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하 MB)은23일, 금강산사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청와대 춘추관을 “깜짝 방문”, 30여분 동안 선채로 가진 즉석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시간이 걸려도 적당히 해결하기보다 원칙에 맞게 해결하는 게 맞다”고 말 한다. 실용만이 아닌 원칙을 내세운 것이 새롭다.
“무장하지 않은 여성 관광객을 뒤에서 쐈는데 이는 남북문제를 떠나 국가간 통상적인 원칙에도 벗어난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MB의 지적은 계속된다. “북한이 (이 사건을) 다른 남북관계와 결부시킬 게 아니라, 인정할 건 인정하고 북한이 뭔가 그에 대한 확실한 조처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 확실히 그런 문제가 없도록 정부 대 정부, 당사국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충분하지는 않다. 북한을 ‘당사국’으로, 북한당국을 ‘정부’로 예우하겠다는 것. 나아가 정부 대 정부나 당사국 간 “합의”를 이끌어 내는 만남을 위해서라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과 통일을 기약하는 보다 실용적인 ‘청사진’이 마련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금강산 사태는 전무가들이 지적하듯 어쩌면 예기치 못했던 ‘돌발 총기사고’일 수도 있고, 앞으로 어느 때인가는 이보다 더 크고 불행한 “사고”도 발발 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명박 정부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지켜 줄 열쇠를 챙겨야 한다. 그 “관계”의 내용도 예측 가능해야 한다. 소리만 요란한 구호로는 안 된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어야 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다저 온 교류.협력관계를 계속 지켜 갈 것인가.아니면 북한을 “주적”으로 몰아 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북한이 끝까지 주적(主敵)이라면 말이 필요 없다.
지난 21일, 국회 ‘금강산.독도 긴급현안 질의장’에서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냐”는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대답에서 국방부 장관은 “주적이냐 아니냐를 떠나 우리 군에선 북한을 현실적인 적으로 교육하고 있다”며, “우리의 체제를 위협하는 국가는 북한”이라 했다.
북한의 입들이 듣고만 있을리 없다. 24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조평통)는 이를 두고, 이명박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한사코 부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보다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 주장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은 전한다.
‘조평통 서기국’ 7월 23일자 보도 내용을 더 들어 보자. “우리를 주적으로 단정한 것은 우리에 대한 용납못할 도발”이라 비난하고 나선다. 특히 “6.15이후 좋게 발전하던 북남관계가 전면 차단되고 조선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남조선 당국이 외세의존과 반공화국 대결 책동을 걷어 치우고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이행하는 데로 나와야 할 것”이지만 이명박 정부가 “주적론까지 내들고 북남관계를 예측 할 수 없는 파국적 국면으로 몰아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당국대화 재개니, 진지한 협의니 뭐니 하는 것들이 한갖 저들의 반역적 정체를 가리기 위한 기만에 불과하며 우리와 끝까지 대결하겠다는 공공연한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고 결기를 세운다.(연합뉴스 7/24 참조)
그 동안 많이 보고 듣던 말들이다. 그렇지만 북한의 손을 잡고 “비핵.개방”의 문을 열어야 할 지금이다. 왠 총성이고, ‘주적 질문’인가 묻게 된다. 10년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인가.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북한이다. 한반도 비핵화니 6자회담이니 해도 북한의 핵무기는 “지금 한반도의 냉엄한 현실”이다.6월에 제출한 북한의 핵 신고서도 “조선 민주
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으로서…”라는 문장으로 시작한 북한이다.
북핵 해결 과정의 최대 현안인 검증 체계 구축과 관련 검증을 받는 것은 “의무”가 아닌 “협조 차원”이라는 입장을 밝히며,“검증 협조를 위해서는 남한의 핵 프로그램도 검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북한이다.(조선 7/24) 북핵 문제,말같이 쉽게 풀릴 일들인가?
주적문제. 못 들은척 숨길 일이 아니다. 새로운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도 꼭 풀고 가야 한다. 6.15와 10.4 남북 정상회담 이 담고 있는 정신과 사업을 승계, 남.북한 교류.협력과 통일을 다저 나가겠다면 더 더욱 그렇다.꼭 넘어야 할 고개이고, 극복해야 할 시련이다.실용아닌 원칙을 내 세운 MB의 결단을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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