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을 쌓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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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입니다.
기름 값도 오르고 모든 물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어렵고 힘든 와중에도 정성을 모아
하나씩 하나씩 탑을 쌓는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더욱 열심히 우리의 미래 교육, 뿌리 교육에 힘쓰겠습니다.
이는 지난 31일 상항 한국 학교 35주년 개교식을 겸한 운영기금 만찬에 참석하신 내빈께 드리는 이경이 교장 선생님의 인사말이다. 교장 선생님은 30여 년 동안 미주 한인의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 학교를 굳건히 지켜 오신 분이다. 교장 선생님은 늘 기부와 같은 도움이 없이는 한국 학교가 유지 될 수 없으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인 뿌리 교육은 불가능하다고 하다고 말씀하신다.
대부분 한국 학교들이 그렇듯 우리 학교도 자체 건물이 없는데다 매년 빌려 사용했던 Lowell High school의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되는 바람에 근처 사립 여학교를 개학을 며칠 앞두고서 간신히 빌릴 수 있었다. 학교 건물을 임대하기위해서는 여러 가지 까다로운 계약 조건들이 따라 붙고 그 임대료도 또한 적지 않은 액수라 가뜩이나 아이들을 데리고 매주 교과서에 시청각 자료, 부교재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보따리 살림을 하는 우리에게 이런 일은 서럽기조차 하다. 거기다 등록금만으로 이 모든 일을 운영, 처리하는 데는 역부족이라 경제적으로 늘 허덕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사정에 기금 모금 만찬은 어쩌면 그 어려움을 알아 속내를 어루만지고 쓰다듬어 주는 것 같아 아주 송구스럽고 면목이 없으면서도 감사한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알려진 것처럼 ‘기부의 나라’라고 일컫는 미국에서는 이미 기부 문화는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생각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과 국가의 제도적 지원이 정착되어 말할 나위 없이 선진화 되어 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사회적인 급박한 현안이 보다 많아질수록 기부금이 늘어나고 최근 들어서는 사후 기부에서 생전 기부로 그 형태가 바뀌어가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십일조를 꼬박꼬박 내는 기독교 문화가 자연스레 기부 문화로 이어져서 기부라 하면 남보다 처지가 나아서 주는 게 아니라 부족하고 힘든 가운데에도 조금씩 덜어서 나누어야 한다고 하는 생각이 당연시 되어 있는 것 같다.
비록 우리 학교는 주로 한인1세, 2세들의 힘으로 운영되는 학교이지만 기부에 관해서는 미국인들 못지않게 많은 열성을 보여 주신다. 그리고 받는 학교의 입장에서도 기부하시는 분들의 형편이 좋아서만 주시는 것이 아니라 어렵고 팍팍한 경제사정에서도 오롯이 학교를 위하는 마음으로 도와주시는 것으로 알고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받게 된다.
자선 사업, 혹은 기부금이라 하면 혹자는 세계 제일의 경영자이자 엄청난 부호로 이름을 날린 철강 왕 카네기를 떠올릴 것이다. 그는 ‘부는 신으로부터 맡겨진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카네기 홀, 카네기재단, 카네기 공과 대학 등 많은 교육 문화 시설을 설립하고 자선 사업에 관여하여 그 기금이 쓰이도록 했다. 그에 관한 많은 일화 중 기부금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어 옮길까 한다.
어느 날 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카네기에게 학교 강당 건립을 위한 기부를 요청하기 위해 찾아 갔다. 마침 카네기는 서재에서 촛불 두 개를 켜놓고 책을 읽고 있었는데 방문객이 들어오자 켜두었던 촛불 중 한 개를 끄면서 손님을 맞았다. 교장 선생님은 이 모습을 보고 카네기에게서 기부금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사정 이야기를 들은 카네기는 예상 밖으로 선선히 교사 신축 기부금을 주겠다고 했다. 나중에 그 교장 선생님은 무척 궁금해서 물었다
“어째서 내가 들어오자 켜두었던 촛불 한 개를 꺼버렸습니까?”
그러자 카네기는 “책을 읽을 때는 두 개의 촛불이 필요하지만 이야기 할 때는 촛불 한 개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 이 말은 들은 교장선생님은 단순히 큰 부자에게서 받는 도움이 아니라 아끼고 또 아껴서 모은 돈임을 깨달아 더욱 그의 기부를 소중하고 감사히 여겼다는 일화가 있다.
바쁜 토요일 오후에 다른 자리 마다하시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뿌리 교육을 위해 한걸음에 달려와 자리를 빛내주신 모든 참석자분들과 자원 봉사를 해주신 학부모님들, 비빌 언덕이 되어 주시는 이사님들, 그리고 크고 작게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에서 기천 불을 흔쾌히 쾌척해주신 분들까지 촛불을 끄는 마음으로 주신 기금, 탑을 쌓는 마음으로 받아 더욱 열심히 우리 아이들의 미래 교육에 힘쓰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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