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멘스 부자, 약물의혹에 폭력에.
◆A’s 토마스 = 지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지휘봉을 잡고 있는 ‘철학자’ 토니 라 루사 감독이나 그를 따라 세인트루이스로 갔다가 거기서 은퇴한 왕년의 홈런왕 마크 매과이어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최근 몇년동안 오클랜드를 떠난 스타 플레이어들의 면면만 훑어봐도 A’s가 얼마나 짠돌이 구단인지 손에 잡힌다. 팀 헛슨, 마크 멀더, 배리 지토, 미겔 테하다, 저메인 다이, 마크 캇세, 리치 하든….
돈이 된다 싶으면 내다팔고 그저그런 선수에다 마이너리그 선수 몇을 덤으로 받아 갈고닦은 뒤 다시 돈이 된다 싶으면 내다팔고…. 그렇게 해 구단의 손익계산서나 대차대조표는 어느정도 구멍을 메웠는지 모른다. 그러나 도무지 구경꾼 생각을 하는지 안 하는지 투자에 인색한 팀을 팬들이 좋아할 리 만무다. A’s라면 까무러칠 정도의 열성팬들이 확 줄었다. 썰렁한 홈구장 관중 숫자로 확인된다.
지난 주 초에 남가주에서 막강 LA 에인절스에 2승1패를 거두고 돌아왔지만,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주말 4연전 관중석이 뭉턱뭉턱 비었다. 목요일 1차전에는 수용인원의 36.3%에 불과한 1만2,357명이 모였고, 2차전(2만2,355명, 65.6%)과 3차전(2만5,238명, 74.1%)에는 2만명이 넘더니 일요일 4차전에는 다시 1만8,427명(54.1%)만 모여 땡볕에서 쓸쓸하게 A’s의 대패(4대12)를 지켜봤다. 밀워키 브루어스나 시카고 컵스 등 ‘쓸 때 쓸 줄 아는 팀들’이 연일 4만명이 넘는 만원관중 함성속에 치러지는 것과 비교하면 A’s 홈구장은 썰렁 그 자체다.
그러므로 A’s가 올시즌이 시작된 뒤 얼마 안된 4월24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연봉 1,256만달러의 거포 프랭크 토마스(개인통상 521홈런으로 마지막 4할타자 테드 윌리엄스와 공동으로 역대 17위)를 영입한 것은 A’s답지 않은 통큰 투자였다, 물론 나이 마흔의 메이저리그 19년차인 토마스는 전성기를 지난 끝물인데다 그의 올해몫 연봉을 A’s가 다 지급해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잡을 선수 잡지 않고 쓸 곳에 쓰지 않으며 쩨쩨하고 쫀쫀하게 구단을 꾸려온 데 대한 과보였을까. A’s의 토마스 영입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철저하게 실패한 투자가 됐다. 기대했던 펑펑 홈런은 고사하고 잦은 부상치레로 펑펑 나자빠지기 일쑤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든 뭘 하든 할텐데 몸이 몸이 아닌지라 출장 자체가 귀하다. 블루제이스 시절까지 합쳐서 올해 고작 71게임에 나섰다. 부상위험이 거의 없는 지명대타가 주요보직인데도 부상 때문에 핀치히터로 나선 게 숱하다. 그러고도 반타작을 겨우 넘는 출장율이니 말 다했다. A’s 유니폼을 입고 뛴 55게임에서 타율 2할6푼3리에 5홈런에 19타점이 고작이다.
오클랜드행 직후 몇게임만에 오른쪽 발목 등 부상으로 장기간 부상자 명단(DL)에 올랐던 토마스가 다시 DL행 들것에 실렸다. 이번에도 오른발이다. 그는 지난 30일 트윈스전을 앞두고 타격훈련을 하다 대퇴부 통증으로 호소하며 자진아웃됐다. 상태를 점검한 구단은 그를 15일짜리 DL에 올렸다. 9월은 메이저리그 야구가 가을의 클래식 플레이오프를 향해 한창 뜨거워지는 달이다. 성적으로 보나 선수 사고팔기 형색으로 보나 올가을 PO진출을 넘보기 어려운 형편인 A’s로서는 이제나 저제나 했던 주포 토마스마저 몸져눕는 바람에 돌아서는 팬들의 발길을 되돌려 세울 밑천이 더욱 엷어졌다.
