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F 자이언츠, D백스에 5대4 오클랜드 A’s, 타이거스에 3대2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오금 저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뒷덜미를 또 잡아챘다. 자이언츠는 9일 D백스와의 홈경기에서 점수는 풍성하지 않았지만 역전 재역전을 거듭한 접전 끝에 9회말 신인 내야수 유지니오 벨레즈의 끝내기 안타로 5대4 승리를 거뒀다.
자이언츠의 승리기쁨보다 D백스의 패배아픔이 더 큰 경기였다. 내셔널리그 웨스트 디비전 2위 D백스는 전날 자이언츠에 패했으나 백차승이 선발로 나선 꼴찌 샌디에고 파드레스가 선두 LA 다저스를 잡아준 덕분에 1.5게임차 간격에 변화가 없어 안도했었다. 9일 밤에 달랐다. D백스는 연속 진 반면 다저스는 승리했다. 게임차는 2.5게임으로 벌어졌다.
자이언츠의 출발은 미미했다. 선발투수 배리 지토가 잘나가다 흔들렸다. 시즌 막판에 오면서 서서히 왕년의 가락을 되찾던 지토가 내야팝업 2개, 볼넷 1개, 삼진 1개로 1회초 피칭을 마무리하고 2회초 선두타자 레이놀즈를 그저 바라만 보는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지토가 과거 커브의 제왕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건 커브 하나만으로 안되는 일이었다. 80마일대 체인지업이 살아나지 않으면 70마일대 커브는 기다렸다 노려치는 타자에게 먹히기 십상이다. 70마일대 커브와 80마일대 체인지업에 안먹히면 그가 쓸 수 있는 카드는 고작 90마일 안팎에 불과한 패스트볼. 그런데 이것은 휘영청 느림보 커브나 코너에 콕콕 찍히는 체인지업에 섞어찌개로 들이밀어야 타자들이 실제보다 빠르게 느끼고 깜박 속는 것이지 별다른 수가 없어서 던지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것밖에 없는 줄 알고 벼른다면 마치 연습배팅을 하듯 쳐낼 수 있는 것이다.
레이놀즈에 이어 영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스나이더에게 우중간을 꿰뚫는 2루타를 맞은 것은 둘이 속임수 피칭에 넘어가지 않고 잘 친 까닭도 있지만, 갑자기 체인지업과 커브가 먹혀들지 않으면서 지토의 패가 말려버린 탓이 컸다. 1사 1, 3루에 등장한 타자는 챈스에 강한 업톤이었다. 지토와 그 동료들은 업톤을 피하면서 더블플레이를 노리는 만루작전을 펼쳤다. 고의사구. 자이언츠의 속셈은 관철되지 않았다. 데이비스의 좌전안타로 영이 홈을 밟더니 드루의 우익수 플라이로 스나이더가 공보다 먼저 홈으로 질주했다.
다음타자 엑스타인을 내야땅볼로 잡아내며 추가실점을 막은 지토는 곧바로 2회말, 피칭으로 잃은 점수의 절반을 배팅으로 복구했다. 애런 로왠드와 파블로 샌도발이 각각 파울플라이와 내야팝업으로 물러난 뒤 신인 네이트 쉬어홀츠가 우익수쪽 펜스까지 가는 3루타를 쳤다. 그 다음은 마치 D백스의 코칭스탭이 자이언츠의 실점과정을 따라한 것 같았다. 오마 비스켈에게 고의사구. 비스켈이 방망이가 특별히 겁나는 건 아니지만, 뒤이은 지토를 제물로 실점위기를 벗어나자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지토가 가볍게 툭 친 것이 우전 적시타가 돼 쉬어홀츠의 득점을 잉태했다.
한바탕 회오리가 스쳐간 뒤 지토는 3회부터 6회까지 간간이 불안을 보이면서도 꾸역꾸역 점수를 내주지 않고 무실점으로 버텼다. 자이언츠의 동점 만들기는 6회말에 나왔다. 샌도발이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뒤 쉬어홀츠가 몸맞는 공으로 돌파구를 열었다. 비스켈은 볼넷을 골라냈다. 브루스 보치 감독은 피칭수가 100개를 넘은 지토 대신 모처럼 스타팅 라인업에서 제외돼 휴식을 겸해 편안히 관전하던 포수 벤지 몰리나를 내보냈다. 몰리나는 즉각 반응했다. 좌전안타. 쉬어홀츠는 홈을 밟았다. 보치 감독은 발 느린 몰리나 대신 길라스피를 대주자로 내보내는 등 단 김에 역전시키려고 애썼으나 즉효는 없었다. 랜디 윈 삼진, 이반 오초아 내야땅볼로 이닝끝.
기다렸던 점수는 8회말에 쌍으로 익었다. 선두타자 비스켈이 2루타를 치고나간 뒤 대타 데이브 로버츠의 깊숙한 외야플라이 때 3루까지 전진했고, 오초아 대신 타석에 등장한 프레드 루이스가 우전 적시타를 때려 여유있게 홈인했다. 이어 리치 어릴리야가 좌전적시타로 랜디 윈이 홈을 밟으며 자이언츠는 4대2로 앞섰다.
보치 감독은 9회초 마운드에 당연히 마무리전문 브라이언 윌슨을 내보냈다. 정상이라면 점수는 4대2로, 백보 양보해도 4대3으로 끝났어야 했다. 그러나 윌슨은 영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스나이더에게 좌월홈런을 통타당해 세이브 기회를 날려버렸다. 그 뒤 오헤다, 로메로, 드루를 연속 내야 땅볼로 처리했지만, 더아웃행 윌슨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9회말 자이언츠의 마지막 공격. 양측 벤치의 수싸움은 치열했다. D백스는 페냐 대신 라우시를 마운드에 내보냈다. 자이언츠 선두타자 샌도발은 좌전안타를 날렸다. 이어 쉬어홀츠는 볼넷을 얻었다. 무사 1, 2루. D백스는 수비강화에 나섰다. 라우시를 크루즈로 바꾸고, 살라자르를 우익수로 교체투입했다. 자이언츠의 다음타자는 비스켈. 그가 때린 회심의 일격이 좌익수 글러브에 라인드라이브로 빨려들었다. 21년차 백전노장 비스켈이 덕아웃으로 물러난 뒤 왕초보 벨레즈가 반대쪽 우익수 진영에 떨어지는 끝내기 안타를 날렸다. 샌도발이 튀쳐나온 동료들의 축하주먹 세례를 받고서야 홈을 밟았다. 거의 안전빵 세이브를 날린 윌슨은 승리투수가 됐다. 자이언츠는 64승80패, D백스는 71승73패다.
한편 오클랜드 A’s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점차 역전승(3대2)을 거뒀다. A’s는 안타수(8대10)에서 밀리고 2회말에 2점을 먼저 내줬지만 6회초 1점을 따라붙은 뒤 8회말 라제이 데이비스의 3루타로 동점을 만들고 에밀 브라운의 희생플라이로 역전에 성공했다. A’s의 선발투수 조이 디바인은 시즌 5승째(1패)를 올렸고, 중간계투 요원으로 눈부신 활약을 하다 마무리 역할까지 겸하게 된 브랫 지글러는 1.1이닝 무실점 피칭으로 7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A’s는 66승78패, 타이거스는 70승75패가 됐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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