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을 적시는 빗발도 어찌 못하는 촛불이다.’성난 민심’이란다. 나를 배척한다고 저를 멀리하고 탓할 것인가, 어림없는 생각이다. 누가 뭐라 해도 촛불을 지키는 저 함성이 바로 한반도를 지켜 온 힘이고, 기(氣)이고, 세(勢)이다. 5천년 역사의 등불은 누가 지켜 왔던가.
한반도를 할퀴고, 분탕질, 노략질, 양민학살로 나라를 결단 내던 호난(胡亂). 왜난(倭亂) 때, 누구가 나서서 싸웠던가. 억척스런 민초들이었다. 나라의 보호를 받어야 할 저들인데도 그렇지를 못했다. 스스로의 손. 발로 생명과 가정을 지켰고 나라를 지켰다. 어리석고 무능한 나랏님과 조정과 벼슬아치들 때문에 결국은 서른 다섯 해 동안 나라마저 잃는 천추의 한(恨)을 씹어야 했다.
그렇게 5천년을 살아 온 것이다. 관(官)이나 권력, 지도자에 대한 불신이 뼈에 사무첬다. 결코 믿고 기다려 주지 않는다. 못 믿기에 벌떼같이 일어 나 싸우지 않고서는 자기와 가정을 지킬 수 없고, 자기 몫을 챙길 수 없음을 몸으로 터득한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서울 거리에는 저렇게 정서법과 떼법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촛불과 함께 타오르는 성난 민심을 잠 재울 길은 없는가. 그 속에 감춰진 애국적 열정을 이끌어 내 선진화의 동력으로 쓸 수는 없는가. 하기 나름 일뿐, 없을리 없다.
먼저,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짓눌린 민초들의 마음속에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지펴야 한다. 저들은 더 이상 통치의 대상이 아니다. 마주 서서 ‘밥그릇 싸움’해서는 안 된다. 함께 스스로 다스리는 한 가족이고, 이웃이고, 큰 시민 공동체의 주인들이라는 사실을 나누어야 한다.’나를 따르라’ 해서는 안 된다. 함께 먹고, 마시고, 함께 굶어야 한다. 훔치고 감출 수 없는 만인(萬人)의 눈이 지켜 보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것도 한 순간에 말이다.
이제는 정부나 정권이 국민과 따로 놀아서도 안된다. 시청, 청계광장을 밝히는 촛불의 교훈이다. 또 지도자라면 국민속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 어깨를 비비고, 손을 마주 잡어야 한다. 밥숫갈을 함께 나눌 때 땀냄새 배인 화합을 이룰 수 있고, 거기서 참된 국민의 지혜와 지지와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내일을 기약하는 희망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억척스런 민초들의 진정 어린 신뢰와 함께…정치가 먼저 확,왕창 변해야 한다.
또 있다.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겠다면 무엇보다 먼저 감사해야 한다.국민을 두려워 해야 한다.입으로만 머슴이라 외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몸과 마음이 따라야 한다. MB정부나 대통령 그리고 담당 실무자들도 대통령 내외가 미국 대통령 부부와 함께 보낸 데이빗 캠프의 하루 저녁 숙박료가 이렇게 엄청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국정이 꼬이고 뒤틀린 것이 꼭 광우병 괴담 사태 만이라고는 누구도 생각치 않을 것이다. 지난 5월 30/31일 실시한 연론조사 결과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취임 후 100일간의 이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19.7%(매우 잘했다 0.9%+잘한 편이었다 18.8%)다. 그러나 부정적인 평가는 78.1%(잘 못한 편이었다 51.9%+매우 잘 못했다 26.2%)다. (Joins.com6/2 참조) 여기서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매우 잘못했다는 26.2%가 긍정적인 평가 모두인 19.7% 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물론 왜 일까? 따져 볼 수는 있다. 골이 깊으면 산도 높은 것, 산골짝 밑바닥을 치고 뛰었으니 이제 높이 오르는 것만 남았다고 위로의 말을 나눌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것만으로는 안된다. 뼈를 깎는 자기 성찰과 다시 태어나는 아픔을 각오해야 한다.
통치권의 권위는 무너지고, 집권세력의 ‘헛튼 꼴’을 못 보는 10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러야 한다. 시청 광장과 청계 광장을 한 숨에 점령, 장악하는 엄지족들의 디지털 정치행태를 감당해야 한다. 4천만대가 넘는다는 휴대 전화를 이용한 이해집단 세력의 횡포는 물론 가치와 이념을 내 세운 또 다른 광장 촛불 정치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정치가 지켜야 할 원칙과 정도의 길을 걸어야 한다. 세삼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를 다짐할 때 다. 정치 지도자들이 먼저 그렇게 제 자리에서 제 몫의 일에 성심을 다 한다면 시청 광장과 청계 광장 또한 언제나 촛불 문화축제의 광장으로 거듭 날 것이다.
이제 누구를 탓 할 때는 지났다. 먼 앞 날을 보며, 나라의 이익을 따질 바로 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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