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와 현대의 조화가 훌륭하게 어우러진 게티 빌라는 건물의 모든 부분이 섬세하고 예술적이다. 조현숙씨의 아트 투어에 참가한 한인들이 주랑의 벽면 장식을 구경하고 있다.
1세기 고대 로마의 귀족 저택을 본떠 만든 게티 빌라는 건축물만 로마시대의 것이 아니고, 당시의 정원 모습도 복원해 놓았다.
산·바다와 예술
현대와 고대의 조화
공간 전체가 ‘작품’
현대와 고대가 함께 숨 쉬는 곳
산과 바다와 예술이 공존하는 곳
2,000년 전의 로마 저택을 구경할 수 있는 곳
카페 음식이 고급식당 고메이 푸드보다 맛있는 곳…
날씨가 유난히 좋았던 지난 16일 말리부 해변에 자리잡은 게티 빌라(The Getty Villa)를 찾았다. 화가 조현숙씨가 안내하는 ‘아트 투어’의 회원 10여명과 함께 구경하고 공부하고 감상했던 세 시간, 우리를 둘러싼 먼지와 일상의 찌들음을 가볍게 털어내고, 역사와 예술의 향기를 덧입고 돌아온 상쾌한 나들이였다.
1번 퍼시픽코스트 하이웨이를 달려 선셋 신호등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나오는 게티 빌라는 말리부의 자연을 고품격으로 끌어안은 문화공간이다.
정원과 하늘이 아름다운 그 곳은 단순한 뮤지엄이 아니라 들어가는 입구의 도로포장에서부터 정원의 풀포기 하나 돌 하나까지 공간 전체가 예술작품인 곳이다. 따라서 여느 박물관처럼 전시품만 보는 것은 의미가 없고, 그것을 둘러싼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정원들의 특별함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조금 필요하다.
게티 빌라는 1세기 고대 로마의 귀족 빌라를 본떠 만든 건축물이다. 건축물만 로마시대의 것이 아니고, 당시의 정원 모습도 복원해 로마 귀족들이 식용으로 사용했던 각종 화초와 식물들을 심어놓아 볼거리를 더하고 있다.
증개축을 맡은 건축가 로돌포 마카도와 호르헤 실베티는 현대적 디자인과 게티 빌라의 오리지널 로만 목재, 청동, 유리, 콘크리트, 석회암 등의 재질을 적절하게 이용해 고대와 현대의 조화를 대단히 훌륭하게 이루어냈다. 도리안 식의 칼럼들이 길게 서있는 주랑, 이오니안 칼럼과 아름다운 천장 장식, 다양한 재질의 컬러와 선 이음새, 질감의 매치가 너무도 섬세하고 예술적이어서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각 건축물의 층과 높이가 조금씩 달라서 어디서 보든 조금씩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것도 특이한 즐거움. 게다가 집이 놓인 방향에서부터 물이 흐르는 방향까지, 말리부 산과 바다의 자연을 최대한 살린 건축과 조경이 감동적이다.
게티 빌라는 하루 방문객 수와 시간대를 통제하기 때문에 언제나 쾌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돌아볼 수 있다. 하루에 다 보기 힘든 게티 센터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인지, 어떤 이들은 게티 빌라가 아늑하고 아기자기하게 볼 것이 많아 더 좋다고 한다.
우리는 건축물 사이사이, 곳곳의 정원과 분수, 전시장 방들을 따라 많이 걷고 많이 구경했다. 햇빛은 따사로웠고, 공기는 청명했으며, 바다에서 산쪽으로 올라오면서 부드러워진 바람이 싱그럽게 얼굴을 쓰다듬었다.
갑자기 날씨가 더워진 요즘, 바다는 언제나 시원하게 가슴을 열고 우리를 맞아준다. 산과 바다와 예술이 손짓하는 게티 빌라는 여름철 외출의 좋은 선택이다. <글·사진 정숙희 기자>
석유재벌 게티가 건축, 유물 4만4,000여점 소장
■게티 빌라는
석유재벌 폴 게티는 고대의 문화와 예술을 보존하고 후세들에게 계승하려는 교육적인 의도로 게티 센터(The Getty Center LA)와 게티 빌라(The Getty Villa Malibu)를 건축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2개를 세웠던것은 아니다. 1945년 말리부 해변에 64에이커의 땅을 구입한 그는 소장품들인 그리스 로마 유품들을 전시하기 위해 1954년 최초의 폴 게티 뮤지엄을 열었고, 68년부터 자신이 동경해 온 1세기 로마시대의 저택(Villa dei Papiri in Herculaneum)을 복원하기 시작해 74년 일반에 공개했다.
캘리포니아의 명소로 사랑받던 이곳은 97년 증개축을 위해 문을 닫으면서 동시에 샌타모니카 산꼭대기에 게티 센터를 오픈했다. 말리부 게티 빌라는 10년 동안의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2006년초 재개관되었고 두 미술관은 차별화된 전시로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게티 빌라는 고대 그리스, 로마, 에트루스칸 유물들을 무려 4만4,000점이나 소장하고 있다. 이중 전시장에 나오는 것은 1,200여점 정도로 일정기간 돌아가며 전시하고 있으니 전체 게티 컬렉션을 구경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한편 게티 센터는 중세 이후 미술품들로부터 인상파 화가들의 걸작품들이 많고, 드로잉, 필사본, 사진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입장료: 무료지만 미리 티켓을 예약해야 한다. 걸어서 올라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고 택시나 승용차를 이용해야 한다.
▲주차료: 8달러.
▲주소: 17985 Pacific Coast Hwy Pacific Palisades, CA 90272
▲오픈 시간: 목~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화, 수요일과 공휴일은 휴관)
▲티켓 예약: (310)440-7300, www.getty.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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