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 이년 전에 있었던 사법고시 면접시험에 대한민국의 주적(主敵)이 누구냐는 문제가 나왔다. 그리고 응시자중 10여명이 우리의 주적은 미국이라고 대답하였다. 지금까지 사법고시 면접시험에서는 보통 한두 명 이상이 탈락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사건으로 인해 10여명 이상의 탈락자가 나오게 되었으니 큰 사회적 문제로 되고 말았다.
고시를 주관하는 부서에서는 이 문제의 정답을 북한으로 못 박고 있었고 그동안 진보성향의 교육을 받은 미래의 법관 후보들은 미국이 우리의 주적이라고 대답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결국 그 사람들을 구제하기위해 특별교육의 기회를 마련하고 다시 면접시험을 치르게 하여 6~7명은 다른 답변이 나오게 유도하여 합격시켰으나 3~4명의 응시자는 끝까지 그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아 불합격의 설움을 감수하면서 법관의 길을 포기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문제를 찾아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를 아는 사람은 미국이 우리의 주적이라고 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나 법관이 되겠다는 그들의 사리판단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 면접시험 문제 자체에 있다고 본다.
국경이 없다시피 빠른 속도로 세계화 되어가는 이 시대에 왜 하필이면 주적, 즉 우리의 원수가 누구냐를 묻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너무나 시대의 흐름과 요구에 맞지 않는 질문인 것이었다. 또한 법관을 뽑는 자리에서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항을 시험문제로 채택한 것도 잘못이었다.
적과 동지의 구분은 과거에 있었던 일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그리고 국제적인 관계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원수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미국은 우리의 우방이지만 현재로서는 주적이 아니다. 북한도 한때는 우리의 주적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를 저질렀지만 그들은 우리들의 영원한 원수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수험생의 입장에서 꼭 그 질문에 대답을 해야 했다면 명석한 법관이 될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응시자는 북한을 택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미국은 물론 아님을 말했어야 한다.
최선의 답변은 좀 긴 부연설명을 부쳐 주적을 논하지 말아야 하는 논리를 전개하였을 것이다. 그래도 꼭 어느 나라를 짚어 대답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면 국가관이 뚜렷하고 과거와 미래를 볼 줄 아는 법관 후보생은 일본이야말로 바로 우리의 주적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독도문제가 더디어 터지고 말았다. 지난 일백 여 연간에 걸쳐 일본이 우리에게 저지른 일들과 오늘날 그들이 우리 대한민국을 대하는 행위는 우리의 주적 1위에 해당한다고 본다.
유대인학살과 이차대전의 전범 독일은 그 나라 수상이 무릎을 꿇고 이스라엘 국민에게 사죄하였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도 우리를 얕잡아 보고만 있다. 우리와 일본은 상생하기 어려운 존재임을 한번 다시확인 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일본이라는 존재가 우리의 이웃에 있다는 것이 너무 불행한 일이다.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나라를 일본으로부터 지켜야한다. 그러니 이럴 때 일수록 우리는 일본을 길들일 수 있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고 느껴진다.
북한이 빠른 속도로 미국과 가까워지고 있는 사이에 북한을 적대시하고 있는 한국은 왕따를 당하고 있다. 아니 일본은 물론 중국 미국으로부터도 뒤통수를 얻어맞고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북한은 아예 한국과는 이야기도 하지 않으려 하지만 육자회담에서 일본마저 따돌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또한 북한은 그들이 처해있는 여건이나 국제정세는 남한과의 전쟁이나 무력사용으로 그들이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다만 북한은 체제를 유지하고 살아남기 위해 온갖 몸부림을 다 치고 있는 것이다.
육자회담 당사자들 미, 일, 중, 러시아 어느 나라도 한반도가 하나 됨을 바라는 국가가 없음을 우리는 알아야한다. 그러니 우리 한국은 오늘의 위기를 전화위복의 좋은 기회로 삼아야 된다. 싫던 좋던 우리 동족인 북한과 머리를 맞대고 하루 빨리 같이 살길을 찾아야한다. 그리고 남북한이 한목소리로 일본을 육자회담에서 따돌리고 독도를 지켜 우리의 주적 일본을 철저히 막아야 할 것이다. 비록 그것이 조그마한 바위섬이지만 남한도 북한도 함께 지켜야 할 우리의 영토이자 통일의 지름길이다. 일본이 우리의 친구이자 우방이라고 말하는 한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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