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값 너무 비싸다” 일부 교수들 반발
교과내용 온라인에 올린 후 무료 다운로드 허용
내용 편집 첨가 가능한 웹 프로그램도 등장
곰곰이 생각해 보면 교과서 출판사는 제약회사와 상당히 비슷한 점이 있다. 교과서 출판사나 제약회사나 모두 분명하게 좋은 일을 함으로써 돈을 번다. 교육과 치료이다. 그리고 이들 회사가 파는 상품을 사기 위해 고객들은 마지막 한 푼까지도 기꺼이 희생할 각오가 되어있다는 점 역시 공통점이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이 좋은 사람들을 갑자기 나쁜 사람들로 바꿔 놓을 수가 있다. 제약회사의 약값을 상표 없는 일반 약값과 비교해보거나 교과서 가격을 보통 책 가격과 비교해보면 답이 나온다. 너무 비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분야가 비슷한 점은 이들이 ‘도덕적 해이’의 문제로 이득을 본다는 사실이라고 칼텍 경제학과의 R. 프리스턴 맥카피 교수는 말한다. 의사와 교수는 약을 처방하고 교과서를 지정해주지만 그들이 약값을 치르거나 책값을 내야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가격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정한다.
“책값을 내야 하는 사람, 학부모나 학생은 선택의 여지가 없지요”
맥카피 교수는 말한다. 그러는 사이 제약회사나 출판사는 슬금슬금 가격을 올려 5달러 정도 더 붙이는 것은 언제나 O.K. 라는 것이다.
맥카피 교수는 도무지 봐줄 수 없게 비싼 교과서 가격에 대한 항의로 자신의 경제학 서론 교과서를 온라인에 무료로 올렸다. 그가 보기에는 문제는 가격 뿐이 아니다. 책이 가능한 한 폭넓게 사용될 수 있도록 내용을 한참 희석해 놓은 것도 문제이다.
그가 자신이 저술한 교과서를 기존의 방식대로 출판했다면 선불로 10만달러를 받았을 것이고 교과서 정가는 거의 200달러에 달했을 것이었다.
“교과서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출판사 주식 소유주들만 좋을 뿐이다. 우리가 가진 지식의 양은 엄청난데 그걸 제대로 내보내지 않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의 책 ‘경제분석 서론’은 아직 학계의 중심으로 파고들지 못했지만 하버드와 클레어몬트 맥키나 등 몇몇 대학에서 교과서로 사용되어지고 있다. 그 맥카피 교수는 자신의 교과서를 누구든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하는 한편 룰룰와 플랫 월드 놀리지 등 2개 출판사에 출판을 허락했다. 룰룰는 11달러, 플랫 월드는 19.95달러에서 59.95달러 사이에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이같이 여러 선택을 열어놓음으로써 교과서 출판사들이 독점가격으로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이다.
교과서를 무료로 보급하려는 프로그램으로는 이미 코넥숀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라이스 대학 공대의 리처드 버래니억 교수가 고안한 것으로 윌리엄 & 플로라 휼렛 재단으로부터 600만달러의 지원을 받고 운영된다.
코넥숀스는 교과 내용을 인터넷에 올려 무료로 사용하게 하는 한편 교수들과 학생들이 내용을 편집하고 다시 쓰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단 본래 저작자를 명시하는 조건에 한해서이다. 교수들이 교과 내용을 온라인에 올린 후 다른 교수들이 올린 내용과 맞추고 뒤섞고 하면서 학생들에게 딱 맞는 교과 내용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맥카피 교수처럼 버래니억 교수도 교과서를 쓰는 도중 내용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교과서를 혼자 썼다면 2년 전쯤 끝냈겠지요. 5년이 걸리니까요. 5년 걸려 책으로 나와서 2,000권 쯤 팔렸겠지요”
대신 그는 교과서 내용을 웹사이트에 올렸고 280만번의 사이트 방문이 있었다.
코넥숀스는 통계학과 전기공학 등의 분야에서 특히 강하다. 테크놀로지에 앞선 학생들이 택하는 분야이자 중세사 등 다른 분야에 비해 내용을 수시로 수정해야 할 필요가 높은 분야이다.
코넥숀스 사용자는 한달에 85만명, 그 중 50% 이상은 해외 거주자들이다. 누군가 특정 분야의 내용을 올리면 이를 읽은 사람들이 의견을 보내오면서 내용을 편집, 기존의 일방통행식 교과서를 벗어나 쌍방 통행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교과서 출판사들 e-교과서 도입
온라인 교과서 이용하면 절반 가격
교과서 내용을 온라인에 올려 무료로 접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 서서히 증가하자 교과서 출판사들도 온라인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5개 출판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코스스마트 같은 프로그램이다.
이제 시작된 지 1년이 된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교과서 내용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이 교과서 내용을 온라인으로 읽으며 하이라이트도 하고 필요에 따라 인쇄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용 가격은 인쇄된 종이 교과서의 절반 정도. 그래도 여전히 비싸기는 하다. 경제학 서론의 경우 온라인 교과서를 구입하면 90달러 정도이다.
코스스마트 측은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온라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으로 나온 것은 4,000개 교과서. 전체 교과서 시장의 1/3정도이다. 앞으로 목표는 종이 교과서의 50%를 온라인으로 올리는 것이다.
현재 온라인 교과서를 이용하는 인구는 수만명 정도로 이같은 e-교과서를 한권이라도 이용한 학생이 있는 교육기관을 꼽아보면 1,240개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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