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함께 졸업하는 한종수 목사·새라 이 전도사 부녀
■아버지 한 목사
목회·학업 병행 11년
부모님 영전에 학위 바쳐
■딸 이 전도사
아버지와 같이 강의 듣고
서로 도우며 즐겁게 공부
‘소명’의 길을 함께 걷는 한인 목회자 부녀가 오는 14일 각기 박사와 석사 학위를 받으며 풀러신학교를 나란히 졸업하게 돼 화제다.
얼바인침례교회 담임 한종수(52) 목사와 맏딸 새라 이(26) 전도사 부녀가 주인공. 아버지는 목회에 진력하느라 공부 기간이 크게 길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향학열을 불태워 목회학 석사(M. Div.)를 시작한지 23년만에 목회학 박사 학위(D. Min.)를 마쳤으며, 딸은 아버지를 따라 캠퍼스 기숙사에 살면서 자전거를 타고 놀던 바로 그 학교에서 가정사역학 전공으로 석사학위(MA)를 마쳐 아버지 곁에 서서 빛나는 졸업장을 받게 됐다.
지난 9일 본보와 인터뷰를 가진 한 목사 부녀는 의미가 각별한 이번 졸업식을 앞두고 가슴 설레는 표정이었다.
아버지 한 목사는 “1998년 시작한 박사학위를 올해 마치지 못하면 다른 과목을 추가로 하거나 중도탈락하게 된다는 말을 듣고 바쁜 시간을 쪼개 학업에 정진한 끝에 결국 10년만에 결승점에 골인했다. 석사도 85~96년까지 10년9개월 동안 공부했는데, 결국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82년 가난한 교회 중고생 2명을 놓고 평신도로서 설교를 시작한 그는 90년 1월 포도원교회를 개척해 섬겼으며, 2000년 4월 얼바인침례교회에 부임, 80여명이던 교인을 8년만에 1,350여명으로 부흥시킬 정도로 목회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이번 학위 취득이 더욱 감격스러운 것은 부모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었기 때문. 연세대학교와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전임강사로 일하던 그가 공부를 더 하려고 도미한 뒤 인생 항로를 목회로 수정하자, 그의 부모는 “받기로 했던 박사 학위는 어떻게 하려느냐”며 크게 섭섭해 했다고 한다. 효심이 지극했던 그는 부모에게 “무슨 박사든 꼭 받아드리겠다”고 말씀드렸고, 마침내 소천한 부모의 소원을 이뤄드리게 된 것이다. 그는 “부모님이 교회에 나오신 후에도 공부를 포기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셨는데…. 천국에서 기뻐하실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부모를 향한 애틋함을 얘기하는 그의 뇌리에는 공부, 목회, 파트타임 일을 동시에 하면서 너무 힘들어 혼자 운전대를 잡고 통곡기도를 하기도 하고 파김치 되어 귀가, 거실에 쓰러지기도 하던 20년도 넘은 시절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듯 했다.
이같이 어렵게 성취한 박사학위 취득에 더해 딸과 같이 졸업하게 되었으니, 요즘 그의 입이 귀에 걸린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딸은 지난달 31일 결혼식까지 올려 겹경사가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 사랑의 보금자리를 꾸민 신랑은 고등부 때 교회에서 만난 동갑내기 기도동지 이태희 전도사(얼바인침례교회 한국어 대학부)로 그 역시 현재 풀러에서 목회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UCLA 시절부터 섬기던 이 교회 초등부를 담당하다 잠시 쉬고 있는 딸 이 전도사는 “아버지와 풀러신학교에서 같은 시각, 같은 건물에서 강의를 듣기도 하고 런치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부녀가 학문의 길을 동행하는 남다른 ‘호사’를 경험한 그는 “신학적인 문제는 제가 아버지에게, 영어나 가정과 관련된 주제는 아버지가 제게 묻는 등 공부하는 동안 서로에게 버팀목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에 관계없이 계속 배우시는 아버지, 포기를 모르시는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또 아버지가 먼저 밟고 지나가신 길을 제가 따라가는 느낌이어서 공부하는 내내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그는 상담학을 더 공부, 라이선스를 받아 가정회복 사역을 하는 동시에 교수로서 학생을 가르치고 싶다는 단단한 꿈을 품고 있다.
한 목사의 스토리를 알게 된 풀러신학교측은 졸업식에 앞서 지난 12일 열린 학위후드 수여식에서 그에게 대표 연설자 중 하나로 소감을 말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한 목사는 한영희 사모와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으며, 둘째 딸 폴린씨는 전액 장학금으로 UCI를 졸업했고, 막내인 아들 폴군은 올 가을 전액 장학금으로 존스 합킨스 대학교에 진학할 예정이다.
<글·사진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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