일관된 통증 등이 나타나면 전문의를 꼭 찾아야 한다. 특히나 중 장년층은 암이나 소화성 궤양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다른 질환일 수도 있기 때문에 궤양으로 의심되면 병원을 찾아 정밀검진을 받도록 한다.
한편 제산제를 복용하는 경우 우유를 함께 마시지 않도록 한다. 속 쓰리다고 우유를 물처럼 마시는 것도 좋지 않다. 우유에 들어 있는 칼슘 때문에 칼슘 분비가 더 많아지고 위산분비가 촉진돼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한 너무 맵거나 짠 음식은 금물이다.
또 궤양은 약물치료도 중요하지만 정신적 스트레스와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식이요법이 매우 중요하다.
■헬리코박터균 박멸해야 하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위염, 위궤양, 위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과거나 현재 소화성 궤양이 발견된 적이 없고 또 현재 위식도역류가 있다면 박멸할 경우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또 헬리코박터균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위장 질환이 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또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치료를 남용하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거나 약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어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하지만 위 십이지장 궤양이 생겼을 때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치료를 동시에 하면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다.
■소화성 궤양에 도움이 되는 올바른 식사법
소화성 궤양을 앓고 있다면 무엇보다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우선 궤양으로 치료받는 경우 조금씩 짜지 않은 식단으로 자주 먹는 것을 권장한다.
탄산음료는 되도록 마시지 않는다. 탄산음료는 식도와 위를 연결하는 괄약근 기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위산이 역류해 소화작용을 방해할 수 있다. 또 술, 커피, 카페인 음료는 금해야 한다. 고춧가루, 후추 등 궤양의 상처를 자극할 수 있는 조미료나 거칠고 딱딱한 음식, 튀기거나 말린 음식도 가급적 먹지 않는 게 좋다. 이 밖에 개인에 따라 먹으면 속이 불편한 음식과 잠자리 간식은 위산분비를 자극하므로 역시 피해야 한다. 식사 후에는 바로 눕지 않도록 하며 음식은 꼭꼭 씹어 먹어 위벽이 자연 재생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위산 분비 조절을 위해 밤참이나 야식을 먹지 않도록 주의한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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