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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 린시컴, 8이닝 5안타 4볼넷 8삼진 2실점
고참 로왠드, 투런홈런 등 3타점 모두 뒷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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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중견수 애런 로왠드는 소문난 터프가이다. 상대선수에게 거칠다는 뜻이 아니다. 수비든 공격이든 주루든 하도 악착같이 플레이를 해서 이 팀 저 팀 메이저리거들이 그를 ‘상대하기 가장 고약한 선수’로 뽑은 적이 있다. 자이언츠에서 타격도 선두권이지만 수비에서 한 경기에 보통 두세차례는 몸을 날려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거나 멀티베이스 안타를 단타로 줄여버리는 허슬플레이를 선보인다. 유니폼이 깨끗한 날이 거의 없다. 배팅폼은 특이하다. 투수판과 직각으로, 즉 홈플레이트 가장가리와 평행으로 선 채 양쪽 가랑이와 무릎을 대칭으로 벌린 뒤 약간 엉거주춤 주저앉은 듯한 펑키스타일이다. 도무지 야구교과서 어디에도 없는 폼이지만 악착같이 물고늘어져 안타를 짭짤하게 쳐내니 그만이다.
터프가이 로왠드도 신출내기 팀후배 팀 린시컴(왼손 선발투수) 얘기만 나오면 솜사탕이다. 침이 마르도록 칭찬이다. 올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은 린시컴에서 시작해서 린시컴에서 끝날 것이라고, 아니 그래야 한다고 열을 올린다. 딴 말 할 것 없이 그의 기록을 한번 봐라. 한번, 아니 두 번 정도 빼고 시즌 내내 그는 압도했다. 그를 상대해야 하는 다른 팀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모두들 그가 발전하는 품새, 그러니까 단지 피칭하는 것 말고도 그가 성숙해가고 어떻게 투구해야 하는지 배워나가는 것에 엄청 놀란다. 보통 투수가 아니다.
린시컴이 사이영상 후보로 슬슬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자이언츠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아직은 이르다. 경기가 많이 남아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하지만 현 시점에서 그는 어느 누구 못지 않게 잘 던지고 있다. 그가 정말 강력한 (사이영상의) 고려대상이 되리란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브레이브스의 포수 브라이언 매캔도 린시컴 칭찬릴레이에 가세했다. (린시컴은) 최고 아니면 거의 최고의 구위를 자랑한다. 그가 던지는 체인지업은 마치 스플릿(핑거)처럼 휜다. 88마일짜리 같다. 그렇게 던진다면 누가 치겠나.
린시컴이 이들의 칭찬릴레이를 입증했다. 6일 낮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경기에서 8이닝동안 5안타 4볼넷으로 2점을 내주며 자이언츠의 3대2 승리를 견인했다. 공은 117차례 뿌렸고 그중 72개를 스트라익 존에 꽂았다. 전매특허인 삼진은 8개를 낚았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첫선을 보인 우완정통파 린시컴은 이날까지 모두 175차례 삼진아웃을 잡아 이 부문 선두를 지켰다. 올해 연봉 40만5,000달러에 불과한 헐값신인 린시컴은 이로써 시즌 12승3패가 됐다. 방어율은 2.68. 다승부문과 방어율도 선두권이다.
린시컴의 브레이브스전 승리는, 로왠드가 전한 다른 팀 선수들의 말처럼, 싱싱한 구위 하나로 거둔 것이 아니라 경기를 거듭할수록 쑥쑥 무르익는 완숙미로 해냈다. 5안타와 4볼넷에서 보듯 공이 다른 때에 비해 썩 좋지는 않았는데, 위기가 닥치면 시속 97, 8마일짜리 패스트볼이나 붕 떴다 타자의 시야에서 휙 사라지는 커브성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을 농락하며 가시밭길을 빠져나가는 등 신인이 아니라 능구렁이 고참같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앞선 2차례 출격에서 6일보다 잘 던지고, 또 덕아웃으로 물러날 때 기껏 이기고 있었는데도, 불펜투수들의 설거지가 서툴러 2차례 모두 손 안에 넣은 승리를 놓쳤던 린시컴은 삼세판 도전 끝에 1승을 보탠 뒤 말했다. 오늘 공이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우리가 이겼으니 그게 제일 큰 거 아닌가. 하지만 하필 피칭의 효율을 높여야겠다고 하는 참에 볼넷이 너무 많았다. 그러면 투수만 죽어나는 것 아닌가. 신인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냉정한 자기진단이다.
그러나 마운드에서 잘 던졌다고 승리보장은 아닌 법. 방망이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데 사이좋게도 린시컴 칭찬릴레이에서 가장 열을 올린 로왠드가 방망이몫을 거의 다 해줬다. 로왠드는 1회말 특유의 엉거주춤 배팅폼으로 왼쪽 펜스 넘어 관중석에 박히는 홈런을 터뜨렸다. 선행주자 랜디 윈과 차례로 홈을 밟는 2점짜리였다. 로왠드의 린시컴 엄호는 3회말에 또 있었다. 이번에도 득점주자는 윈이었다. 우익수쪽으로 날아가는 희생플라이로 3루주자 윈을안전귀가시키며 이날의 결승타점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자이언츠가 올린 3타점은 모두 로왠드의 방망이에서 익어터졌다.
로왠드에 앞서 린시컴의 기를 살려준 것은 좌익수 프레드 루이스의 1회초 호수비였다. 선두타자 그리고르 블랑코를 유격수앞 땅볼로, 후속타자 유넬 에스코바르를 유격수 플라이로 처리한 린시컴은 돌연 흔들리며 케이시 카치만에게 볼넷을 내주고 브라이언 매캔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2사 1, 2루. 이어 오마 인판테에게도 좌전안타를 맞았다. 2루주자 카치만은 죽자사자 홈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좌익수 루이스가 인판테의 타구를 잡자마자 송곳처럼 빠르게 홈으로 던져 카치만을 홈플레이트 몇피트 전에서 잡아채며 이닝을 끝냈다.
브레이브스는 5회초와 6회초 각각 1점씩 따라붙었으나 더 이상 바라기엔 린시컴의 구위가 아직 싱싱했고 몰라보게 향상된 위기관리도 벽이었다. 린시컴에 이어 9회초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전문 브라이언 윌슨은 무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32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그는 올해 34차례 세이브 기회에 32세이브를 올렸다. 특히 이날까지 23연속 세이브 성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 승부로 자이언츠는 48승65패, 브레이브스는 52승62패가 됐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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