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일에 찬란한 불꽃놀이에 침울한 민초들의 경제 불안과 파탄에 대한 설왕설래가 교차되었다. 경제의 심각성은 서브프라임 여파서 유가 상승, 정치적으로는 이라크 전쟁 경비와 이란의 핵무기 사용 조짐, 북한 핵 제재, 총선거로 인한 국론 분열, 핵심 동맹국들의 미국에 대한 평화 위협, 현 정부 지도력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사실 미국의 장래를 두고 ‘황혼기의 패권’이라며 독립국가로서의 존폐마저 들먹이고 있다.
미국은 건국 이래 200여 년을 강성해졌고 번창해왔다. 남북전쟁을 통한 노예해방에서 산업발달과 이념투쟁의 기득권마저 쟁취해왔다. 지정학적인 영토 확장으로 세계적인 군사기지와 병력, 그리고 우주전쟁에 있을 자원개발까지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의 국제적 지도력은 ‘자유’라는 슬로건이며, 자유를 위해 목숨과 국운을 걸게 만들었다. ‘자유’의 꿈과 환상을 당근으로 삼아 세계질서를 유지해왔고, 국익을 보존해왔다.
미국이 부르짖는 대의명분인 ‘자유’는 실리적인 헤게모니 장악책이다. 전쟁과 평화의 대가성 ‘꿈’이나 ‘이념’으로 자본주의를 지탱해온 것이다. 이 ‘자유’는 신의 주장이라고 믿어왔다. 정치사에서 전쟁은 수단이었고 평화는 선동적 슬로건이 되어왔다. 그 피나는 대가를 치르고 나면 얻어지는 전리품이 ‘자유’라는 배부름으로 기대되어왔다. 북한 같이 자유가 없는 나라는 살아남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다. 목숨을 바쳐 얻은 강요된 자유의 꿈을 인간 최대의 목표와 이상인양 설득해온 것이다. 결국 북한의 ‘자유’ 보장도 백화점의 상품권 같은 정치적 낚싯밥으로 현혹된 거래인 듯하다.
북한의 테러 지원국 해제조치를 콘도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상징적 과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경제원조를 제공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미국 의회는 5억7,500만 달러를 2012년까지 북한에 지불할 것이고 필요한 쌀, 곡식, 중유를 제공할 것이다. 대신 북한은 협조 차원에서 핵시설 폐기와 핵연료 재처리에 인권 관련 제재를 감수하고 유엔 안보리 규제를 계속 따라야한다는 미국의 부드러운 강요가 제시되고 있다.
북핵 신고와 미국의 상응 조치로 해빙기가 시작된 양국 관계의 진전은 지켜볼 일이다. 검증 유예기간은 45일 동안이나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여진다. 플루토늄 추출량에 있어서도 북미간의 차이가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껍데기뿐인 핵 냉각탑 폭파로 국제 ‘쇼’ 후에 핵무기들은 땅굴 속에 감추고 있지 않겠느냐는 뒷공론이다. 영변 핵시설은 250만 평에 시설이 280개에 달하지만 대덕 연구단지는 40만 평에 시설은 30개밖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평화적 이용 목적이 아닌 핵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만을 집착해온 북한의 호전적 태도가 문제인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는 요원하게 보인다. 안심은 금물이라는 말이다.
부시는 국내 여론과 총선을 의식하여 행정명령으로 한반도의 핵무기는 국가안보와 외교정책에 위협이 된다고 발표했다. 그간 차단됐던 북한 국적자의 모든 재산과 이해관계는 계속 차단되며 이체, 지불, 수출, 철회도 되지 않는다. 미국 시민이나 영주권자와 단체는 북한에 선박을 등록하거나 북한 국기를 달고 운항하는 권한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북한 깃발을 단 배를 소유, 대여, 운행하거나 보험도 들지 못하게 계속 제재토록 발표했다.
라이스는 정치적 타협으로 조만간 평양에 미국 외교사무소가 설치되고 워싱턴에 북한 외교 거점이 등장해야 실질적인 업무수행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계관 북한 대표는 “병아리가 달걀서 나오기 전에 미리 세지 말아야지요”라고 여운을 남겼다.
북한 속담에도 “코끼리는 생쥐를 제일 무서워한다”고 한다. 환상적인 미국의 ‘자유’에 사흘 굶은 사람이 허겁지겁 당황하듯 북한 당국도 초조하다. 미국의 상품권 거래 기술이 월등히 고수인 것만은 사실이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았다지만 사람의 혼이나 이념마저 앗아가는 ‘자유’ 상품권과는 대결해본 적이 었지 않은가. 미국은 “나에게 자유를 달라,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수준까지 체험했다. 적은 적이었을 뿐 흥정 상대로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패권마저 양보할 적수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인민 생존권과 민초들의 여론 앞에서 양방은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거래(Deal) 라고 하는 견해가 짙은 듯싶다. 상품권에는 얻어질 것보다 잃을 것이 많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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