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계가 열이 났다. 화가 났다. 나도 단단히 났다. 지난 7월 3일 정부의 종교 편향 사례들을 열거하며 목소리를 높이더니, 8월 27일에는 스님과 불교 신자 20여만명이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모여 정부 규탄대회를 열었다. 불교계의 요구는 분명하다.
1).이명박 대통령의 공개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2). 관계 책임자 문책 경질. 3) 종교 차별 금지법 입법. 4) 시국 관련자 대화합 조치 등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인가.
불교하면 호국(護國)불교다. 부처의 가르침이 씨 뿌려진 고구려, 백제, 신라. 3국 시절을 지나 고려조 400년에 이르러서는 3천리 금수강산이 바로 법당이고, 부처요 보살이었다. 비록 조선조 500년동안 내침을 받었다 해도 부처의 가피(加被)를 얻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불자들의 일념이야 변할리 있었겠는가. 고려조의‘8만 4천 대장경’이 있다면 왜적에 맞서 분연히 일어선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의 행적 또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지켜 온 불심, 그렇게 이어 온 한국의 ‘호국불교’다. 유신, 5공 시절에도 평상심을 잃지 않았던 불자(佛子)들이다. 영남 절집이야 말 할 것 없고, 대개는 보수.친여 자세를 지켰다. 좋게 말해 ‘침묵하는 다수’였다. 그런데 그게 옛 말이 되고 만 것이다.
종파나 가풍을 따지지 않고, 불교계는 한 목소리로 반 정부 구호를 외친다.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반정부 규탄 ‘불교도 대회’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사뭇 정부 각 기관이 행한 일련의 부당한 처사로부터 불가의 법을 지키 겠다는 결연한 의지마저 엿보게 한다.
곁에서 보아도 “그래”하는 소리가 절로 나 온다. 국토해양부가 만든 수도권 대중교통 정보 사이트에 사찰(寺刹)이 모두 빠진다. 뒤이어 교육과학기술부가 만든 온 라인(On-line)지도에도 사찰은 빠진다. 이것을 실수라 할 것인가. 비록 7명의 시국관련 수배자가 조계종 경내에 있다 해도, 출입하는 총무원장의 승용차를 검문, 검색하는 무례를 범한다.
이게 될 말인가.‘공무 집행 중이니 이해하시요’ 할 것인가. 왜 인가,무엇 때문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크리스챤이다. (소망교회 장로)신실한 기독교도인 어머니(채태원님)의 새벽기도 속에서 자란다. 정치지도자 이명박을 찾아 나서면 “가난”을 만난다. 그 자리에 어머니가 있고 “하나님”과”기도”가 함께 한다. 이 대통령은 ‘어머니’라는 책에서“내 몸이 새벽 5시를 기억하게 된 것은 어릴 적 온 가족이 새벽기도를 함께 했던 때부터”라며“지금도 가끔 혼자 조용히 눈을 뜨는 새벽이면 어머니의 기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적고 있다. 또 어머니의 믿음이 엿보이는 대목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대학시절 6.3시위 주동자로 채포돼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을 때, 면회 온 어머니의 첫 마디는“공부하느냐? 기도는 하느냐? 성경은 읽느냐?”고 물었다 한다. 참으로 감동적인 어머니의 사랑이고, 가르침이다. 믿음으로 하나된 가정이다. 그러나 이 모두는 잠시 가슴에 묻어 두어야 한다.
지금은 국민의 대통령이다.“내 종교가 존중 받으려면 남의 종교도 존중해 줘야 한다”는 생각을 확고히 하여야 한다. 모든 종교의 천국이라 칭하는 한국이다. 토속신앙도 있고, 이것 저것 아예 모르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하물며 이름있는 종교를 모른다 할 것 인가. 종파를 가리지 않고 기독신앙 가정 모두가 이웃이라면, 불교. 원불교, 유교, 도교 심지어
신앙이 뭔지 모르고 사는 가정도 이웃이어야 한다. 지키고 보살펴야 할 국민, 국민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헌법정신을 준수해야 한다. 한국 헌법은”국교는 인정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20조 2항)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공직자들은 어떤 이유로도 이를 무시하고, 어기고, 자기들 신앙의 색깔로 덧칠하려 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몫이다. 국민적 화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이다. 근거없는9월, 10월 (경제)위기설을 잠재우고, 성장을 향한 희망을 나누겠다면 더 더욱 그렇다. 오는 9일 TV생중계 될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매듭을 풀어야 한다.성난 불심, 실망하는 불교도들의 마음을 다독이고,손을 잡어야 한다.불교도들이 앞장 서 “배신감” 운운하며 정녕 등을 돌린다면 “종교 갈등”에 휘말리기 십상이다.호국 불교로 이어 온 불심을 국가발전의 한 축(軸)으로 쓸 수있는 지혜와 용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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