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생애 첫 우승을 눈앞에 뒀던 ‘얼짱’ 최나연(21.SK텔레콤)과 브라질 교포 안젤라 박(20.LG전자)이 8년이나 한국 선수 챔피언을 거부해 온 ‘알프스 징크스’에 울었다.
최나연과 안젤라 박은 28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르-뱅의 에비앙마스터스 골프장(파72.6천347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에비앙마스터스 최종일 연장 접전 끝에 43세의 노장 헬렌 알프레드손(스웨덴)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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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헬렌 알프레드손 전 프랑스 축구국가 대표선수 지단으로부터 승리 축하를 받는 모습. 헬렌 알프레드손은 2008년 7월 27일 프랑스 에비안의 에비안 로얄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열린 골프 에비안 마스터스경기에서 한국의 최나연 선수를 연장전끝에 누르고 우승하였다.
(AP Photo/Keystone/Jean-Christophe Bott)
이틀 동안 선두를 달렸던 안젤라와 최종 라운드에서 불꽃타를 때려낸 최나연 모두 아쉬운 패배였다.
4라운드를 똑같이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마친 최나연, 안젤라, 알프레드손이 연장전에 들어갈 때도 LPGA 투어 대회에 편입된 2000년 이후 한번도 한국 선수에게 우승을 허용하지 않았던 에비앙의 빗장은 풀리는 듯 했다.
최나연과 안젤라는 LPGA 투어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른 ‘박세리 키드’ 세대의 일원이고 알프레드손은 통산 5승을 올렸지만 2003년 이후 우승없이 사라져가는 잊혀진 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프스 징크스’는 끝내 ‘코리언’에게 매몰찼다.
18번홀(파5)에서 열린 첫번째 연장전에서 안젤라의 버디 퍼트는 홀 속으로 들어갔다가 튕겨 나오고 말았다.
불운이었다. 반면 알프레드손의 버디 퍼트는 홀 가장자리를 타고 돌아 들어갔다.
그나마 최나연은 벙커에서 쳐낸 세번째샷이 홀 옆 60㎝에 붙어 연장전을 이어갈 수 있었다.
같은 홀에서 치른 두번째 연장전에서도 알프레드손은 운이 따랐다. 티샷이 밀려 두번째샷으로 직접 그린을 공략하지 못한 알프레드손은 3m 버디 퍼트가 거짓말처럼 홀에 빨려 들어갔다.
이글 퍼트가 빗나간 최나연은 입맛을 다셨다.
세번째 연장전은 더 기가 막혔다. 둘다 티샷이 왼쪽 숲으로 당겨쳤지만 알프레드손의 볼은 나무를 맞고 그린이 훤히 보이는 곳으로 튀어 나왔다. 최나연이 친 볼은 나무 밑에 떨어져 하는 수 없이 세번째샷에 승부를 걸어야 했다.
최나연은 세번째샷을 홀 2m 옆에 떨어트렸지만 버디 퍼트는 홀을 비켜갔다. 두번만에 그린 입구에 볼을 가져다놓은 알프레드손은 이글 퍼팅이 서툴러 1.2m가 남았지만 17년째 LPGA 투어를 뛰고 있는 베테랑답게 실수가 없었다.
1994년과 1998년에 이어 대회 세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게 된 알프레드손은 펄쩍펄쩍 뛰면서 어린 아이처럼 기뻐했다.
꼭 10년만에 되찾은 우승컵이지만 10년전에는 LPGA 투어 대회가 아니었고 상금도 47만5천달러나 되는 올해에 비해 보잘 것 없었다.
2라운드에서 코스레코드(63타)를 경신했던 알프레드손은 3라운드에서 71타를 치는 부진 끝에 4타차 4위로 밀렸지만 4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역전극을 연출했다.
2, 3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를 달려 우승을 예약하다시피 했던 안젤라나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9개를 쓸어담으며 선두로 뛰어 오른 최나연이나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안젤라는 약점이던 퍼팅 부진이 도진 탓에 4라운드에서 1타 밖에 줄이지 못해 연장전에 끌려 들어간 것이 뼈아팠다.
기대도 않았기에 최나연의 아쉬움은 더 컸다. 선두에 5타 뒤진 공동5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최나연은 치면 그린에 올라가는 컴퓨터 아이언샷과 굴리면 홀로 빨려 들어가는 신들린 퍼팅을 앞세워 13번홀까지 8타를 줄였다.
12번홀(파4)에서는 아름드리 키 큰 나무 너머에서 보이지도 않는 그린을 향해 친 두번째샷이 깃대를 맞추고 멈춰 버디를 잡아내는 묘기까지 보였다.
13번홀에서 버디를 보탠 최나연은 무려 4타차 단독 선두를 달렸지만 생애 첫 우승의 기회가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자 막판에 샷이 흔들렸다.
15번홀(파5)에서 다섯번만에 그린에 볼을 올려 가까스로 보기로 막아낸 최나연은 16번홀(파4)에서도 티샷이 좋지 않은데다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하다 1타를 잃었다.
쉽게 2온을 시도할 수 있는 18번홀(파5)에서도 티샷이 러프에 떨어지며 결국 버디를 잡아내지 못한 것이 연장전에 끌려 들어간 빌미가 됐다.
사이베이스클래식에 이어 두번째 준우승을 차지한 최나연은 신인왕 레이스에서 청야니(대만)를 다시 2위로 밀어내고 선두로 나선 데 만족해야 했다.
홍진주(24. SK에너지)가 4위(13언더파 275타)에 올랐고 공동 6위(11언더파 277타)에 이름을 올린 박희영(21.하나금융)과 안시현(24) 등 모두 5명의 한국 선수가 ‘톱 10’에 들었다.
상금랭킹 1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5위(12언더파 276타)로 대회를 마쳤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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