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발투수 린시컴, 무릎에 타구 맞고 5회말 강판
린시컴 있음에 앞서다
린시컴 없음에 엎어져.
휴스턴에서 애스트로스와 만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12일 야화. 그 줄거리의 핵심은 투수와 불펜투수들의 성적비교표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좌완선발 팀 린시컴은 4.1이닝동안 마운드를 지켰다. 이후 3.2이닝동안은 케이치 야부 등 5명의 불펜투수들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랐다.
린시컴은 1안타 7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100% 린시컴다운 피칭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또’ 자이언츠의 승리(강판 때 스코어 3대2)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린시컴이 물러난 뒤 모든 것은 뒤바뀌었다. 불펜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11안타를 맞고 11실점, 그 사이에 건진 삼진아웃은 1개에 불과했다. 경기결과는 4대12로 자이언츠 패배.
잘 던지던 린시컴의 조기강판은 뜻밖부상 때문이었다. 5회말, 브랫 오스머스의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린시컴의 오른쪽 무릎을 강타하는 바람에 더이상 던질 수 없게 됐다. 직선타구가 살이 별로 없는 무릎덮개를 정통으로 맞히는 바람에 피칭은 고사하고 한동안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부축속에 절뚝거리며 덕아웃으로 향했다. 초기 X레이 검사결과는 네거티브. 경기 뒤 브루스 보치 감독은 말을 이었다. 맞아도 하필 그런 곳에 맞다니. 잠시 마비돼 버렸다. 그런데 지금은 제법 잘 걷는다. 희소식이다. 오늘 밤 우리의 유일한 희소식은 그것뿐이다.
자이언츠 입장에서 12일 경기는 졌지만 다음을 생각하면 린시컴이 몸져 눕지 않은 것만은 위안이기에 충분했다. 자이언츠의 린시컴 의존도는 그만큼 높다. 이날 경기에서 린시컴이 있을 때와 없을 때 판세 뒤집힘은 이를 수치로 보여줬다. ESPN도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 경기 결과를 전하는 기사의 첫 대목을 이것으로 열었다. 팀 린시컴이 무릎부상으로 물러나자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불펜)투수들을 갖고 놀았다.
올해 전반기 막판까지 타율 타점 홈런 등 각 부문에서 지독한 맹위를 떨치다 지독한 부진을 거듭해온 애스트로스 간판타자 랜스 버크만은 린시컴이 강판된 다다음이닝(7회말)에 만루홈런(시즌 24호)을 쳤다. 버크만은 이날 린시컴에게 2차례 모두 삼진아웃을 당한 터였다.
애스트로스는 식기 전에 4점을 더 보태 7회말에만 8점을 뽑고 12대4 대승을 거뒀다. 최근 6연승이다. 애스트로스의 선발투수 로이 오스왈트는 린시컴과의 피칭대결에서 한끗 차이로 밀렸으나 린시컴 강판이후 봇물터진 타선 덕분에 시즌 10승(8패) 고지에 올라섰다. 7이닝동안 10안타 3볼넷 4삼진 3실점의 피칭을 보인 오스왈트는 벅찬 맞수였지만 새까만 ML 후배이기도 한 린시컴의 부상을 안타까워했다. 별 일 아니기를 바란다. 그는 정말 뛰어난 경쟁자다. 그가 피칭을 해나가는 품새가 참 좋다.
린시컴에 꼼짝없이 당했다가 그가 물러난 뒤 장쾌한 만루홈런을 친 버크만은 린시컴을 신인시절의 오스왈트에 비유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의 신인투수 중 그(린시컴)가 최고가 아니라면, 누각 최고란 말인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는 정말 까다롭다. 구질 다른 공이 여럿이다. 폭발적인 패스트볼에다 고약한 커브볼에다, 타자들은 까딱하면 중심을 잃기 쉽다. 그는 여러모로 로이 (오스왈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 비슷하다. 그기 로이 같은 구질까지 배운다면, 그는 언제고 치기 힘든 투수가 될 것이다.
자이언츠는 2회초 랜디 윈의 희생플라이로 3루주자 리치 어릴리야가 홈플레이트를 밟으며 선취점을 올렸다. 애스트로스는 3회말 대런 어스테드의 좌익수쪽 2루타로 오스머스를 홈으로 불러들여 동점을 만들었다. 애스트로스는 내친 김에 자이언츠 2루수 이매뉴얼 버리스가 타자주자 미겔 테하다를 잡으려고 1루에 뿌린 공이 빠지면서 발빠른 어스테드가 홈까지 치달아 전세를 역전시켰다.
자이언츠의 균형잡기도 빨랐다. 4회초, 투수 린시컴이 그 물꼬를 텄다. 2사후 주자없는 상황에서 툭 친 공이 중견수앞 안타가 됐다. 루키투수가 애써 터놓은 공격물꼬를 베테런우익수 랜디 윈이 중견수 뒤로 빠지는 2루타로 화답했다. 린시컴이 부리나케 다이아몬드를 돌아 홈에 안착했다. 2대2 동점. 자이언츠는 5회초 어릴리야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 다시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린시컴 강판 뒤 위태위태 이닝을 넘기던 자이언츠는 7회말 랜스 버크만의 4점포와 타이 위긴턴의 2점포 등 소나기 타작에 속절없이 무너지며 8점이나 내줬다. 달아오른 애스트로스 방망이는 8회에도 이어져 2점을 추가했다. 자이언츠는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애런 로왠드가 솔로홈런을 쳤으나 승부의 저울이 기울어도 너무 기운 뒤였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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