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의 열광과 환희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밀려드는 암울한 느낌은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장엄하게 치러진 지구촌의 잔치가 끝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본국의 정황을 보면 도올 김용옥 교수가 질타했듯이 우리의 젊은 선수들이 강인한 투지와 일사불란한 결속으로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며 작은 나라 한국을 세계 7위의 스포츠 강국으로 땀 흘려 밀어 올리고 있는 동안 우리의 알량한 지도자들은 부끄럽게도 대의(大義)를 잊은 채 자기 파당의 이익에만 급급하며 대립과 반대의 입씨름질에 빠져 바닥을 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가 하면 바로 우리가 사는 이곳 세계의 수도 워싱턴의 한인촌 애난데일은 지난 달 담배 밀매 집중 수사를 받아 무려 27명이 검거 기소되는 참담한 수모를 겪어야 했다. 수사의 범위도 뉴욕과 시카고 동포사회까지 확대되었을 뿐 아니라 범죄 유형에서도 여권 위조를 통한 불법 운전면허 취득까지 연계 발각되었다고 하니 범죄 조직의 특성상 어떤 유형의 범죄가 어디까지 연계되어 있을 지 불안하기만 하다.
그 동안 우리 미주한인사회를 괴롭힌 끈질긴 범법 유형을 돌아보면 한국의 경제 위상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성매매 업소 및 알선 조직, 불법 월경 및 위조 공사문서에 의한 불법이민, 융자, 금융사기, 탈세, 폭행, 살인 및 총기 난사 등 실로 한인사회는 범죄 표본실 같은 인상을 연출해 온 것이 아닌가 두렵기만 하다.
이와 같이 우리 한인들이 범죄 유혹에 쉽게 말려드는 이유는 아마도 본국의 각종 금지, 규제와 제약에서 풀려나 자율(自律)을 지극히 존중하는 미국식 ‘Honor System’을 해방으로 잘못 받아들이는 데서 비롯된 부작용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사건 만큼이나 충격적인 현상은 범죄 혐의자의 검거에서 구속 기소까지의 한달여 기간에 걸쳐 이 엄청난 사건을 다루는 우리의 언론 보도 기사에 ‘문제화 의식’을 볼 수 없었고, 그 많은 사회 종교 지도자로부터는 ‘자성(自省)의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면 우리가 이들의 과실을 과연 개인적인 사안으로 접고 초연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들은 단순 생계형 장발장의 손이 아니라 돈을 최상으로 삼는 조직적 경제사범이기 때문에 우리 한인의 위상과 장래에 깊은 상처를 드리우는 우리 동포사회의 해독인 것이다.
이와 같은 유형은 갑자기 돌출하는 것이 아니고 암덩어리처럼 시간을 거쳐 자라나는 것이므로 적기에 집단적 대책을 세웠더라면 예방과 개선이 충분히 가능했던 사안이다.
최근 20년 우리 이민사회의 삶의 모습을 돌이켜 보면 이번 불행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수없이 늘어나는 동포 기관 단체와 유례없이 번창하는 종교 활동과 생활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정의구현 사회운동이나 올바른 시민생활을 주창하고 실천하여 눈에 보이듯이 다가오는 비리의 파도를 예방하지 못했다.
손쉽게, 문화예술 공연 행사는 넘치게 흔하여 초청 받기가 두렵고 피곤할 만큼 빈번하지만 준법생활 운동이나 바른 시민생활 운동 행사는 들어본 바가 없다.
누구의 잘못인가? 나와는 관계없는 너희의 과실이 아니라, 자정(自淨)과 향상의 기틀을 마련하지 못한 바로 우리 사회 지도층의 뼈아픈 과실인 것이다.
아무리 우리 한국이 경제강국으로 부(富)를 누린다 하더라도 돈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비리로 얼룩진 우리의 몰골로는 이 땅에서 올바른 대접을 받으며 일등국민으로 바로 설 수 없음을 생각할 때 우리의 초미의 관심과 노력은 바른 시민생활 운동과 정의 양심 사회구현 운동에 바쳐야 할 때임을 알게 된다. 더구나 무비자 프로그램을 앞두고 본국의 조직 범죄가 손쉽게 번져올 상황을 고려해 보면 우리에게는 머뭇거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러면 이에 대해 우리에게는 어떠한 실천적 방안이 있는 것일까.
필자는 수년전 우리 워싱턴 지역에 조직된 「한국대학동창회협의회」의 출현을 반기며 그 역할과 기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왜냐하면 이 조직의 특성상 한인사회에서 시민운동을 주도하는 오피니언 리더 그룹으로 안성맞춤이며 이 협의회가 합리적인 절차로 도출해 낸 집단적 결정의사는 한인사회의 공론으로 자연스럽게 수렴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운동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실행운동인 만큼 한인회가 주관하는 것이 마땅하고 동창회 협의회는 한인회의 연계 자문기구로 의견 수렴을 분담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한인회마다 산하 상설기구로 바른시민 운동본부와 고발 센터를 설치하고 동창회 협의회로부터 여론 조율과 실천지침을 자문 받아 운동을 실행함으로써 비리의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고 난무하는 과장 광고를 정화하여 밝고 건전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며 투표와 선거참여를 독려하여 우리의 지위향상을 도모하는 발전적 시민 운동을 강력히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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