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 ‘닥터K’ 잔슨, 24세 ‘닥터K’ 린시컴에 우세승
D백스, 자이언츠에 3대2 승리…다저스와 격차불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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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완신인 팀 린시컴(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좌완노장 랜디 잔슨(애리조나 다아이몬드백스)은 조카와 삼촌뻘이다. 린시컴은 1984년 6월생으로 24세, 잔슨은 1963년 9월생으로 45세다. 메이저리그 경력도 린시컴은 1년 같은 2년차, 잔슨은 20년 넘어 21년차다. 린시컴은 작년말에 시험삼아 들락거린 것까지 합쳐 지금껏 55게임에서 24승8패를, 잔슨은 며칠 빠진 21년동안 총 598게임(그중 선발출격 583게임)에서 294승159패를 기록했다. 연봉도 천양지차다. 잔슨 1,510만546달러, 린시컴 40만5,000달러다.
어느 모로 보나 비교가 안된다. 올해 성적은 ‘거꾸로’ 비교가 안된다. 린시컴은 32게임(선발출장 31게임)에서 17승4패를, 잔슨은 28게임에서 10승9패다. 나이나 이력이나 모두 빼고 피칭기록만 보면 린시컴이 적어도 올해는 단연 앞선다. 얼핏 비슷한 구석도 있다. 잔슨은 데뷔 이래 지금까지 4,775개의 삼진아웃을 잡아 이 부문 ML 통산 2위다(1위는 놀란 라이언). 린시컴은 올해의 삼진왕(18일 현재 243개)에 근접했다.
둘이 18일 피칭 맞대결을 벌였다. D백스의 텃밭 피닉스에서다. 사막의 초원도시에서 벌어진 D백스와 자이언츠의 승부는 투수의 어제(잔슨)와 내일(린시컴)이 오늘 만나 겨룬 듯한데다 D백스의 다저스 추격전과 관련에서도 높은 관심을 끌었다. 결과는? 간발의 차이로 잔슨과 D백스의 승리였다(3대2). 1회초 첫 수비 때 1점을 잃은 D백스는 린시컴의 호투에 눌리다 6회말 2점을 따내 가까스로 전세를 뒤집었으나 8회초 1실점으로 동점이 됐다가 8회말 끝내기 1점을 얻고 9회초 무실점 수비로 놓칠 뻔한 승리를 다시 잡았다.
린시컴은 8회말까지 홀로 던지며 7안타 0볼넷 6삼진 3실점했다. 그럭저럭 역투였으나 18번째 승리 대신 4번째 패배로 물러섰다. 잔슨은 7이닝동안 8안타 1볼넷 4삼진 1실점으로 D백스가 2대1로 역전리드를 잡은 가운데 덕아웃으로 물러나 쉬었으나 후속투수 호세 크루스가 1실점하는 바람에 승패와 무관한 처지가 됐다. 승리투수는 세이브 기회를 날려버린 크루스에게 돌아갔다. 마무리 전문 투수들의 승리기록은 이런 속사정 때문에 십중팔구 자랑할 게 못된다.
이날 승부로 자이언츠는 68승85패가 됐고, D백스는 76승76패로 오랜만에 승패균형을 찾았다. 내셔널리그 웨스트 디비전 2위 D백스는 그러나 1위 다저스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경기에서 연장 12회까지 접전 끝에 4대3으로 이기는 바람에 다저스와의 간격(3.5게임)을 좁히지 못했다. 이기고도 속타고, 때로는 이길수록 더 속탄다는 말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속마음이야 그럴 리 없겠지만 이럴 경우 차라리 졌으면 미련이나 없을텐데,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진 자이언츠와 린시컴에게도 이날 밤 피닉스 승부는 미련이 큰 경기였다. 올해 NL 사이영 상 유력후보인 린시컴은 최대라이벌 브랜던 웹(D백스)가 전날 21승째를 올려 18일 밤 승리가 요긴했으나 도리어 패해 적잖이 불리해졌다. 6회말 수비가 문제였다. 5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보였던 린시컴이 선두타자 스티븐 드루에게 내준 2루타부터 수상했다. 잘 맞기는 했지만 중견수 애런 로왠드 쪽으로 정직하게 날아가는 타구였다. 좀체 오차가 없는 로왠드의 감잡기 센서가 하필 그 순간 미세하게 오작동을 했다. 낙하 지점을 잘못 잡았다. 의외로 힘이 실린 타구는 황급히 뒤로 달리며 내민 로왠드의 글러브를 넘어서 떨어졌다. 후속타자 오헤다의 희생번트로 드루는 3루행. 린시컴은 이어 잭슨과 몸쪽승부를 하다 몸맞는 공.
린시컴은 강타자 애담 던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위기에서 벗어나는가 했으나 그 다음 업톤에게 좌익수 유지니오 벨레즈의 키를 넘는 2타점 3루타를 허용했다. 이 3루타도 드루의 2루타 때 로왠드가 그랬던 것처럼 벨레즈가 얕은 타구로 생각하고 몇걸음 전진하다 머리위로 흘려보낸 것이었다. 주로 2루수로 뛰다 외야에 실험출격한 벨레즈는 뒤늦게 알아차리고 훌쩍 뛰어올라 글러브를 치켜들었으나 공은 바로 그 위를 지나서 펜스 앞 워닝트랙쯤에 떨어졌다. 낙하지점을 바로 읽고 제자리에 있었더라면 그냥 서서 곱게 받을 수 있는 타구였다.
한편 오클랜드 A’s는 거의 같은 시간동안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벌인 홈경기에서 4대6으로 졌다. 전날 세이브 기회를 날려버린 올해의 세이브왕 프랜시스코 로드리게스(에인절스)는 이날 59호 세이브를 올렸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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