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성 파인리지 모기지
가장 기본적인 경제원칙 중 하나는 ‘가격이 하락하면 공급이 줄어드는 반면 수요는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 주택시장의 경우 이러한 상식이 좀처럼 통하지 않는다.
지난주 발표된 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올 1/4분기 전국의 주택가격이 작년보다 14.1% 하락했다. 경제대공황이 한창 진행 중이었던 1932년 주택가격 하락률이 10.5%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나타나고 있는 가격하락은 전무후무한 현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같은 가격 하락 현상에도 불구, 공급(주택재고)은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기존주택의 경우 4월 말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온 주택재고는 총 455만채로 주택재고가 처분되기 위해 소요되는 기간은 11.2개월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주택재고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주택매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전미부동산협회(NAR) 발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존 주택의 매매는 489만채(연수치)로 1년 전에 비해 17.5%가 감소했고 주택시장이 한창 절정을 이뤘던 2005년에 비해 주택매매는 무려 30%이상 줄어들었다.
주택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바이어(구매자)들에게는 매우 유리하다. 주택 감당 여력(Affordability)이 크게 호전되기 때문이다. NAR의 주택 감당 여력 인덱스(Housing Affordability Index: HAI)는 지난 4월 129.4로 나타났다. 여기서 129.4라고 함은 중간소득(6만185달러)을 기준으로 단독주택(중간가격:20만700달러)의 80%에 해당하는 주택모기지(이자율:6.03%)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129.4%라는 것을 말한다. 이는 주택 감당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나타내주는데 작년 7월의 경우 103.6에 불과했던 HAI가 그동안 25.8포인트나 상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주택구매 여건이 크게 향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주택 감당 여력이 크게 호전됐음에도 불구, 주택수요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택시장이 단순히 주택 감당 능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택시장을 지배하는 정서적인 변수(바이어의 주택 구매 의지)와 구매 수요를 뒷받침해주는 모기지시장의 상황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주택가격의 하락 현상으로 한때 총 주택 매매의 25%이상을 차지한 투자용 주택매입은 거의 사라진 상태이며 거주용 주택을 구매하려는 바이어들 역시 주택 가격의 추가 하락을 우려한 나머지 섣불리 나서려고 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와 더불어 고용 둔화 등 경기가 계속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개솔린 및 식품비가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자 불안한 경기심리와 물가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소비자 정서가 매우 부정적인 상태로 전락한 것도 주택 구매 의욕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모기지시장의 상황 역시 간과되어질 수 없을 것이다. 지난 12개월 동안 모기지 융자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변화는 융자의 기본 원칙들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한된 융자금액만 얻을 수 있고 소득과 자산에 대한 검증을 당연히 거치는 것은 물론, 부채에 비해 적정한 소득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등의 승인 기준이 보다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는 결국 주택구매의 의지가 있다고 할지라도 모기지 융자가 여의치 않아 포기하게 되는 사례를 급증시키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만큼 잠재 구매자 감소를 초래하는 결과를 발생시키고 있다.주택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주택시장이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나타내주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주택가격이 오히려 앞으로 더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현실을 감안할 때 주택을 팔고자 하는 경우 이러한 주택시장의 상황을 감안해 지나치게 자신이 원하는 가격을 고집하기 보다는 시장상황에 적합한 가격을 책정하여 매매를 진행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주택을 구매하고자 하는 경우 현 시장상황이 어쩌면 최적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주택가격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지만 주택 구매란 단순히 주택가격만 가지고 ‘유불리(有不利)’를 따질 수가 없다. 주택구매를 가능케 하는 모기지 융자의 경우 향후 더욱 승인요건이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되며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의 우려로 인해 모기지 이자율 역시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을 투자의 시각으로 보기 보다는 거주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 요즘이 주택구매 최적기로 판단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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