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시민권자인 저는 5년 전 한국에 있는 동생의 이민신청을 해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1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금 5년이 지났는데 아직 5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인데, 왜 이렇게 수속이 더딘 것 인지요? 빨리 수속할 수 있는 방법이나 수속이 빨라질 가능성은 없는지요? 참고로 시민권자인 제 아들은 작년에 유학생으로 미국에 와있던 여자와 결혼해 6개월 만에 며느리가 영주권을 받았습니다. 같은 영주권인데 왜 이리도 걸리는 시간이 차이가 나는지요?

답변)
미국 이민국의 업무를 처리하는 속도를 보면, 대부분의 성질 급한 한국 분이라면 참지 못하고 분노를 폭발하시게 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이런 것이 미국의 시스템 이라고 이해를 하시게 되면 그냥 체념을 하시는 단계를 맞게 됩니다. 원래 급할 게 없이 천천히 업무를 진행하는 미국사회이지만, 특히 이민업무만큼은 늘 이민업무를 담당하는 변호사인 제가 봐도 과히 비능률의 극치라고 보아도 과장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민국에 접수시킨 서류가 빨리 진행되지 않는 데는 서로 다른 몇 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1. 쿼터문제

우선 이민법 의해 할당된 쿼터가 모자라서 대기하는 시간입니다. 시민권자의 형제 초청 case는 미국정부의 관점에서 볼 때는 순위가 가장 뒤로 밀리는 case 입니다. 이민법에 의해 매년 일정량의 가족이민 쿼터가 풀리게 되어 있는데, 형제 초청 case는 쿼터는 항상 모자라고 신청자는 많기에, 1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쿼터가 배정되는 것입니다. 즉 이민국의 업무처리지 연에 의한 지체가 아니고 이민쿼터의 제한에 의한 지체 현상입니다.

즉 이러한 지체는 이민국의 업무가 능률화 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형제초청에 배당된 쿼터를 늘리는 방법 밖에는 해결책이 없습니다. 반면에 시민권자의 배우자 초청, 시민권자의 부모 초청, 시민권자의 미성년 자녀초청 등의 경우에는 쿼터와 관계없이 이민을 허가해 주고 있습니다. 취업 이민인 경우도 쿼터의 제한을 받습니다.

대부분의 engineer들이 속하는 취업이민 3순위인 경우에도 2005년 7월부터는 쿼터 부족현상이 발생해, 쿼터 대기 기간만 5년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취업이민 쿼터 부족이 미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제거하고자, 미 의회 차원에서 취업이민 쿼터증가 노력이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2. 이민국 업무처리에 의한 지체 현상

둘째로 이민국의 업무처리 지연으로 인한 지체현상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사실 지난 2-3년 사이에 많이 해결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5년 전에는 미국 내에서 처리하는 배우자 초청 case의 경우 1년 반 이상이 소요되었지만, 요즘은 대개 6개월 이내에 영주권이 나옵니다. 취업 영주권의 첫번째 단계인 labor certification의 경우에도 전에는 3년 가까이 걸리던 것이 최근 접수된 것은 불과 수개월 내에 결과가 나옵니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 공약 중 하나가 영주권 처리 속도를 빨리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약속한 만킁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실현되는 듯합니다.


3. 타 기관의 업무지연으로 발생하는 지체 현상

9/11 이후 흔히 볼 수 있는 지연현상이 바로 신원조회 문제입니다. 영주권이나 시민권 신청자의 신원조회가 강화되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이 처리되던 case가 미 FBI 의 신원조회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1년 이상씩 끄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경우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날 벼락을 맞는 상황이지만, case를 처리한 변호사 입장에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당사자가 전과가 있거나 다른 문제가 있어서 지연되는 것이라면, 당사자 책임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대부분 이런 문제도 없으신 분이 신원조회가 지연되기 일쑤입니다. 만약 이민신청자가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혹시 그와 같은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이 기록상 문제가 있으면 애꿎은 동명이인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현재로서는 비록 변호사로서도 이런 문제를 시원히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담당 이민국직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FBI에서 결과가 나와야 처리를 해주는데, 자기보다 힘센 기관에 자기들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 이럴 때는, 유력 정치인을 통하거나 이민국에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해결을 보기도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이러한 지체가 새옹지마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혼을 통한 영주권 신청의 경우 결혼한지 2년 이내에 영주권을 신청하면 2년짜리 임시영주권을 주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영주권 수속이 2년 이상 지체되면 이민국에서는 2년짜리 조건부 영주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완전한 영주권을 줍니다. 즉 영주권이 발급이 지연된 것은 속상한 일이지만 오히려 조건부영주권을 완전한 영주권으로 바꾸는데 소요되는 비용이나 노력은 절감하실 수 있게 되는 것이 지요.


4. 이민국의 실수로 인한 지체

좀 황당한 경우로서 이민국이 서류를 분실하거나, 엉뚱한 기관으로 서류를 보낸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최근 저희 고객 중 오래 전에 시민권을 받으셨다가 포기하시고, 다시 이민을 신청하신 경우가 있었습니다. case자체는 간단한 것이었지만, 이민국에서 이분의 옛날 시민권 기록을 분실하여 찾지 못하는 바람에, 몇 년을 기다리게 되는 있었습니다. 또한 이민국에서 직원들이 실수로 수많은 신청서를 모두 서류 파쇄기에 넣어 버린 일 발생한 적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 방송을 통해 아프리카의 Nigeria 사람들은 자기나라의 부패와 비능률을 비꼬는 말로, 어떤 황당한 일이 생기면”This is Nigeria.”라는 말을 한다고 합니다. Nigeria 에서는 이런 이상한 일이 다반사로 발생하니 놀랄 일도 없다는 말이겠지요. 다른 것은 몰라도 미국에서 이민국 일 처리만큼은 항상 인내심을 가지고 처리하셔야 합니다. 그러다 만약 무슨 황당한 일이라도 당하면 그냥 “This is America”라고 하셔야 여러분의 소중한 건강을 해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