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생존경쟁의 피날레
일주일간 행사진행 인상적
2002년에 미스코리아 진으로 뽑힌 금나나양이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에 합격통지를 받아 화제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지난 주 하버드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고 한다.
그 똑같은 날 우리 딸도 졸업을 하게 되어서 보스턴에 다녀왔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탐색차 방문했던 것이 바로 얼마 전 같았는데 벌써 졸업하는 모습을 보러 갔던 것이다.
그런데 하버드 졸업식은 여느 학교와 많이 달랐다. 우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졸업을 한다는 사실이다. 금년이 357기인데 올해만 해도 6,966명이 학위를 받았고 104명이 여러 가지의 증서를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들어가기 힘들다고 하는 대학에서 그렇게 많이 졸업한다니!
또 다른 점 하나는 하버드는 졸업식이 하루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일주일 내내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학기는 이미 5월 첫째 주에 끝났지만 그 후 2주 동안 자습하는 기간을 거쳐 셋째 주에 기말고사들을 치렀고 그때 졸업생 외에는 대부분 귀가를 했지만, 졸업생들은 계속 남아서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동창생들과 합류하여 넷째 주 내내 벌어지는 행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동창생들은 근처 호텔이나 숙박시설에 머무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많은 숫자가 굳이 옛 기숙사에 머물면서 추억을 더듬는 사람도 많았다. 졸업식도 학교별, 기숙사별 등 매일 행사가 여기저기 계속적으로 있었고, 목요일에는 모든 학위수여자가 참여하는 행사가 하버드 중앙에 위치한 하버드 야드(yard)에서 있었다.
연방준비은행의장 벤 버냉키가 졸업사를 한 것은 그 전날 졸업생만 참여하는 졸업식에서였었다. 졸업장 수여식은 전체 졸업식 후에 기숙사 야드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좀 더 친근한 분위기에서 거행되었는데 그 때에는 사감이 일일이 한 사람씩 불러내어 졸업생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 간단히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그렇지만 그것이 마지막이 아니고 오후에 한 번 더 하버드 야드에서 모임이 있었는데, 이것은 졸업식이 아니라 그날 막 졸업한 졸업생들이 이미 전에 졸업한 선배들과 자리를 같이 해서 동창생자격으로서의 첫 동창회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비로써 일주일에 걸친 대단원의 행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해리 포터의 저자 로울링(JK Rowling)이 졸업사를 맡은 것은 이 동창회에서였다. 이 식에도 많은 동창생들이 대거 참여했는데 이 동창회에는 보통 빈손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거금을 가지고 와서 학교기금으로 기부를 한다고 하는데, 이때 걷히는 기금이 웬만한 학교의 소유기금의 총액보다도 크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재학생들은 집에 안 가고 한 주를 더 머물면서 이들 선배들의 시중을 들면서 다음해에 쓸 용돈을 마련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졸업주간에 해야 하는 일중에 빼놓지 못할 중요한 일이 지난 4년 동안 모인 짐을 싸는 일이다. 멀리서부터 온 우리로서는 이것 또한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한 가지 4학년은 다 독방을 받기 때문에 같이 간 동생들이 며칠간 합세를 해서 같이 자면서 짐을 정리해 주어서 동생들이 미리 가지고 간 빈 가방에 잔뜩 채워 4년을 정리했다.
우리도 근처 모텔에 머물면서 가끔 들러서 지난 4년을 회상할 수 있었는데 모든 것이 당대로는 어렵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모차르트도 그렇고 하다못해 부시 대통령도 그렇고 모든 일에 한번 가본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더 수월한 일인지 절감한 것이다. 아무리 세계 각국 미국 각주에서 온다고 해도 그래도 주류가 있어서 전혀 다른 타주에서 전혀 다른 배경으로 아성을 도전한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4년 전 봄에 예일, 프린스턴, 컬럼비아, 유펜 등 두루 돌아보다가 마지막 하버드는 엄두도 못내는 곳이라 그냥 지나가려던 것을 들렀더니, 보고 마음에 꼭 든다고 하면서 좋아하며 열심히 기도해서 온 곳인데, 막상 와서 보니 너무나도 힘들고 어려운 나날 이었다고 한다.
우선 기후가 너무나 달랐다. 일 년에 세 달만 따뜻하고 나머지는 춥고 비오고 눈 오는 날의 연속인데 우리와는 달리 매일 해가 쨍쨍한 가주 출신인 우리 딸에게는 적응하기 힘든 일이었고, 공부의 수준도 얼마나 경쟁이 심했는지 검도에 비유하면 죽도가 아닌 목도, 아니 신검으로 하는 치열함을 느끼게 해서 때로는 동료들로부터도 매정함을 느꼈다고 한다.
또 생활수준의 격차도 적응하기 힘든 일이었다. 첫 룸메이트는 그래도 중산층, 싱글 맘의 딸, 등등 그렇게 큰 격차를 못 느꼈었는데 나머지 삼년동안 지낸 룸메이트는 평생 빨래 한번, 빗자루 한번 손에 들어보지 않았던 학생이어서 어떤 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같은 날 졸업한 금나나양도 그녀의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입학보다 졸업이 더 힘들다는 하버드에서 생활은 마치 서바이벌 게임과 같았다. 시험을 망쳤거나 이국에서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지하실에서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회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래도 모두 하버드에 오고 싶어 하는 이유는 경쟁이 심한 만치 또 학교에서 각 학생에게 주는 배려와 도움도 크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동생은 이제 3학년으로 진학하는데 누나가 자기가 몰랐던 것을 잘 가르쳐 주어서 누나보다 훨씬 쉽게 적응을 하는 것을 본다. 그런데 졸업 후에 깜짝 놀란 것은 그렇게 힘들게 얻은 졸업장을 우리 품에 안겨주며, “엄마, 아빠, 이거 내가 드리는 선물이야!”라고 한 것이다. 다음 주에는 졸업주간에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계속해서 나누어 보고자 한다.
(213)210-3466, johnsgwhang@yahoo.com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