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사람들은 야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것이 무슨 스포츠냐 하고 경멸하기까지 합니다. 스포츠란 달리고, 높이 뛰고 하면서, 또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인데 타자가 무서워 볼넷으로 걸어가게 하기도 하고, 왼손타자가 나왔다고 여태껏 던지던 투수는 물러나고 왼손투수를 대신 세우는데 그것도 슬슬 걸어 나가고 슬슬 걸어 들어오고, 그런 것들이 스포츠라고 불릴 수 있느냐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나는 야구를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응원하는 팀의 감독이 된 것쯤으로 상상하면서 그때그때마다 아 이번에는 볼넷으로 걸러 보낼 위험이 있더라도 투수보고 낮은 슬라이더로 던지라고 하여야 한다. 이번은 기습번트보다는 희생플라이를 날려야 한다. 안 되겠다, 투수를 왼손잡이로 교체 해야겠다 등등 수없는 작전지시를 혼자 해봅니다. 그래서 그것이 실제 감독의 작전과 일치해서 점수를 낼 때 그 기쁨, 또 내 작전이 아니고 감독이 다른 작전 지시로 점수를 못 냈을 때의 아쉬움, 나의 상상을 넘는 작전으로 팀이 승리했을 때의 감탄 등등 소위 관전 속에서 무한한 흥미와 스릴을 느끼기 때문에 야구를 좋아 한다 이런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야구장에 가보면 관객의 대부분이 나보다 더 나은 실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메이저리거들의 장기, 투수들의 특성까지 꿰뚫고, 감독의 작전을 비평하기도 하고 칭찬하기도 하는 등 정말 대단들 한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한 풍토이기에 감독도 정말 공부하고 연구해서 높은 수준의 관객의 눈초리를 의식하고 있을 것이며 그래서 고액의 연봉을 받기도 하고 실적부진이면 파면도 당하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찌 야구만이 이렇겠습니까. 바둑도 보면 TV로 복기한다고 흑백 돌들의 전쟁을 분석하고 하다못해 동네 사랑방에서 벌리는 장기도 서로 이렇게 장군을 불러라, 저렇게 멍군을 불러라 하면서 두뇌의 싸움을 즐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것을 한일 독도 싸움에 대입시켜보자고 하고 싶습니다.
‘독도’ 하고 터졌을 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그림을 그렸을 것입니다.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플래카드를 들고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위, 외부부장관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서 유감 표명, 대사관 앞에서 머리 깎는 퍼포먼스, 좀 더 나아가 혈서 쓰는 퍼포먼스, 일본 물건 안사기, 일본영화를 비롯한 문화교류 보류, 대마도는 우리 땅이라고 우기기.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감독이 마치 작전이고 뭐고 없이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서 무조건 방망이를 휘둘러서 홈런이나 날려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치의 극치입니다. 이러한 흘러간 영화를 계속 틀어서야 되겠습니까? 이제 뭐 좀 새로운 작전의 대응방식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어떠한 비판이던지 내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의 발로라고 생각해주실 것으로 믿고 좀 못되먹은 말일지 모르겠으나 몇 마디 해야겠습니다.
일본은 여러 가지 연구 끝에 교묘하고 한 수 위의 작전을 쓰고 있는데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예견할 수 있는 작전, 즉 반응은 제발 이제 고만 좀 쓰라고 권합니다. 세상의 항의 시위 중 붉은 띠 머리에 두르고 머리 깎고 혈서 쓰는 나라가 선진국 중 어느 나라가 있습니까? 우리가 매일 떠드는 민족 국민들의 정서에는 맞을지 모르겠으나 어쩌면 지구상의 세계 식구들에게는 야만스럽다, 혐오스럽다 라고 핀잔을 들으면서 오히려 역효과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비분강개하는 모습은 선진사회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독도문제 한일 간의 싸움도 야구 구경하듯 즐기면서 공부하면서 머리를 짜면서 비평도 하고 관전평도 내놓으면 그 수준 높은 관객 때문에 한국정부도 유치한 행동을 반복만은 못할 것입니다.
비록 타국 멀리 미국 땅이라지만 거듭 이야기 하는 바 우리 모두 즐기면서 머리를 쓰면서 야구감독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응원합시다.
PS; 뉴욕타임스에 ‘독도는 우리 땅’ 광고, 그것은 내 개인적으로는 돈이 아깝고 그 효과가 있을까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미생물 연구하시는 분에게 희소식, 세계 희귀 독도 미생물 무료 분양’이라고 광고를 냈으면 어떠했을까요. 오늘 독도에 희귀 미생물이 있다는 기사를 읽고 언뜻 생각해 보았습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