◆다저스 켄트 = 1980년대 후반 LA 다저스의 전성기를 지휘했던 타미 라소다 전 감독은 다저스에는 파란 피가 흐른다고 했다. 다저스의 파란색 유니폼에서 착안한 말이었다. 다저스는 올해 ‘다저 블루(Dodger Blue)’ 영광재현을 위해 거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 뉴욕 양키스를 이끌었던 조 토리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시즌 전에는 물론 시즌 도중에도 여기저기서 쓸만한 재목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작년 월드시리즈 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간판타자 매니 라미레스를 영입한 뒤에도 몇몇 선수들을 더 보강했다.
다저스의 투자는 성적으로 나타났다. 내셔널리그 웨스트 디비전 중위권을 맴돌던 다저스는 한치한치 전진을 거듭, 까마득한 선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꼬리를 금방 밟을 수 있을 만큼 따라붙었다. 31일까지 D백스는 69승67패, 다저스는 67승70패로 2.5게임 차이다. 최근 부진으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지만 8월 중순에는 D백스를 제치고 근소하나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9월을 맞아 막판 스퍼트를 하려는 다저스에 악재가 생겼다. 왕고참 2루수 제프 켄트가 왼쪽 무릎 부상으로 한동안 뛸 수 없게 됐다. 인대가 찢어져 2일 수술대에 올랐다. 구단은 일단 그를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 구단은 라스베가스의 트리플A에서 후친룽을 급히 불러올려 2루수 땜빵요원을 맡기는 한편 켄트가 뛸 수만 있다면 시즌 막판 몇게임부터라도 투입하겠다는 심산이다. D백스가 다저스의 추격을 의식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재간동이 유격수 데이빗 엑스타인을 영입하는 등 1위 수성작전에 돌입한 것과 맞물려 다저스의 조바심은 더해진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부동의 2루수로 활약하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을 거쳐 LA 다저스에 안착한 켄트는 올해 거의 전게임(119게임)에 나서 안정된 수비로 다저스 내야진을 튼실하게 하는 데 큰몫을 했다. 그는 타격(타율 2할7푼5리, 11홈런, 57타점)에서도 고비고비 순도높은 안타와 홈런으로 다저스의 부활을 위한 소금 역할을 했다.
◆클레멘스 부자 = 윌리엄 로저 클레멘스. 올해 나이 마흔 여섯(1962년 8월4일생). 오하오이오주 데이턴 출신의 이 야구사나이는 ‘로켓’이란 별명에 걸맞게 마운드에 서면 거의 언제나 거의 모든 것을 압도했다. 지구촌 곳곳 무수한 투수들이 홈런을 맞아도 좋다, 내 평생 단 한번만이라도… 밟고 싶어하는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쉰을 바라보도록 24년을 버틴 원동력은 그의 압도적 실력 덕분이었다. 아메리칸리그에서 6번, 내셔널리그에서 1번, 도합 7차례나 사이영상 영예가 그에게 안겨진 까닭 또한 같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을 여는 열쇠를 이미 손안에 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렸다면 그는 올해 대대손손 물려줄 가보를 또 하나 챙겼을 것이다. 그가 만일 소원대로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했다면, 그리고 소원대로 금메달을 따냈다면.
어부라면 만선의 기쁨을 안고 귀항해 마침에 닻을 내리고 뭍에 올라 편히 쉴 2008년은 그러나 그에게 가혹한 한해로 남게 됐다. 금지약물 복용의혹에 휩싸여 마운드 대신 연방의회 청문회장이나 해명기자회견장에 들락거리기 바빴고, 과정에서 거짓증언 혐의가 불거져 도덕성마저 도마위에 올랐다. 올림픽은커녕 야구선수 연장도 불가능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봄에는 13세 연하 컨트리가수 민디 매그리디와의 염문설까지 나돌며서 그는 ‘로켓’처럼 빠르게 추락했다.
가뜩이나 속이 뒤집힌 클레멘스의 속을 더욱 긁어놓은 일이 생겼다. 그의 아들 코비 클레멘스가 8월31일 이른 새벽 버지니아주 세일럼의 한 레스토랑 주차장에서 팀동료 2명과 함께 소란을 피우다 체포돼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경찰은 이들의 체포경위와 혐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코비와 다른 1명은 소란죄로, 또다른 1명은 폭행죄로 체포된 것으로 미뤄 손님들과 비교적 험한 시비를 벌였던 것으로 보인다.
코비 클레멘스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산하 싱글A팀인 세일럼 애벌렌치의 주전포수로, 투수의 모든 것을 이룬 아버지의 뒤를 이어 포수의 모든 것을 이룰지 관심을 모아온 유망주다. 가능성은 인정됐다. 올시즌 109게임에 출장해 탄탄한 수비력을 보이면서 타율 2할6푼8리, 7홈런, 52타점을 기록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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