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대법원은 대법원장을 포함해서 9명의 판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5대 4의 판결은 앞으로 한사람만 마음이 바뀌더라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간발(間髮)의 결정이랄 수 있다. 10월1일부터 6월30일로 마감된 2007-8년 대법원 회기 중의 결정 중에서 5대 4로 결정된 주요사건 둘만 살펴보고자 한다.
‘부메디안 대 부시’와 ‘앨 오다 대 미국 정부’ 사건은 쿠바에 소재한 미국 해군기지 관타나모에 수감되어 있는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의 소위 적국 전투원들이 미국 법원에 인신구속 적부심사(Habeas Corpus)를 요청할 수 있는가 라는 게 쟁점이었다. “당신네들(정부)이 (미결수의)신체를 가지고 있다”라는 라틴말 표현인 ‘해비어스 코퍼스’는 영미법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법원칙이다. 어떤 사람이 구속되면 법원에 구속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해달라고 요구하는 절차인 것이다. 유·뮤죄를 따지는 게 아니고 구속이 적법적인가 만을 법원이 검토하여 현행범, 도주와 증거인멸의 위험성의 경우만을 제외하고는 미결수를 석방시켜 재판에 임하게 한다.
부시 행정부는 9.11 사변 이후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전개하는 가운데 외국에서 체포된 알카에다 요원들이 미국 헌법의 보호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관타나모에 있는 감옥에 수감해왔던 바 미국 내가 아니더라도 미국법이 적용되는 군사기지에 억류되어 있는 수감인들이 미국 연방지방법원에 인신구속 적부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는 게 이번 판결의 요지이다. 앤소니 케네디(레이건 임명), 존 폴 스티븐스(포드), 데이비드 수터(아버지 부시),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클린턴), 그리고 스티븐 브라이어(클린턴) 다섯 명은 케네디가 쓴 다수 판결문을 통해 헌법의 삼권분립의 체제 아래서 행정부가 어떤 사람을 구속할 권위가 있는지에 대한 도전을 사법부가 고려하는 것처럼 필요하고도 합법적인 사법권의 행사가 드물다고 판시했다.
앤토닌 스칼리아(레이건 임명), 클라렌스 토마스(아버지 부시), 존 로버츠 대법원장(현 부시), 그리고 새무엘 엘리토(현 부시) 네 명은 반대의견을 냈다. 특히 스칼리아는 외국인들에게는 해비어스 코퍼스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과거의 판례와 다른 이번 대법원 판결의 결과로 더 많은 미국사람들이 죽임을 당할 게 확실시된다고 다수의견을 맹공격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번 결정으로 관타나모에 있는 미결수들이 즉시 석방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연방 법원에 구속 적부심사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점이다.
6월26일 발표된 ‘DC 대 헬러’ 사건에 대한 결정은 위에 언급된 결정의 반대파가 앤소니 케네디의 합류로 다수가 되면서 헌법 개정 제2조의 의미에 대한 역사적인 해석을 내린다. 워싱턴 DC에는 총기사용범죄를 줄이기 위해 민간인들의 권총 소유를 금하는 등의 총기규제법이 1976년 이래 존재해왔던 바 대법원은 5대 4로 그 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DC의 총기단속법이 헌법 개정 제2조의 “잘 운용되는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무기를 소유할 수 있는 시민들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라는 내용을 어기기 때문에 그러하다는 판결이다. 이로써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은 (주)민병대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일반 시민이 자기방위를 위해 총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과거에 여러 연방 공소법원들이 헌법 개정 제2조가 시민들의 총기소유권을 민병대와만 관련시켜 해석해온 판례들을 단 한 방으로 뒤집어엎은 획기적인 판례다. 권총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권총사용 범죄가 다반사처럼 되어있는 DC의 시장과 경찰이 당황해한 것은 이해될 만하다.
민간인의 손쉬운 무기 소유로 인한 피해와 미국의 수치는 잘 알려져 있다. 미국에는 약 1억9,300만 내지 2억5,000만 정의 총기들이 보급되어 있다. 작년에 버지니아텍 대학의 참극으로는 33명이 희생되었고, 금년에는 북부 일리노이 대학에서 여섯 명이 총기에 목숨을 잃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발표될 무렵에도 켄터키 주 어느 플라스틱 공장의 직원 하나가 자기 상사와 동료 넷을 죽이고는 자살을 감행했다. 이와 같은 사실과 통계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법원의 다섯 명 판사들은 미국 여러 주와 도시들의 총기단속법들의 합헌성에 의문을 일으킨 것이다. 대법원 판사들이야 각종 법원 청사에 총기휴대가 금지되어 있어 안전한 분위기에서 고담준론을 할 수 있고, 그들이 사는 지역도 권총 범죄가 빈발하는 위험지역과는 거리가 먼 안전지역이라지만 그 같은 결정이 미국 범죄현장을 얼마나 더 악화시킬는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게 5명의 다수 결정이다. 브라이어 판사가 반대의견에서 미국 전역의 총기단속법이 이번 결정으로 위태로워졌다고 한탄한 바 있다.
대법원 판사들이 반드시 임명권자의 정치성향을 계속 따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스티븐스와 수터의 경우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보수파와 리버랄 판사들이 4대 4로 케네디의 그네뛰기에 따라 5대 4로 중요 이슈들이 정해지는 판국에 차기 대통령이 누구냐는 게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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