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당쟁이 나라를 망치다시피한 조선 시대로 치면 ‘노론’ 쪽에 속하는 집안 역사 때문이었던지, 또는 일제시절 민선 도의원을 지내시고 중추원 참의 물망에 오르셨기 때문에 친일파로 몰리셨던 쓰라림 때문이셨던지 선친께서는 나에게 정치는 하지 말라는 훈계 말씀을 남기셨다. 정치에 있어서의 완전 중립 입장이 나의 종교 신념과도 일치되기 때문에 그렇게 일생을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미국 정치에 관해 해설을 쓰는 것이 누구 편을 든다는 식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으니까 나의 글재주가 부족하다는 한탄밖에 나올 게 없다.
그래서 오늘은 잡음이 없을 미국 대통령 선거인단(College of Electors 또는 Electoral college)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여기 나오는 College는 대학과 관련이 없이 단체를 의미하는 말인데 미국 선거인단수는 538명이다. 헌법에서는 선거인(Electors)이라는 표현만 나오는데 한 주에서 상원의원 수에 하원의원 수를 합친 숫자의 총계에 특수 케이스로 워싱턴 DC의 3명을 합친 숫자다. 상원의원이야 연방제 아래서 소수인구 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구수의 과다와 관계없이 모두 2명이지만 하원의원 수는 인구에 비례되기 때문에 선거인이 3명뿐인 주가 알라스카에서 버몬트에 이르기까지 7개주나 된다. 반대로 인구가 많을수록 선거인단 수가 많다. 캘리포니아(55), 텍사스(34), 플로리다(27), 펜실베이니아와 일리노이(21), 그리고 오하이오(20) 등이 예일 것이다. 버지니아는 13, 메릴랜드는 12명이다.
11월 4일 대통령 선거날 투표자는 매케인-페일린, 그리고 오바마-바이든 중 하나를 고르는데 간선제이기 때문에 자기 주의 공화당 또는 민주당 선거인들을 뽑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그날로 누가 차기 대통령인지를 알게 되는 것은 48 주와 DC는 상대방 후보보다 0.1%라도 시민 투표를 많이 받는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들 모두의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 공화 양당은 6월부터 10월 사이에 연방의원들을 제외하고 열성 당원들 중에서 자기 당의 선거인단 후보들을 주 전당대회에서 뽑거나 다른 방식으로 정해서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을 주관하는 국립문서기록청(National Archives & Records Administration: NARA)에 신고한다. 어떤 주의 투표용지에는 정·부통령의 이름 밑에 선거인단 이름이 나오기도 하고 어떤 주는 대선 후보들만이 기재된다. 선거가 끝난 후 11월 중순에서 12월15일까지 각 주는 선거인들의 이름과 투표수를 NARA에 주지사가 서명하고 주의 인장이 찍힌 서류로 보고한다.
2008년 12월 15일 각 주의 선거인들은 각 주에서 회의를 개최하여 대통령과 부통령을 뽑는다. 헌법이나 연방법에 의하면 선거인이 자기 주의 시민들 투표대로 표를 던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 당에서 선거인을 정할 때 당에 대한 충성도에 큰 비중을 두는 것은 당연지사이기 때문에 99.9%는 투표날의 민의대로 된다고 보면 된다.
주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는 12월 24일까지 보고되어야 하고 2009년 1월 3일 이전이나 그날까지는 NARA 청장이 투표 결과 확인서를 연방 의회에 제출한다. 1월 6일에는 상하 양원 합동회의가 열려 선거인단의 투표수를 계산하는데 당선되기 위해서는 한 후보자가 270표 이상을 얻어야 하는 바 물론 요식행위에 불과하며 1월 20일 당선자가 대통령으로서의 선서로 취임식을 갖게 된다.
현재까지의 여론조사로서 오바마가 250, 그리고 매케인이 237표를 받을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누가 되든지 박빙의 승부일 것이므로 앞으로 두 달 동안의 선거 유세 및 운동은 치열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거인단에 대한 해설을 쓰고도 지면이 약간 남아 매케인 후보 자신이 자기를 ‘매버릭’(Maverick)이라고 부른 데 대한 설명을 하고자 한다. 19세기에 텍사스 주에서 큰 소 목장 주인이던 새무엘 매버릭 이라는 사람이 그 단어의 유래다. 그 당시 소 엉덩이에 소유자 표시를 불에 달군 쇠갈퀴로 찍어(branding) 주인을 식별했었는데 변호사이기도 했던 매버릭의 목장에 속한 소들은 그 같은 브랜딩이 없었다. 그러므로 그런 소들은 발견하는 사람이 자기 표식을 찍어 자기 소로 만들 수 있었기에 주인 없는 소를 매버릭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이후 당에 속했으면서도 자기 주관과 당 정책이 상충할 때는 독자적인 노선을 걷는 정치인들을 매버릭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새라 페일린’을 부통령 후보로 깜짝 선발한 것도 가위 매버릭이라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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