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불모지 역사 바꾼 박태환의 성공신화
만 18년10개월의 청년 박태환이 세계 수영계에서 철저한 변방에 불과했던 아시아와 한국의 수영 역사를 통째로 바꾸었다.
아시안 1936년 이후 첫 금
아시아 선수가 수영 중 가장 속도가 빠른 남자 자유형에서 올림픽 메달을 딴 것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통틀어서도 손에 꼽을 대사건이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자유형 1500m에서 금메달을 땄던 일본의 데라다 노보루 이후 처음이다. 자유형이 아닌 다른 남자 종목의 경우엔 일본의 기타지마 고스케가 2004 아테네올림픽 평영 2관왕을 하는 등 지금까지 간간이 챔피언들을 배출해 왔다. 여자 자유형에서도 아시아 출신 올림픽 우승자(시바타 아이·일본·2004아테네올림픽 800m)가 있었다. 하지만 남자 자유형, 그 중에서도 400m에선 박태환이 유일한 올림픽 우승자인 것이다.
박태환의 존재는 지난해 3월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두가 호주의 ‘수영 영웅’ 그랜트 해켓(28)을 주시하고 있던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이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던 것.
시련과 스캔들
박태환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한국 수영사상 처음으로 스폰서의 책임아래 전담팀을 꾸린 게 문제가 돼 태릉선수촌을 나와 나홀로 훈련을 시작했다. 이러다보니 각종 행사에 불려다녔고 연예인과의 스캔들에 시달리기도했다. 제대로 된 훈련을 받기가 불가능했다. 기록은 내리막길을 치달았다.
지난해 3월 제주에서 열린 한라배 수영대회에서 자신의 기록에 한 참 못미치면서 올림픽 금메달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노민상 감독과 재회
주위의 우려 속에 박태환은 다시 짐을 쌌다. 자신을 길러준 노민상 국가대표팀 감독 품으로 돌아왔다. 하루에 1만5,000m씩 묵묵히 물살을 갈랐다. 결국 태릉복귀 50여일만인 지난 4월 동아수영대회에서 개인최고 기록이자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박태환 선수가 수영 남자 자유형 400미터 결선에서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연합>
7세때 수영시작 2004년 국제대회 첫 두각
■박태환은 누구
‘마린보이’에서 세계적 ‘골든보이’가 된 박태환(단국대)은 1989년 9월27일 박인호(58)씨와 유성미(51)씨의 1녀1남 중 둘째로 태어났다. 천식을 앓던 박태환은 7세 때 부모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수영을 시작했다.
어린이 박태환이 뛰어난 기량을 보이자, 부모는 아들을 수영선수로 키우기로 마음을 먹는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곳이 ‘윈윈 클럽’. 이곳에서 박태환은 노민상 현 수영대표 총감독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노민상 감독은 부력과 폐활량 등 뛰어난 신체 조건을 갖춘 박태환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타고난 재능은 체계적인 지도가 결합되면서 화려하게 꽃피기 시작했다. 소년체전 등을 통해 국내무대를 평정한 박태환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15세의 나이로 출전한다. 한국 선수단 중 가장 어렸다. 하지만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준비 구령에 물속으로 고꾸라지며 퇴장 당했다.
2004년 11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경영월드컵 자유형 1500m에서 2위를 기록하더니 2005년 4월에는 중국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2개의 은메달을 수확했다. 2006년 8월 범태평양수영대회에서 아시아 신기록 2개를 세운 박태환은 같은 해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200m와 400m, 1,500m를 석권하며 아시아 최정상을 확고히 했다.
2007년은 박태환이 세계 최정상에 오른 해였다.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그랜트 해켓(호주)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마침내 2008년 8월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폐활량 보통사람의 2배
■ 박태환 신체의 비밀
183㎝의 키와 75㎏이라는 박태환의 신체조건은 세계적인 수영선수가 되기에는 왜소한 체격이다. 호주의 그랜트 해켓은 198㎝에 98㎏, 8관왕을 노리는 펠프스도 193㎝에 88㎏다. 발크기만 해도 박태환은 270㎜에 불과하지만 펠프스는 350㎜, 해켓은 360㎜나 된다.
하지만 박태환은 보통 사람의 두 배가 넘는 폐활량과 타고난 유연성이란 비밀이 있다. 보통 사람이 3,000∼4,000㏄가량이라면 박태환의 폐활량은 7,000㏄나 된다. 보통 사람의 2배인 7,000cc의 폐활량은 호흡의 압박을 받는 장거리 수영에 유리하다. 비지방성의 몸 또한 물에 잘 뜨는 부력의 조건이 된다.
색서폰 주자였던 아버지 박인호씨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또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유연한 동작은 무용을 했던 어머니 유성미씨로부터 물려받았다는 평가를 받아 “참 예쁘게 헤엄을 친다”는 찬사를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박태환 특유의 ‘명품 영법’이 보태진다. 몸의 중심을 가슴에 두면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모두 호흡하고 좌우 팔, 다리 힘의 세기가 거의 똑같다. 발차기의 리듬도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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